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바라티는 마지막 발원을 올렸다.
"나는 산수의 끝을 볼 것이며 현재의 수학자는 나를 상대할 수 없다!"
고대 요가와 탄트라 수법으로 스스로를 봉안한 그는 깊은 잠에 빠졌고, 2천년 뒤 눈을 떴다. 21세기에 깨어난 그는 현 수학의 세태에 경악했다.
"어떻게 산수를 그런 기물에 의존해 계산하는가!?"
모름지기 산수라 하면 산가지를 몸소 배열하며 깊은 공부를 쌓는 것 아니었는가?
그런 그를 봉안에서 깨운 관악산왕 허준이 교수가 말했다.
"그것을 옛 말입니다. 간단한 계산기면 설사 이류 수준의 수학자라 한들 절대고수와 같은 실력으로 수를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작금입니다."
"갈!"
바라티는 외쳤다.
"수천, 수만번의 고행 끝에 경지에 다달은 자는 계산해야 할 수를 보기만 해도 정답을 추론할 수 있는 직감을 얻고는 한다! 계산기 같은 기물에 의존한 자가 어찌 그러한 경지에 다달을 수 있겠느냐!"
설사 주판을 사용하는 사파라 해도 '효율'을 추구한다는 명목 하에 기물에게 온전히 계산을 맞기지 않으리라.
"수학말학 황준묵 후배가 대선배께 말씀 올립니다. 효율을 추구함이 무엇이 잘못됐다는 말씀입니까? 계산기는 더 높은 수학을 위해 나아갈 도구에 불과합니다. 비록 몸소 수를 계산하지 못하더라도, '공식'을 통해 더 높은 경지를 내다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니! 그것은 더이상 수학이 아니다! 이 시대는 내 때와 달리 수없이 많은 수학자가 있다고 했지. 인구 수만 100배는 차이난다고, 거기에 체계적으로 수학을 가르치고, 더 발전된 수학을 논한다고 말이다."
바라티는 눈물과, 그리고 악 서린 한탄을 내뱉으며 외쳤다.
"허나 그럼에도 생사경에 오른 대수학자, 아니, 하다 못해 화경에 오른 이의 수조차 내 시대와 다름 없다. 이 땅의 수학도 중 몇이나 직감으로 올바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겠느냐? 이것이 무엇을 뜻하겠느냐?"
이 시대의 수학은 틀렸다!
"나, 베다 수학의 대종사이자 야트라바 수트라의 문주인 바라티가, 이 시대에 진정한 수학을 다시 되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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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바라티의 수학 학원'은 수많은 구설수와 함께 폐업했다.
여름이었다.
이런 무협지 누가 안써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