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등
거장의 목소리로 듣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역사 33년
재패니메이션을 세계 탑 클래스로 올려놓는데,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기여한 바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스튜디오 지브리는 애니메이션 계에서 확고부동한 위치에 있다. 이것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수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룩한 결과이기도 하다.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 하야오 감독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며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이 책에는 감독의 작품 철학과 애니메이션 기획서, 연출, 에세이, 강연 대담 등이 약 90여 편 수록되어 있다. 이는 작품 활동 중에 벌어진 사회현상이나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그때그때 기록한 것이어서 당시 분위기를 알 수 있으며 이것이 감독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짐작하게 한다.
감독이 어린 시절에 반한 애니메이션과 작품에 영감을 준 영화, 문학, 만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워 그 작품을 찾아보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또 직접 감독한 작품의 기획서, 연출각서 등은 창조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현장의 지혜를 담은 강의노트가 될 것이다. 더불어 그와 협력하고 경합하며 애니메이션 계를 이끌어온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나 소설가 시바 료타로 등 한 시대를 이끌어온 멘토들과의 대담에서 하야오의 ‘참모습’도 엿볼 수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살아있는 역사,
그의 작품 철학을 듣다
우리의 어린 시절과 순수하게 지켜준 하야오 감독
지금 2∼30대들은 하야오 감독에게 어린 시절을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는 감독의 작품에 친숙하다. 소년들은 코난과 비슷한 장난기 어리면서도 용기있는 모습을, 소녀들은 빨강머리 앤을 보며 우정과 설렘을 배웠다. 토토로를 만났던 메이와 같은 순수함을 되새겨보기도 하고, 고양이버스나 검댕괴물이 침대 속에 숨어있을까 무서움에 떨기도 했다. 그리고 ‘나우시카’와 ‘모노노케 히메’ 등으로 애니메이션 영화란 것이 얼마만큼의 감동을 주며 세계관을 제시할 수 있는가를 체험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조금의 시차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같은 시절을 보낸 이 책의 독자들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속 감독의 진심을 찾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한때 애니메이션 『백사전』을 보고 주인공 파이냥에 반해버린 평범한 소년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애니메이터의 길을 선택한 감독은 변함없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초월해간다’는 것을 신조로 그때 자신을 두근거리게 한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진심인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작품에 임하는 감독은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킬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감독이 해맑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자연환경을 지키는 데에 얼마나 열성인지 이 책을 보면 절절히 느낄 수 있다. 간혹 급진적인 이콜로지스트(환경보호론자)로 오인당하는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거장이 세상을 보는 방식
벌은 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비 사이를 피해 다닌다는 개그 소재 얘기가 아니다. 감독이 보기에 벌에게 비는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느리게 방울져 떨어지는 것이라서 빗방울 사이를 피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또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왜 숨이 막히지 않는 걸까?’라는 질문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던진다. 우리가 공기 안에서 살지만, 공기 속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물고기도 물속이라는 인식 없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감독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어린아이고, 어른들과 사회의 악에 대항하며 선(善)을 지킨다. 작품 밖에서는 쏟아지는 재패니메이션의 홍수와 해외에서의 재패니메이션의 성행에 경계를 잊지 말라며,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앗아가는, 의식이 없는 애니메이션의 무차별한 공성에 따끔하게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그 불안과 초조의 한 가운데서 청춘은 번민하기 마련이다. 현실은 그 뜻을 달성하기에 어렵기만 하지만, 그렇다고 뜻을 가지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제대로 겪어 큰 뜻을 가졌으면 한다. 그렇지 않다면, 1밀리라도 좋으니 그 꿈에 다가서려는 각오가 자체가 시들어버리기 때문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또 감독은 강조하길, 뜻을 이루려면 노력, 재능, 인내력, 운, 무엇보다 그것을 믿고 스스로 열어가야 하고, 젊고 가난하고 무명인 누구나 창조적인 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여러분이 마음의 목마름인 큰 뜻을 품고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애니메이션 세계에 뛰어든다면, 와도 좋다라고 말이다.
“마음의 갈증이 뜻을 이루게 한다.” ― 미야자키 하야오
얘내들 일을 하긴 하는구나. 옛날에 재판 해달라고 문의 넣어도 답장도 없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