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 이슬람 성지순례를 간 사람들이 더위로 쓰러지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성지순례가 종교마다 다 있는 것이고, 종교적 신념에 따라 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는 사막기후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으니 더운 것도 이해는 되는데, 왜 하필이면 한 여름에 가는 걸까? 차라리 겨울, 하다못해 봄/가을이면 덜 힘들 텐데 말이지.
이 메카를 성지순례 하는 걸 '하지(Hajj)'라고 부르는데, 이게 이슬람력으로 12월에 있는 행사다. 그러니까 이거 생기던 시기에도 너무 더울 때는 힘드니까 덜 더울 시기에 하자는 거였지. 그런데 문제는 이슬람력이 쌩 태음력이라는 거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식 음력과는 달리 윤달도 없어서 1년이 354.3일밖에 안 된다. 그 얘기는 태양력과의 간격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러다보니 지금에서는 한 여름인 6월이 이슬람력으로는 12월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슬람국가들도 이 쌩 태음력인 이슬람력으로만은 살지 않는다. 당연히 이 기준으로는 농사를 못 지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대부분 국제기준의 그레고리력을 쓰는데, 아무래도 종교적인 면에서는 이슬람력을 지킬 수 밖에 없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이슬람력은 태음력이고,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달이 늘 잘 보이는 건 아니잖아. 날이 흐리면 구름에 가려서 안 보일 수도 있는 거고. 달의 움직임이야 수학적으로 계산 가능하니까 달이 안 보여도 상관 없지 않냐고? 상관 있다. 보수성이 강한 이슬람국가들은 국가별 최고위 이맘이 초승달이 떠오른 걸 보고 1달을 선포하거든. 그런데 달이 흐려서 안 보인다? 그러면 그 전 달이 계속 이어지고 새 달은 시작 안 하는 식이다.
사우디 정부 정책 상 정식입국을 한 사람들만 냉방시설 제공 같은 편의를 봐준다고 한다. 문제는 밀입국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건데, 그 사람들이 주로 더위의 피해를 직격으로 받아서 많이 쓰러진다고 한다. 거기다 이상기온 까지 겹치는 중이고.
결국 원리주의가 문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