로비에 있는 커피숍에 앉아서
신문을 보던 중년 남자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던 신문을 차곡차곡 두 번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
커피 잔을 들어 올리고 있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별일 없군.”
잇토키와 트레이시를 지원하기 위해
홍콩에서 차출되어 온
중국계 CIA 요원은
역시 어딘가에서 차출되어 온 여자에게 말했다.
3일 전에
노인의 모습으로 분장했던 남자는
오늘은
장년 남자의 모습으로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남자의 질문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들어 올린 잔을
입술로 가져갔다.
“별일 없나요?”
천천히 커피를 음미한
여자가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가 있나?”
남자가 물었다.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이 여자는
3일 전에는 갓 대학에 들어간
풋풋한 대학 신입생 같은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부잣집 영애(令愛) 같은 차림이었다.
“여자 쪽이
기분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아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커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어떻게 알지?”
“키스할 때 여자의 마음이 드러나죠.
마음이 따라가는 키스인지,
단지 입술만 내어 준 것인지.”
“어색했나?”
남자의 눈빛이 살짝 날카로워졌다.
“음…… 어색하다기보다는,
어젯밤 싸웠으려나?
그런 느낌이 들어요.”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고해야 할까?”
남자가 물었다.
“보고하기는 좀 애매한데.”
여자는 거기까지 말하고
다시 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스를 할 때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아마도 싸운 것 같다.
여자만 느낄 수 있는
어떤 느낌적인 느낌이 그렇단다.
그런 내용을
어떻게 보고 한단 말인가.
“그럼 그냥 평소와 같은 것으로?”
“그쪽이 알아서 하세요.”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이봐, 같이 고민하자고.
나 혼자 일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쪽 부하도 아닌…….”
남자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여자의 눈에 떠오른
놀라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말을 흐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비어 있는 옆자리 의자가
천천히 뒤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남자의 시선이
의자를 잡고 있는 손을 향했다.
그리고
팔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 시선이
상대방의 얼굴에 도달하기 이전에,
의자를 뺀 사람이
먼저 앉아 버렸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좋은 아침입니다.
합석 좀 해도 될까요?
호텔에 혼자 있으니 심심해서 말이죠.”
남자는
자신에게
그렇게 말을 건네며
씩 웃는 사람을 보았다.
조금 전
여자 친구를 배웅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던 사쿠라바 잇토키었다.
홍콩에서 차출되어 온
CIA 요원은
갑작스러운
사쿠라바 잇토키의 출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는 최대한 당황함을 감추며 인사했다.
분명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언제 방향을 바꿔서
이쪽으로 왔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걸 이해해야 할 타이밍은 아니었다.
“여기요,”
사쿠라바 잇토키가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그리고
아이리시 커피 한 잔을 부탁했다.
그사이에,
홍콩에서 온 남자는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침에
하얏트호텔 로비 커피숍에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들어차 있었다.
빈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합석을 한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제가 실례를 한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사쿠라바 잇토키가
부드러운 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실례였다.
감시 대상이 감시자에게 접근하는 것은 반칙이다.
공정하지 못하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과연
이 소년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말처럼 심심해서,
대화 상대를 찾기 위해서
우연히 접근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괜찮소.”
남자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자신의 목소리가 자연스러웠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숙녀분께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쿠라바 잇토키가
앞에 앉아 있는 여자 요원,
부잣집 영애처럼 꾸민 요원에게도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여자가 말했다.
남자에게는 자연스럽게 들렸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 참 좋네요.”
사쿠라바 잇토키가 말했다.
“그러네요.”
여자가 답했다.
“의상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잇토키가 여자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여자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남자는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조금 마음을 진정시켰다.
잇토키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
“3일 전에는
대학생 같았는데,
그런 모습도 잘 어울리시는군요.”
여자의 눈이 커졌다.
“선생님은 더욱 젊어지셨고.”
남자는
자신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하는
사쿠라바 잇토키의 말에,
조금씩 진정되어 가던
그의 심장박동이
다시 힘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무슨 말씀이신지…….”
남자가 말했다.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연기하고 있지만
감정의 동요가
잇토키에게는 분명하게 느껴졌다.
“3일 전에는
노인분이셨는데 말이죠.”
잇토키가 말했다.
“……사람을 착각한 것 같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거짓말.
아무리 태연한 척을 하려고 해도,
거짓말은
신체의 변화를 일으킨다.
사람의 뇌는
의지에 통제를 받지 않았고,
의지에 통제를 받지 않는 뇌는
거짓말을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식해
반사적으로 신호를 보냈다.
아무리
태연한 척을 가장한다 해도,
뇌가 보내는 신호가 나타나는 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표적으로
눈동자와 호흡이다.
거짓말은 스트레스 요인이고,
뇌는
동공을 축소하는 명령을 내린다.
거짓말을 할 때,
동공은 미세하게 축소된다.
크기뿐만이 아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진동하는
동공은
거짓말을 하는 그 순간에
진동 주기가 바뀐다.
호흡도 마찬가지이다.
거짓말을 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든 호흡에 변화가 찾아온다.
심박과 혈류의 변화에 맞춰
미세하게 빨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눈동자나 호흡의 변화는
일반적인 사람의 감각으로는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세했다.
문제는
사쿠라바 잇토키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부분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말을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잇토키가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직원이
생크림이 올라간 아이리시 커피를 들고
테이블로 찾아왔다.
CIA 요원 두 사람은
최대한 긴장된 마음을 감추면서
잇토키가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실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일반인은
절대로 알아볼 수 없는
미세한 변화였지만,
사쿠라바 잇토키는
마치 지진처럼 요동치는 두 사람의 동공을 보면서
천천히
베일리스가 들어간 아이리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저는
두 분을 3일 전에 봤습니다.
노인과 여대생 같은 모습으로
식당에서 만났었죠.
아, 물론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잇토키가
눈가에 웃음을 담아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는 두 사람은
마치 사형선고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위장 요원이 발각되었다?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뭐 아니라고 하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만,
저라면
그렇게 계속 주장하지는 않을 것 같군요.”
잇토키가
다시 커피 잔을 들며 말했다.
“그……게 무슨 의미죠?”
여자가 물었다.
조금 전
자연스럽던 말투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랭리에 연락을 해 주시죠.”
랭리라는 단어에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몸에 힘을 주었다.
“필요한 게 있다고
말 좀 전해 주세요.”
잇토키는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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