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낙엽이 날리며 늦 가을이 끝나갈 무렵
교회에서 아내를 알게됐다.
한참 괴롭힘 때문에 어떻게든 회사에
‘버텨보자’ 하고 찾은 곳이 동네 교회였다.
자취방 50m 사거리에 가.고.파. 교회가 보였다.
종교를 믿으면 미움과 원망이 조금이나마
치유될것 같아 매주 일요일마다 꾸준히 나갔다.
그때 한 여성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성책을 붙들고 기도하며 주구장창 읽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관심이 생겼다.
왠지 나와같은 아픔이있어
그런 동질감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매일 볼때마다 한결같았다.
한 치 오차 없이 제일 먼저 교회에 왔고,
질리지도 않은 성경책을 붙들고 있었다.
어느덧 나도 모르게 그런 매력에 홀딱 빠져 들었다.
그렇지만 말 주변이 없어 먼저 말할 용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늦은 저녁까지 그녀를 보고
또 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와 말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인연이 될려고 그랬던건지?
그날 성경책을 두고 급하게 나간 것이다
혹시 몰라 그녀의 성격책을 갖고 기다렸다
많이 헤졌지만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었다.
-드르륵!
거친 숨소리와 함께 되돌아온 그녀가 내게 말했다.
“저...저기 그 성경책 제꺼에요!
어...얼른 돌려 주세요...”
얼굴은 초췌했고 두려움이 깃든 떨린 목소리였다.
난 그녀를 안심시키고 부드럽게 말했다.
" 아..네! 항상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 자주 뵜습니다.
혹시 다시오실 것 같아 제가 안전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돌아오시면 바로 드릴려고요...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았네요 하하하하핫! ”
“.........”
그런 당황한 내 모습조차 일푼의 관심도 두지 않았다.
온통 시선이 성경책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책을 돌려주기 직전 난 뜬금없이 조건을 걸었다.
“다음주 일요일 이시간때 저랑 같이 식사한번 하시죠?
그 약속 허락해 주신다면 바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나도 놀랐다.
한참 머뭇거린 그녀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얼른 주세요!”
그녀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성경책을 돌려줬다.
무척 난감해하며 급히나간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질때까지 유리문을 통해 한없이 바라봤다.
그런 내 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목사님이 다가와 말했다.
“경해에게 관심있나?”
“네?... 겨...경해? 앗!...네! 목사님!”
난 사실 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목사님과 어느 정도 안면 튼 상태라
만약 거짓으로 얼버무렸다면,
오히려 의심만 더욱 부추겨
교회 나올때마다 혼자
눈치 보며 불안했을 것이다.
“ 관두게!”
단호한 대답에 억울했다.난 되려 캐물었다.
“아...아니? 목사님! 대체 이유가 뭐죠?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
침묵으로 일관하던 목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날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대한 애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