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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는 아니고 그냥 뭔가 조선시대 느낌이 나는 현대와 과거가 엉망으로 섞인(?) 희한한 세계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소녀의 어깨에 제 손을 턱 올려 놓은 아이(我而)가 잔뜩 신이 나서 소리쳤다.
"얘는 1학년인 리나(璃奈)야!"
"내, 내가 학당 우상...?"
"응응~ 난 리나(璃奈)의 개성이 너무 좋아~ 같이 학당 우상에 도전해 보자!"
"아이(我而)씨가 함께라면 해 보고 싶지만, 솔직히 자신 없어..."
사이가 좋은지 꼭 붙어서 대화를 나누는 둘의 옆에 있던 가수미(嘉秀美)가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이 가면? 같은 걸 벗으면 괜찮지 않을까?"
리나(璃奈)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저걸 벗으면 의사소통이 어렵다면서. 리나(璃奈)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준 아이(我而)는 저 이상야릇한 가면과도 같은 종이가 '리나지(璃奈紙)' 라고 밝히며, 그녀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둘이서 함께 만들었다고 했다. 저 리나지(璃奈紙)를 보고 다른 아이들은 과연 저걸로 얼굴을 가린 채로 학당 우상이 될 수 있을까? 라고 고민했지만, 내 머리에는 이미 확신이 가득했다. 리나지(璃奈紙)는 리나(璃奈)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고, 고로 이것은 정말 큰 무기나 다름 없다. 별만큼 많은 학당 우상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니까.
"그렇게 됐으니... 리나(璃奈), 앞으로 다 함께 열심히 하자!"
"응! 리나지(璃奈紙) [두근두근]!"
"리나(璃奈), 나랑 시주구(是珠具)는 같은 학년이니까 편하게 말해도 돼!"
같은 학년이라 그런가 친근감을 표현하는 가수미(嘉秀美)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리나(璃奈)는 한 방에 가수미(嘉秀美)를 무너뜨렸다.
"응... 어, 편해지려면 별명으로 부르면 될까...? 가수코...라던가?"
"캬아아악!!! 그건 안 돼!!!"
아무래도 1학년의 먹이 사슬에서 제일 밑에 있는 건 가수미(嘉秀美) 같다...
순조롭게 모든게 이어지고 있으니, 이 분위기를 타서 이번에는 과거에 학당 우상 모임 소속이었던 가나타(可懶朶)와 말해 보러 갔다. 아까 전에 살짝 학당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가수미(嘉秀美)가 말하길, 오늘은 간이 병실에 있다고 한다. 과연 그 말대로 간이 병실에 가보니 푹신한 침대에 가나타(可懶朶)로 추정되는 소녀가 누워 있었다.
가수미(嘉秀美)와 시주구(是珠具)는 재빨리 그녀에게로 다가가 인사를 하고, 모임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나타(可懶朶)는 그 소식에 그건 막아야 된다고 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건 어렵다며 난처해했다. 혹시나 거절하는 게 아닐까 싶어 나와 나머지 애들은 얼른 모임의 현재 상황과, 제발 들어와 달라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가나타(可懶朶)는 확답을 주지 못한 채 망설이기만 했다. 마음이 급해진 시주구(是珠具)가 그녀에게 무슨 급한 일이 있냐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가나타(可懶朶)가 흐음 고민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
"가나타(可懶朶), 시험을 망쳐서 말야. 다음엔 잘 봐야 하거든... 그래서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데, 계산이랑은 영 안 친해지네-"
급한 일의 정체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서 기발한 한 수가 번뜩 떠올랐다.
"아이(我而)와 리나(璃奈)는 그것에 능하니까 두 사람한테 가르쳐 달라고 하는 건 어때요?"
"어? 그거 정말 솔깃한 조건인 걸?"
이게 정답이었는지, 가나타(可懶朶)는 눈을 빛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얼른 학당 우상 모임의 방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했다. 그래서 얼른 돌아갔더니, 세상에나. 아이(我而)와 리나(璃奈)가 방 안에 없는게 아닌가. 그 대신 들어온 것은 낯선 사람이었다.
"안녕~ 방이 시끌벅적하네~ 어라? 어느새 사람이 늘었잖아!"
"에마(恚麻) 선배, 돌아온 거예요?"
에마(恚麻)라고 불린 소녀는 영문을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손에 쥐고 있던 보따리를 이쪽으로 내밀었다.
"돌아왔냐고? 응, 방금 막 고향에서 돌아왔어. 자, 이거 선물"
"어라...?"
나 역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어쩔 줄 몰라할 때, 에마(恚麻)가 먼저 내게 자기소개를 했다.
"만나서 반가워. 난 에마(恚麻)야. 앞으로 잘 부탁해~"
"저기... 에마(恚麻)는 스스로 돌아오신 건가요?"
"응? 그야 여기가 학당 우상 모임 방이니까... 늘 오던 곳에 온 것 뿐인데?"
그제야 지금 뭔가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는 걸 깨달은 가수미(嘉秀美)가 학당 우상 모임과 거리를 둔 게 아니냐고 묻자, 에마(恚麻)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은 그냥 잠시 자신의 고향인 서역에 다녀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녀올거라고 편지도 썼다고 하면서. 그 말에 뭔가가 짚이는지 뒷걸음질 하던 가수미(嘉秀美)는 무어라 혼자서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자신의 착각으로 이런 오해가 발생한 거라며 우와앙 울음을 터뜨리며 사과했다.
이런저런 오해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이제는 모두 다 해결되었고, 학당 우상 모임의 인원은 어느새 일곱 명이 되었다.
한바탕 벌어졌던 소동이 겨우 진정되고 나서, 나는 과거 학당 우상 모임에 있었던 애들에게 세추나(勢趨娜)에 대해서 전해 듣게 되었다. 세추나(勢趨娜)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추진력이 매우 좋고, 이 학당 우상 모임의 우두머리 격인 존재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이라면 학당 내에서 자주 눈에 띄어야 될텐데, 어찌 된게 아무도 이 방을 제외한 학당 안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세추나(勢趨娜)에 대한 수수께끼만 커져가던 찰나, 가나타(可懶朶)가 그러고 보니 학당 우상 모임에 넣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며 얼른 찾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듣기로는 유명한 옷가게들의 옷을 입고 서역에서 들어온 사진기라는 것으로 사진이란 걸 찍어 책방 등에 파는 일을 잠깐잠깐씩 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쯤 지나서 만나게 된 가린(佳潾)은 과연 그런 일을 해서 그런지 얼굴이 곱고, 몸의 선도 고왔다. 나는 얼른 그녀에게 학당 우상이 되지 않겠냐고 해봤다. 쉽게 답을 주지 않던 가린(佳潾)이 밝힌 것은 이것이었다. 자신은 자기가 목표로 하는 학당 우상이 되기 위해 움직이고 싶고, 단체로 같이 하는 활동은 자신이 없다는 것.
순간, 커다란 깨달음이 내 머리를 벼락 같이 쿵 치고 지나갔다.
"그거예요! 홍소(虹咲)학당 학당 우상 모임은 단체 활동에 집착하지 않는 거예요!"
"으응?"
"전엔 억지로 단체 활동을 하려고 해서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다들 개성적이고 각자 목표가 명확한데도 말이지. 그러니까 같은 모임에 속해 있을진 몰라도, 학당 우상으로서는 각자가 원하는 이상을 추구하자!"
드디어 답을 찾았다는 뿌듯함에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서로 도우면서 경쟁하는 거야... 모두가 같은 목표를 추구할 필요는 없어. 각자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야!"
다행히도 모두가 내 의견에 찬성해주었다. 의기투합한 우리들은 남은 두 자리를 채우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추나(勢趨娜)는 정말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학당 안에 있다는 것은 분명한데, 학당 안에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존재였다. 다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를 써서 세추나(勢趨娜)를 찾아봤지만, 모두 허사로 끝났다.
뒤를 쫓으려고 해도 머리카락 하나조차 찾을 수 없는 세추나(勢趨娜) 때문에 모두가 지쳐갈 때쯤, 정말 뜬금없이 갑자기 학당회장이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분명히 모임을 부활시킬 거라고 믿었다면서. 모두들 휘둥그레져서 할 말을 찾지 못하자, 학당회장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는 지금은 학당회장 모습인데 실수했다고 혼잣말을 했다. 그걸 놓치지 않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을 걸었다.
"설마 학당회장이... 세추나(勢趨娜)였어요?"
"...네, 제가 세추나(勢趨娜)예요"
당당하게 모든 것을 밝힌 세추나(勢趨娜)는 지금까지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머리를 묶고 있던 끈을 풀었다. 그러자 과거 학당 우상 모임에 있던 아이들이 잔뜩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잔뜩 미안한 기색을 드러낸 채로 세추나(勢趨娜)는 자신이 왜 이랬는지 밝혔다. 학당 우상 모임을 분열시킨 장본인이 자신이기에 다시 돌아와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무서웠다. 그렇지만 미련은 남아 있기에 사람 열 명을 모을 정도의 열정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든 잘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던 것이다. 자책을 이어가는 세추나(勢趨娜)에게 나는 내가 생각해낸 묘수가 있다고 했다. 그와 더불어 혹시나 또다시 끓어 넘쳐 다른 이들을 거북하게 할지도 모르는 '학당 우상을 좋아하는 마음'도 내가 전부 받아주겠다고 했다. 그제야 세추나(勢趨娜)는 활짝 웃으며 들어오겠다고 했다.
"그럼 이제 아홉 명이네요! 나머지 한 명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어떻게 찾아야 될지 생각하던 나의 정신을 퍼뜩 들게 한 것은 다른 아이들이 건네는 말이었다.
"아뇨, 벌써 찾았어요"
세추나(勢趨娜)의 그 말을 선두로 하여, 나를 향해 마구 날아오는 말들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너야!"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
그 뒤로 다시 한 번 홍소(虹咲)학당 학당 우상 모임이 나아가야 될 길에 대해 고민한다던가, 무주(舞姝)랑 아구아(衙求兒)와 만나서 같이 의논하고 함께 훈련한다던가, 학당 우상 축제를 열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한다던가, 시오리고(試悟理顧) 라는 이에게 방해도 받게 되는데...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르는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
-END-
분명 단발 개그로 치려고 했는데.... 대체 왜 이렇게 길어진 걸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시오리고가 없습니다. 다음 편 주세요 작가님!
홍소 학당 학당우상들은 민요를 전공하는 건가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