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안 OVA <철의 문장>에 등장한 '철거신'이 일본의 맥스 팩토리에서
소프트비닐 키트로 등장한 건 87년이라고 합니다.
이 키트는 아마 그로부터 몇 년 뒤, 국내 모형사 엘핀에서 복제해서 낸 키트로 알고 있습니다.
설명서에는 아마 메카닉 디자이너 이즈부치 유타카가 그렸을 근사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설명서는 혹시 아직 안 만드셨는데 설명서 잃어버린 분이 계시면
참고하시라고 같이 올려 봅니다(...).
재미있게도 팔, 다리에 뼈대가 들어가는 구조라서 다리에 석고 등으로
무게를 더해주지 않아도 잘 넘어지지 않습니다.
원본에는 레진으로 된 검이 들어 있는데,
국내판에는 뭔가 잘 구부러지는 합금으로 된 검이 들어 있습니다.
모양이 구불구불하고 디테일도 투박해서 크게 볼품은 없네요.
아무튼 무거운 검을 들고도 잘 안 넘어지는 건 다 뼈대 덕분 같습니다.
디자인이 근사한 저 방패는 사실 OVA에서는 등장하지 않죠.
원형사 맥스 와타나베가 제품화하면서 세일즈 포인트가 될 만한 걸
고안해 달라고 이즈부치 유타카에게 부탁해서, 이즈부치 유타카가
TV판의 어설트 가리안의 방패 이미지를 살려 새로 디자인한 것이라고 합니다.
(어설트 가리안... 아니 '아절트' 가리안)
저는 사실 소프트비닐 키트를 글로만 배워서 만들어 보는 게 이번이 처음입니다.
음, 사실 어렸을 때 세미나나 엘핀에서 나왔던 드래곤볼과 시티헌터 소프트비닐을
딱 조립까지만 해본 기억은 나네요. 아무튼 글로 배운 바에 따라
퐁퐁을 붓고 팔팔 끓여 이형제 등을 제거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캐스팅 과정에서 생긴(?) 군살들을 열심히 나이프와 니퍼 등으로
제거해 줍니다. 드라이어로 가열해서 부드럽게 만들어 잘라 주니
할 만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꽤 많이 걸리더군요.
요즘 키트들처럼 오밀조밀한 디테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리안 월드 특유의 분위기는 일품입니다.
가조립 완료. 요즘 들어 프라모델로, 피겨로 곧잘 입체화가 되고 있는
철거신인데, 저는 80년대의 이 구수한 맛도 좋은 것 같습니다.
(약간 '싸움을 잘하는 것같이 보이는 자세' 같기도 하고...)
서페이서를 뿌려 준 뒤, 맥스 팩토리 원형의 키트인 만큼 서페이서 도막 위에
검정색으로 적당히 명암을 넣어주는 '맥스식 도색'을 시도해 봅니다.
'맥스맥스'한 작업 뒤에는 마스킹의 나날이 기다리고 있겠군요.
붉은색을 칠하고 시험 삼아 다리 부품에 마스킹 없이
에나멜 은색 붓칠 하다가 대차게 망한 뒤
신너 목욕으로 싹 씻어내고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슉슉
호일에 싸서 잘 구운 고구마를 벗겨먹는 듯한 요 맛...
아래부터는 완성샷입니다.
뭔가 옛날 모형 잡지 사진 같은 분위기라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네요.
이 각도가 얼짱 각도라, 다른 각도에서는 매력이 좀 처지는 건 사실입니다.
정면의 기사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측면으로 돌아서면
약간 골렘 같은 박력이 느껴집니다. 지금과는 달리 좀 육중해 보이는
프로포션 덕분일까요.
검의 전신(?) 샷을 못 보여드리는 건 검신이 정말 무슨 고대 유물처럼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키트 표면에 처음부터 주조 표현이 되어 있어서 웨더링을 더해주면
한층 무게감이 살아날 것 같은데 제가 경험이 너무 없네요...
훗날 실력이 쌓이면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이건 낮은 앵글에서 찍은 스냅셧인데 프로포션이 뭔가 요즘 키트처럼 길쭉해 보이네요...)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니, 유명한 타카니 요시유키 화백의 가리안 일러스트를
꽤 의식하고 만든 포즈라는 생각이 드네요.
멋진 앞모습에 비해 포즈와 프로포션 관계상 뒷모습은 너무 볼품이 없어서
생략하도록 하고, 키트를 둘러싼 이야기를 좀 더 풀어 보겠습니다.
키트 자체는 발매되자마자 87년 2월호 호비 저팬에서 특집으로 다뤄졌습니다.
맥스 팩토리제 설명서에도 호비 저팬에 디테일 업에 관한 기사가
실린다고 공지하고 있더군요.
원본의 성형색은 다홍색이었군요.
비갑병과의 전투를 다룬 디오라마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맥스 팩토리의 가리안 시리즈는 90년대 국내 모형지에도 작례가 소개됐습니다.
이건 FSS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오존 출판사의 <플라스틱 모델 저널> 기사네요.
저 조르디 보더 전용 붉은 인마병도 미친 간지였는데 언젠가 구할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당시 제작하셨던 모델러들은 지금쯤 뭘 하고 계실지...
이 철거신 외에 명작으로 꼽히던 맥스 팩토리의 소프트비닐 키트로 단바인 OVA의 서바인이
있습니다. 게이머들에게는 슈퍼로봇대전으로 친숙한 기체겠죠. 딜럭스 버전에는
실키 마우(아마도?)의 릴리프가 새겨진 방패가 추가된 모양이네요.
아마 국내의 모형 잡지 <취미가>에서도 한번 다뤘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도 일본 옥션에
한 번씩 올라오는 것 같던데 이 역시 구할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덤으로 기갑렵병(즈웰)도...ㅠㅜ).
아무튼 이렇게 오랜 로망을 뒤늦게나마 해소하게 되었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리메이크 해줬으면 하는 작품이지만, 반다이 제품이 아니라서 못 나올 듯...
마달 전용 인마병도 카리스마가 대단했죠...
https://www.youtube.com/watch?v=qLZv4q-l4zY
인마병이 진짜 간지폭팔
가리안은 진짜 본작 애니메이션은 평범한데 저 일러가 대박이였다고 생각함...지금 눈으로 봐도 대단함....
인마병이 진짜 간지폭팔
마달 전용 인마병도 카리스마가 대단했죠...
아.. 저도 소프비 좋아해서 아직도 간간히 찾아 해매고 있습니다. 가리안도 엘핀제를 가지고 있는데 오랜만에 열어보니, 제건 금속제 칼이 없어졌더군요. 멋지게 완성해주셔서 대리 만족하고 갑니다.
처음 만들어 봤는데 군살 잘라내는 과정이 뭔가 마음의 수양 같은 쾌감이 있네요.. ㅎㅎ 기회가 되면 소프트비닐 키트 몇 개 더 구해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오래된 숙제 하나를 턴 기분이네요.
이거 개조중에 드라구나 1커스텀 프레임 이식해서 가동되게 만든 작례도 있었죠.
아... 저도 드라고나 프레임 이식한 작례를 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여러 가지를 검색하다 보니 그게 가리안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패트레이버의 헬다이버였던 것 같기도...
가리안은 진짜 본작 애니메이션은 평범한데 저 일러가 대박이였다고 생각함...지금 눈으로 봐도 대단함....
밀리터리만 그리던 분한테 어린이용 TV 잡지 편집자들이 로봇을 의뢰했다고 하던데,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감을 못 잡으셔서 이즈부치 유타카가 레이아웃 등을 많이 거들었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리메이크 해줬으면 하는 작품이지만, 반다이 제품이 아니라서 못 나올 듯...
키트 자체는 그래도 돈을 좀 내면 아직 구할 수는 있으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전 어릴 때 프로마시스 위 딱 하나 사보고 말았네요..
웹한정 때리는 바람에 지인께 폐 끼쳐가며 슈미프 프로마시스랑 윙갈은 나름 만족스러울 정도로 구입해 둔지라 다행입니다. 덕분(?)에 아키바에서 발품 팔며 어렵게 구했던 타카라 인마병은 고마운 지인에게 선물했네요.
여기저기서 종종 구판들을 볼 때마다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내려놓곤 했는데... 철거신 만들면서 나름 한을 풀었네요 ㅎㅎ
30년? 35년전임...
약 30년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ㅎㅎ
저 소프비 방패는 시간이 지나면 연탄불 위의 오징어 마냥 휩니다 가능하시다면 프라판 자작 이나 3d 프린터 출력물 같은걸로 교체해서 다시 만들어 주는걸 추천합니다.
손이 곰손이라... 그렇게 되면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ㅠㅜ
엘핀... 추억 돋는 명칭이네요^^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
그래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잠들어 있는 키트들이 방방곡곡에 남아 있겠죠...
프로마식스랑 쥬웰도 데려와 주세요~~
혹시 어디 가게에서 발견하시면 꼭 좀 제보 부탁드립니다~~
핳..!!
요건 TV 시리즈 와는 세계관이 다른 설정 입니다. 기갑계 가리안 철의 문장 이라는 OVA에 등장하는 먼치킨 같은 철거신이라고 불리는 기갑병 이죠. 저도 수십년전 요거 정품 구하려고 엄청 찾았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코토부키야(?) 레진 키트를 대신 샀었던 기억도요~
레진제 철거신도 멋있었죠... 슈퍼미니프라가 나와서 마음만 먹으면 손에 닿는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요즘을 보면 격세지감이 드네요 ㅎㅎ
지금은 먹고죽을래도 없는 키트. 디테일은 소프비답게 좀 뭉뚱거리지만 그거는 그시절 레진키트도 마찬가지라... 하여튼 도색이 정말 훌륭하세요.
감사합니다. 늘 작례들 보면서 침만 삼키다가 도전해 봤는데 완성도는 차치하고, 옛날 모형 잡지 한 페이지를 내 방으로 옮겨 놓은 듯한 흡족함이 있네요.
주역기체인 가리안의 디자인은 큰선생 즉 [오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았고 나머지 인마병 등 적 기체는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았다고하죠. 그래서 가리안과 적 기체의 디자인 취향이 상당히 다르긴합니다.
단바인도 그렇고, TV판에서는 연공서열(?) 탓인지 이즈부치 유타카가 살짝 서브로 빠졌다가 OVA로 오면 물 만난 고기처럼 멋진 작업들을 내놓는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LZv4q-l4zY
TVA 가리안과 다르게 OVA 가리안은 뭐랄까 진짜 전설의 거신 같은 포스가 있는 기체라 매력적으로 보이곤 합니다. ㅎㅎ
와 가리안이 애니 이름인가요? 엄청 멋지네..
어린이 팬들은 안중에도 없는 하드보일드한 전투가 일품이었죠. 필살기 이름 한 번 외치지 않는 <켄신 추억편>과 TV판의 차이랑 비슷한 것도 같습니다. 적 기갑병들 죽는 건 거의 하드한 시대극 느낌...
감독이 감독이었던지라...^^ 보톰즈, 다그람 등 하드보일드 로봇물을 전문으로 만든 타카하시 료오... 아이고 이름을 까먹었네요 ㅠㅜ
타카하시 료스케 감독! 다그람은 일본 모형사에서도 상당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것 같더군요.
사신병 입체물들은 정말 꼬리 볼 때마다 부담 백 배입니다.. ㅎㅎ
2017년 일본여행 때 맥스팩토리 설립 30주년 기념전에 갔었는데, 그때 저 원본 키트를 보면서 가슴이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제품 상태부터 매뉴얼까지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는 물건을 근사하게 완성하셨네요^^
멋진 작품에 대한 답례의 의미로, 타카니 화백 이야기도 나온 김에 고화질 그림 올려봅니다. 타카라에서 발행하던 계간 모형지 '듀얼매거진' 12호(휴간이지만 사실상의 종간호)에 붙어 나온 이미지를 스캔했습니다.
덤으로 같은 호에 실린 타카니 화백의 아졸바 지 일러스트도. 제품화가 되지 않은 터라 이 그림은 본 사람들도 거의 없지 싶은데, 아마 타카라에서 아졸바 지가 발매되었다면 이게 박스아트가 되지 않았을까 예상합니다. 스캐너의 망점제거기능 때문인지 이미지 크기에 비해 살짝 흐릿한 느낌이 있는 점은 양해해주십시오.
90년대에 모형지에서 볼 때부터 계속 마음에서 떠나지 않더니 결국 이렇게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같은 시대를 건너온 분들이 반가워하시니 기쁘네요. ㅎㅎ 올려주신 타카니 화백 작품의 고화질 스캔들, 특히 난전 그림은 아마 세미나의 레드 스콜피온 박스 귀퉁이에 색이 어긋난 걸로 실려 있었던 것 같은데 큼지막하게 보니 감동입니다(옛날에 LD 박스 광고에도 쓰였던가...가물가물하네요). 역시 좋은 건 크게 봐야 제 맛이죠!
풀로 갑옷을 차고 있음서 칼은 좀 에바임. 도끼나 폴암 들고 있어야...
도끼 쪽은 또 임자가 따로 있더라고요..
디자인은 지금 봐도 좋네요.
꾸준히 입체화의 수요가 생길 만하지요.
능력자는 뭐가 와도 완성하네요. 저도 저 제품이 있었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만들다 버렸습니다. 저 칼만 편지봉투 뜯는용도로 남겨놨네요^^;
저도 손재주는 별 볼 일이 없는데, 그냥 어떻게든 완성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끝까지 달렸네요. 군데군데 허술한 고도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칼 정말 편지봉투 뜯기 좋게 생겼네요 ㅎㅎ
이젠 이런거 구할래야 구할수도 없는데 말이죠ㅠ ㅠ
요새 입체화가 자주 되고 있으니, 의외로 방출하시는 분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중고장터를 한번 지켜봐야..
슈로대 BX에서 가리안 나온거 보고 엄청 반가웠죠. 유일하게 나온 게임...
닭(?)처럼 변신해서 뒤뚱뒤뚱 달려가는 거 귀여웠지요...ㅎㅎ
일본 고딩 양아치물에서 저런 자세 취하는게 기원이 저거였구나...
기합이죠...
마지막 그림은 파이브스타 스토리에 나오는 로봇 같네요 ㅎㅎ
멋진 조형미로 개라지 키트 붐을 이끈 디자인들이었죠 ㅎㅎ
묵직함이 느껴지네요.
실제 무게는 바비 인형 같은데, 조형의 힘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런 명작을 이제야... 이 작품을 엘핀에서 복제 했으려나요 ...가리안 시리즈가 모두 명품이죠 윙갈(?) 장교용 사병용의 구분도 참 멋졌네요
지금도 블로그 같은 데 당시 엘핀 키트를 갖고 계신 분들의 리뷰를 보는데 참 부럽더군요..ㅠㅜ
꼬꼬마 였을때 가리안에 대한 오해가 있었는데 얼굴이랑 어깨랑 붙어 있는 줄 알았음....
어떤 인상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소프비는 보관이 메롱이라.... 시간이 지나면 쳐지고 뒤틀리고 난리나죠....
그냥 사진으로 잘 남기고 이 순간을 즐겨야지요 ㅎㅎ
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