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3”는 1988년 2월 10일에 패미컴용으로 발매된 롤플레잉 게임(RPG)이다.
발매 당시에는 전작과의 연계는 비밀로 부쳐져 반전을 통해 시나리오적 연결점이 드러나도록 연출되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주인공의 성별과 이름을 설정하면, 어머니가 주인공을 잠에서 깨우는 장면으로부터 게임이 시작된다.
어머니는 주인공을 성으로 데리고 가 왕에게 인사를 하고 오라고 한다.
주인공은 용사 오르테가의 자식으로, 전투 중 화산 속으로 떨어져 사라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왕 바라모스를 쓰러뜨리고 세상의 평화를 되찾아줄 것을 왕으로부터 부탁받는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 명씩 동료가 늘어났던 전작과 달리, 본작에서는 “루이다의 가게(ルイーダのみせ)”라는 장소에서 서로 다른 직업과 성별을 가진 동료들을 영입하여 시작부터 원하는대로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
루이다의 가게에는 기본적으로 전사, 마법사, 승려가 각각 한 명씩 등록되어 있다.
그 외의 동료는 “모험자 등록소"에 가면 이름, 직업, 성별을 직접 지정하여 등록할 수 있다.
앞서 기술한 세 가지 직업 이외에도 무투가, 상인, 놀이꾼(あそびにん)이 존재하여 다양한 파티 조합을 만들 수 있다.
각 직업은 고유의 특징이 있어서 잘 균형잡혀 있으며, 파티의 수를 적게 유지하는 대신 높은 경험치를 획득하는 방식의 플레이도 가능하다.
본작에서는 낮과 밤이 변화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마을 밖 필드를 걷다보면 시간이 경과해 낮과 밤이 바뀌며, 밤에는 낮보다 몬스터의 출현률이 높고 강해진다.
밤낮에 따라 성과 마을의 모습도 달라지는데, 밤이 되면 가게는 대체로 문을 닫지만 술집 등은 붐비기도 한다.
또, 본작에서부터 패스워드가 아닌 내장 메모리를 통한 세이브가 가능해졌다.
각지의 왕국의 왕들을 만나면 레벨 업에 필요한 남은 경험치를 알려주고, 그간의 모험의 성과를 모험의 책(ぼうけんのしょ)에 기록할 것인지 묻는다.
다만 이때까지는 아직 기술적 안정화가 덜 되어 세이브 데이터가 잘 날아갔기 때문에, 발매 당시 플레이한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트라우마적인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드래곤 퀘스트3의 스케일은 전작에 비해 훨씬 커졌다.
초반의 긴 모험 끝에 배를 얻으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고, 게임은 본격적으로 중반에 접어든다.
이 즈음에 도달할 수 있는 "다마의 신전(ダーマのしんでん)"에서는 용사 이외의 동료들의 직업을 바꿀 수 있다.
전직을 하면 레벨이 1이 되어 다시 레벨을 올려야 하지만, 대신 전직 전의 능력치의 절반과 그간 습득한 주문은 계승되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상위직인 현자로 전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직 시스템을 이용하면,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전사나 마법사-승려 양쪽 계열의 마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현자 등으로 파티를 구성 할 수 있게 된다.
중반 이후의 모험은 전작들과 같이 비선형적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각지에서 정보를 얻어 스스로 취합하여, 세계에 흩어져 있는 '6개의 오브'를 찾아야 한다.
이 오브들은 마왕 바라모스에게 도달하기 위해 불사조를 부활시키는 열쇠이다.
배를 타고 모험을 하다보면 “드래곤 퀘스트3”의 무대가 현실의 세계 지도와 닮은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프리카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사막 지대와 피라미드가 있고, 북미 지역에서는 개척 마을을 만들 수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는 일본에 해당하는 지팡구라는 마을이 존재한다.
6개의 오브를 모두 모아서 불사조를 부활시키면, 모든 지형을 전투없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불사조를 타고 하늘을 날면 드디어 산지로 둘러싸인 성에 숨어있는 마왕 바라모스와의 결전을 치를 수 있게 된다.
마왕 바라모스를 쓰러뜨리면, 전작들과 같이 평화로워진 세상을 돌아다니고 최종적으로 왕에게 보고하는 엔딩이 전개된다.
왕이 찬사를 내리는 순간, 반전이 일어나고 본 게임의 진짜 최종보스인 대마왕 조마의 존재가 드러난다.
이러한 연출이 더욱 놀라웠던 것은 정보의 확산이 느렸던 시대적 도움도 있었다.
제작사가 요청한 엠바고에 의해 당시의 모든 공략본과 잡지에서는 바라모스가 최종 보스인 것으로 적혀있었다.
플레이어는 대마왕 조마가 있다는 미지의 지하 세계로 또 다시 모험을 떠나게 되고,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게임의 후반부가 시작된다.
그리고 지하 세계가 전작들의 배경이었던 아레프갈드라는 것이 드러나며 전작들과의 연계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아레프갈드에서의 모험은 초기작인 “드래곤 퀘스트"의 용사의 모험과 비슷하다.
필요한 아이템들을 모아서 무지개의 물방울(にじのしずく)을 얻으면, 대마왕 조마가 사는 성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을 수 있다.
성의 끝까지 다다르면, 중간보스들과의 연전을 치른 후 대마왕 조마와의 최종 결전을 치르게 된다.
조마를 쓰러뜨린 후 라다톰의 왕을 만나면, 감사의 말과 함께 용사의 증거인 “로토의 칭호"를 받게 되면서 전작과의 모든 연관성이 밝혀진다.
본작은 전작들의 과거 이야기였고, 전설의 영웅으로 불리던 “로토"는 본작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설이 시작되었다" 라는 문구와 함께 스텝롤이 오르며 게임은 끝을 맺는다.
전작들을 거치며 증폭되어 온 인기, 대폭 확대된 게임의 스케일, 자유도 높은 파티 구성 및 전직 시스템, 일본 게임 역사 상 최고의 반전으로 손꼽히는 연출 등이 모두 어우러져 “드래곤 퀘스트3”는 일본 내에서 사회 현상까지 일으키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매 전날 판매점 앞에 생긴 철야의 행렬은 최종적으로 1만명을 넘겼고, 품절로 살 수 없었던 청소년들에 의한 절도나 공갈 등의 범죄 등도 여럿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로 드래곤 퀘스트의 새 시리즈의 발매일은 주말이나 공휴일로 정해졌다.
“드래곤 퀘스트3”는 최종적으로 380만 개 이상 팔리며, 패미컴용 RPG 중 최다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숫자는 RPG의 전성기였던 슈퍼 패미컴 시절에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드래곤 퀘스트3”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최고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늘 거론되며, 일본 콘솔 게임 역사에서도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크린샷 출처: https://youtu.be/t186Rjs2M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