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해주세요!!!"
이루실의 지하감옥 입구에서 울린 우렁찬 함성소리다. 삼창기사 밥달리스의 이 우렁찬 목소리는 전승으로만 전해지는 '금기를 찾는 자, 알바'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뒤 외친 함성이자 유언이 되시겠다. 본디 이 '알바'라는 사람은 바야흐로 드랭글레이그라는 곳이 저주로 시끄러웠던 시절로부터 내려오는 전승의 주인공이다. 성녀의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금기를 찾아 방랑하는 기사로 수많은 음유시인에게 노래되는 이 전승의 주인공이다. 슬프게도 전승의 결말은 비극이었고, 전승 속 인물을 맞이한 밥달리스의 결말도 비극이었다.
으레 좋은 암령은 죽은 암령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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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먹는 자 엘드리치를 쓰러뜨리고 세 번째 장작의 왕을 향해 가고 있는 그란디네. 불 꺼진 재로서도, 백교의 성녀이자 성기사로서도 성공적으로 사명을 다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허나 불의 계승을 위해 왕의 장작을 되돌리고 신들을 욕보인 악을 처단하여 주신의 명예를 드높인 영웅적인 행보에 비하여 그란디네의 행색은 그야말로 매장 될 때 벗겨진 자들이 "누님"하고 불러도 이상할 리 없을 정도로 초라하고 추레했다. 백교를 상징하는 순백의 망토는 신을 먹는 자를 상대하는 동안 심연에 절어 얼룩무늬가 되었으며 발치에는 아직도 신을 먹는자의 은신처에 들러붙어 있던 구더기들이 붙어있었다.
특히나 암월의 영묘에서 있었던 소동 때문에 자신도 신을 먹는 자와 다를 바가 없다는 심리적 중압감이 그란디네를 누르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상급 기사의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거뭇 거뭇한 그란디네의 모습과의 환상적인 조화로 투구가 꼭 죄지은 자신에게 옭아 맨 구속구 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투구를 쓴 실제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지만 대뜸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서 설명하고 어떻냐고 물어봐도 아마 구속구 같다고 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란디네에게 계속 절망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제 아무리 엘드리치를 쓰러뜨렸다고 한들 끝이 아니다. 남은 왕의 장작을 더 찾아와야하는 불 꺼진 재로서의 사명이 남아있고, 성기사 리로이도, 옛날의 자신도 다하지 못한 백교의 성전을 완수해야할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 여기서 포기하고 쓰러져봐야 결국 결말은 죽음 아니면 소울을 탐하는 망자가 될 뿐이었다. 과거 계승의 제사장에 앉아있던 마음의 꺾인 자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그란디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란디네는 다시 발을 옮겼다. 거인 대장장이의 유산인 벼락의 불씨로 다시 한번 자신의 옛 전우이자 동반자였던 (벼락 변질) 초승달 도끼를 들고 다시 발을 옮겼다. 감각은 다르지만 어느 정도 예전과 비슷하게 변한 초승달 도끼를 들고서 비단 백교, 불의 시대 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였던 거인 대장장이를 위해 다시 일어섰다.
(지금의 벼락 변질은 신앙 보정과 벼락 데미지를 추가하지만, 1편의 벼락 진화는 지금의 화염변질처럼 보정치를 깎고 벼락 데미지가 추가되는 형식이다. 신앙 보정을 추가시키는 진화는 신성 진화, 사교 진화. - 작가 주)
그란디네는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우직하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저 인간이 침입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고도의 악질 사랑꾼과 성괴...아니 성녀 이모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만약 당신이 전생에 훌륭한 사냥꾼이었다면, 악몽 속에서 철제 우리를 뒤집어쓴 괴상한 남성과 당신의 추격전을 떠올렸을 것이다.
로자리아의 환생. 그것은 아마 그란디네에게는 매우 신선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힘을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그란디네에게 솔깃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자신의 극한을 끌어내야 하는 이 세계에서 버려지는 힘 하나 없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점에 혹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거기에 아름답고 싶다는 욕망이야 말할 것도 없고 덥수룩한 머리칼이 거슬리기도 했을 것이다.
다만 이 환생을 주선하는 로자리아라는 존재는 침입을 일삼는 무리들의 숭배 대상이며 그 무리들은 '암령'이니, 신들에게 대적하려는 자들의 한 갈래다. 신들의 그림자인 암월의 검들이 불을 켜고 잡으려고 드는 존재들인데다 예로부터 불경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로자리아는 부패한 교단인, 백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솔직히 실토하기 민망한, 깊은 곳의 교단의 주신뻘 되는 존재이기까지 하다. 그런 부정한 존재에게 손을 벌렸다는 것은 길바닥에 널린 방랑자라면 모를까 백교의 성녀라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1편은 외관과 능력치 수정이 불가하다. 2편은 성별까지, 3편은 외관과 스탯에 한에 수정이 가능하다. - 작가 주.)
그란디네는 옥졸과 구더기, 그리고 용이 되다 만듯한 생물체들을 뚫으며 딕타토르를 추격했다. 그러나 통상의 암령과는 다르게 그저 멀리서 관망할 뿐 딕타토르는 일체의 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 미로같은 지하감옥을 누비며 그란디네를 도발하며 추격전을 벌일 뿐이었다.
불현듯 딕타토르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보통 암령들은 물건의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급습을 잘 하기 때문에 그란디네는 물건 하나를 줍는데도 사주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정확히 적중했고 물건을 줍자마자 딕타토르가 불쑥 튀어나왔다.
"오랜만이지 않아? 용의 학원 서생들의 정장."
"이럴줄 알았다. 거기 서 이 자식아!!"
(옛 마술사 세트. 1편의 마술사 태생의 장비. 1편의 태생 장비는 방랑자, 성직자 세트를 제외하고 모두 등장했다. - 작가 주)
그란디네와 딕타토르는 지루한 추격전을 이어갔다. 주행거리가 늘어날 수록 그란디네의 살인 충동도 거기에 비례해서 증가했다. 심지어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딕타토르의 농간은 지루한 지구전에서 끝나지 않았다. 마치 따라올테면 따라와보라고 도발이라도 하는 듯 칠색석을 놓고 사라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끝에는 상자 하나, 미믹 하나, 그리고 지긋지긋한 저주 개구리 떼거리의 습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쫓아가는 길에 곡괭이를 줏었는데 진심으로 이걸 저 웬수의 머리통에 박고싶다는 욕망이 치솟았다.
(곡괭이. 1편에는 몹 루팅에다 소형 망치였다. 2편에 들어 대형망치로 변했다. - 작가 주)
특히나 옥졸들이 드글드글한, 독자들에게는 투표소라고도 불리는, 곳을 돌파할 때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옥졸들을 한번이라도 상대해 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에스트와 회복 기적을 동원해 힘겹게 옥졸들을 처리하고 이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곳을 뒤지면서 그란디네는 분노가 가득 서린 비명을 세번이나 질렀다. 먼저 열자마자 책형을 지고 있는 망자가 공격하자 한 번. 죄의 불씨가 있는 감옥에서 되지 못한 자들의 비룡검이 떠오르는 공격을 맞고 한 번. 마지막으로 땅거미의 반지와 그걸 가지고 있는 지하감옥의 특산품 비명지르는 시체의 절규를 듣고서 한 번.
(꼬리뼈 단검의 전투 기술은 1편의 무기 비룡의 검과 특수 공격 모션이 똑같다. 2편의 화염 롱소드, 3편의 깊은 곳의 배틀엑스 포지션으로 초반나기 무기. 또한 가장 처음 얻을 수 있는 꼬리 무기이기도 하다. - 작가 주)
(땅거미의 반지. 1편에는 체력이 절반이 되는 대신 주문 사용 횟수가 두배로 증가하는 혁신적인 물건이었다. FP제로 바뀐 지금은 체력 감소에 FP소모율 감소로 바뀌었다. - 작가 주)
마굴을 뚫고 다시 바깥 공기를 쐬게 된 그란디네. 그리고 거기서 딕타토르를 만났다. 하지만 옥졸들과 씨름하느라 녹초가 된 그란디네는 다리의 힘이 풀리고 주저 앉았다.
"늦었어. 이걸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 느린거 아냐? 자... 이게 뭔지 알겠어?"
"몰라 X발... 그냥 죽여라..."
"대수의 공허에 있는 바위 고룡이, 고룡의 편린 계약자들에게 수여하던 돌이지. 원래는 머리 쪽도 있어야 하는데 그건 안보이는군."
"...그 용들이 전부 사람이었나. 그깟 용이 뭐라고..."
"고룡의 편린 계약자들이 들었으면 싸움 걸어도 되겠다. 너무 낙담하고 있진 말라고. 지름길이 코 앞인데 여기서 멈춰있을거야?"
(용두&용체석은 1편에선 고룡의 편린 계약자들의 서약 보상이었다. 고룡의 편린 계약은 지금의 미친 백령과 기능이 같다. - 작가 주)
그 말을 듣자마자 그란디네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지름길의 문을 연 뒤 당당하게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죽여 이 새끼야... 그냥 네가 내 세상에 있다는 거 자체가 밥맛이다..."
딕타토르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도 그란디네가 새삼 안쓰러웠을 것이다. (자기 기준에서는) 떼쓰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기도 하고 이걸 다르게 보면 고상한 성녀님이 초심을 잃어가고, 아니면 미쳐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커스바이트 링이지. 기억나실라나?"
"아니 그..."
(저주를 베어 문 반지. 1편 때 이름은 커스바이트 링이었다. 자매품은 블러드 바이트 링, 포이즌 바이트 링... - 작가 주)
그란디네는 추격이라는 본 목표를 잃어버리고 잠자코 딕타토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야, 이 로건의 스크롤인지 뭔지, 내가 아는 그 로건이 맞나?"
"그 양반 맞아. 공작의 서고에 틀어박혀 살던 그 양반. 뭐 그런건 아무래도 좋고 저기 창문 보이지? 저기로 점프."
(빅 햇 로건. 죄의 도시의 궁정마술사들과 결정의 노야 일파는 로건의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다. 로건의 스크롤에 실려있는 마법도 로건이 알려주던 마법들. - 작가 주)
그 감옥 안에는 지크마이어...가 아니라 지크벨트가 있었다.
"오오! 이거 면목 없군! 또 한 번 귀공에게 도움을 받고 말았군 그래. 카타리나 지크벨트, 귀공에게 한 없는 감사를. 이건 감사의 마음일세. 부탁이니 받아 주길 바라네."
"잠시만... 이건..."
"...아아, 귀공, 미안하네만 먼저 가주지 않겠나. 나도 금방 뒤따르겠네. ...이번에야말로 사명을 이룰 각오를 다지고 말이야..."
그란디네에겐 저 말이 꼭 소설에서 곧 죽을 사람이 복선차 뱉는 말 같았을 것이다. 비슷한 사람의 끝에서 쐐기석 원반을 얻었으니 말이다.
(1,3편 양파기사 이벤트의 종점은 쐐기석 원반이었다. - 작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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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분이 누님께 친히 암술을 가르쳐 주실 분이지. 이 분 덕에 침묵의 금칙까지 익혔다구? 안쓸거지만."
"베르카랑 관련된 기적이 누구맘대로 빌어먹을 암술이냐. 이단이라고는 하지만."
"무슨 소리. 지금은 엄연히 론돌의 기사에게만 내려지는 자랑스러운 증표라고?"
"...베르카 교회사들이 들었으면 꼭지가 돌아서 달려들었을거다. 재수없는 자식."
(침묵의 금칙. 1편에는 죄의 여신 베르카와 관련된 기적이었으나 3편에는 론돌의 기적으로 바뀌었다. 성능은 똑같다. - 작가 주)
"큭큭... 그래, 초승달 도끼 간만에 들었는데 쓸만 하고?"
"..."
차마 그렇다고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을거다.
"솔직히 말하면 그걸 벼락 변질 하는 것보다 메이스나 용을 가르는 도끼를 조제하는게 편할걸. 거기에다 아까 줏었던 벼락의 검을 사용하는 거지. 그럼 엄청 강하다고. 무엇보다 예전과는 달리 그 귀중한 주문을 얻는데 신들에게 손찌검 할 일이 없으니 얼마나 좋아? 회복 기적만 쓰지 말고 인챈트를 활용할 때가 왔다, 이 말이지."
"..."
(벼락의 검. 같은 성능으로는 1편의 태양의 검이 있다. 획득 조건은 그윈돌린 격파후 암월의 영묘에서 루팅. - 작가 주)
"자 그럼 내 호의는 여기서 끝인건가. 난 돌아가 볼까. 기회되면 또 보자구~"
딕타토르는 칠색석 하나 뺏어가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
그란디네는 계속 말이 없었다. 딕타토르가 그냥 돌아간 것이 진심이 담긴 호의인지, 아니면 다 잡은 물고기 놓아주듯한 조롱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의 문제를 앞서 그 자는 엄연히 불의 시대를 끝내버릴 목적으로 어둠(지금은 망자)의 왕이 되고자 하는 재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에게, 자신의 사명과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를 하는 자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다.
그란디네는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심란한 감정을 대변하듯 예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신의 분노'마저도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신의 분노. 1편 신앙캐의 결전병기. 지금의 발동 범위와 위력에 포스의 발동속도를 지녔다고 생각하면 된다. - 작가 주.)
첫 소설+만화 병행입니다.
본래는 초승달 도끼에대한 평을 묻는 부분이 만화로 될 예정이었으나 파일이 망가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글로 대신해서 올립니다.
...그림 실력이 많이 죽어서 그리는 속도도 크게 죽은...
오늘은 그란디네 궁뎅이가 안 나왔네요(시무룩)
고룡계약.... 3편에는 용체석을 쉽게얻을수있게 해놓은대신에 외형을 죽인게분명합니다..
옳으신 말씀...
오늘은 그란디네 궁뎅이가 안 나왔네요(시무룩)
...?!
글이 많은게 아쉽긴하지만 올리신다는것 자체가 대단하십니다.... 그림도 잘그리시고....똥손은 울어여ㅠㅠ
제가 봐도 너무 심해서 원래대로 만화 체제로 돌아갈까 심하게 고민중입니다...
만화 체제로 돌아가신다면 저희야 좋죠!!! 헤헿
미콜라시 무엇
근래에 플스 빌려서 블본을 좀 했습니다.ㅋ
삭제된 댓글입니다.
Waldenser
감사함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