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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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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 이후 며칠동안 헌병대와 기무부대를 왔다갔다하며 진술서를 쓰고 대질질문을 받았고,
그러는 동안 내가 잘 따랐던 이미 전역한 선임한테서 갑자기 '그러면 안된다'고 전화가 오거나
나를 잘 따르던 후임이 갑자기 내 앞에서 혼잣말처럼 쌍욕을 하고 지나간다거나 하는
전형적인 따돌림의 분위기가 형성됐고, 그럴 때마다 늘 옆엔 소대장이 지켜보고 있었음.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로 지겹게 반복되는 진술서 작성도 끝나갈 무렵,
대대장이 나를 불러 나 혼자만 대대장실에서 단독 면담을 함.
중대장과의 지긋지긋하고 압박적인 면담을 떠올리며 각오를 다잡고 들어간 나는
들어가자마자 대대장 비서(?)병사 에게 차를 대접받고 긴장이 좀 풀렸음.
그 이후 대대장이 얘기하기 시작했음.
대대장 - oo아, 내가 딱 두가지만 물어볼게.
나 - 상병 ooo, 예
대대장 - 관등성명 떼고, 솔직하게 답해줘야 된다.
나 - ㅇ, 예 알겠습니다
대대장 - C랑 니 맞선임 등등이 B 때렸고 그 외 사람들은 방관했어?
나 - 예 그렇습니다
대대장 - 그리고 너는 C를 주먹으로 때렸고?
나 - 예 맞습니다
대대장 - 너 C 때린거때문에 영창 갈 수 있어, 그래도 때린거 맞아?
나 - (당황) 아니 그건 B를 향한 가혹행위를 멈추려고 ...
대대장 - 이유야 어떻든 폭력을 쓰면 안된거야.
나 - ... 예
대대장 - C 때린거 맞아?
나 - 예, 맞습니다.
대대장 - 다른 애들에 대한 얘기도 다 사실이고? 그럼 다같이 영창 가는거야.
나 - 예 맞습니다. 같이 영창가겠습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자 대대장이 호탕하게 웃고는 말했음.
이 때 대대장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음.
대대장 - 이러니까 니가 멋있다는 거야 oo아
나 - 예.. 잘못들었습니다?
대대장 - 가서 쉬어. 이후에도 또 하고싶은말 있으면 찾아오고.
나 - 예 알겠습니다.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안보였던 사건이 처음으로 인정받은 듯한 후련한 느낌으로
대대장실 문을 나서자 문 밖에 내 맞선임, 맞선임의 동기, C, C의 동기 이렇게 네명이
불려와서 기다리고 있었음.
그러면 안되지만, 걔들이 들어가고 나서 무슨 얘기를 하나 듣고싶어서 대대장실 문 앞에서
귀를 기울여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음.
그러다 포기하고 생활관으로 복귀하려던 찰나에,
"똑바로 말 안해!!" 하는 대대장의 목소리를 듣고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생활관에 복귀했음.
그 다음날, 바로 징계결과가 발표됐음.
중대 전인원 재배치(뭔가 단어가 있었던거 같은데 까먹었음),
그리고 우리 소대 전체 인원에 휴가제한 5일이 내려졌고
내 맞선임 - 영창 15일 (만창)
C - 영창 10일
내 맞후임 - 영창 5일 (나 없는 사이에 C 싸대기를 때린적이 있었다고 함)
나 - 영창 7일
이렇게 결론이 났음.
참고로 이 때는 영창을 가면 그 일수만큼 군대전역이 뒤로 미뤄지는 그런 시스템 이었음.
솔직히 대대장과의 면담 이후에 영창을 가더라도 다른 애들보다
적게 갈거라고 생각했는데 좀 실망했지만, 그래도 끝내 징계를 피할 뻔한
맞선임과 C에게 징계가 내려진 것만으로 만족했음.
그렇게 영창에 가게 된 우리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짐을 싸들고 이동했는데,
이동하던 중 B의 부모님과 B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반가워서
가서 인사를 했고, B에게 부모님을 만나서 좋으냐고 물었음.
B는 여태까지 늘 그래왔듯이 말없이 멍청하게 웃었고 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했음.
-
(사실 이 부분이 내게 있어 아직도 이불킥을 하는 가장 후회되는 부분인데,
내가 가서 인사를 건내고 B에게 얘기를 하는동안 B의 부모님들은 말없이 나를 노려보고 계셨다.
아마도 내가 B의 선임으로 보이니 그러셨던거 같은데,
나는 그 눈빛에 눌려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떴다.
내가 그 자리에서 '어머니, 전화로만 통화하고 뵙는건 처음이네요' 라고만 얘기했어도
그 누구보다 내가 옳은 일을 했다는 응원과 힘, 그리고 감사를 받을 수 있었을텐데.
나는 왜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떠났을까. 통화 녹취록을 넘겨버린 B의 어머니 때문에 나는
1년넘게 함께 자고 생활했던, 심지어 나를 잘 따랐던 후임들에게 까지 따돌림 당했는데.
힘들게 지냈던 지난 몇달에 대한 감사인사를 들을 수 있었을텐데.
결국 나는 오해 속에 경멸하는 눈빛만 받은채로 B의 부모님과 헤어졌다.)
-
그렇게 영창 전에 마지막으로 판결을 받는 군사법원? 같은 곳에 가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사실여부를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군검사와의 면담을 하게 됐음.
군검사 - 보자 ooo ... 이게 무슨 내용이지.. 그러니까 니가 밖에 쟤네를 다 찔렀다고?
나 - 예 맞습니다
군검사 - 근데 너는 여기 왜 왔어?
나 - (??) 저 녀석들이랑 부대에서 어떻게든 징계를 피하려고 빙빙 돌려서.. 영창 데려가려고 같이 왔습니다.
군검사 - (다시 한번 자료를 읽어보더니) 적힌거에 비해서 7일은 좀 과한데... 알겠어
나 - 저 사실 ooo 상병도(맞후임) 저랑 같이 증언해줬던 인원입니다.
군검사 - (자료를 뒤적거리더니) 아아 얘? 알겠어 다음 얘 들어오라고 해
나 - 예 알겠습니다
이런식으로 짧은 대화 정도만 오가는 수준이었는데
맞선임과 C는 무슨 대화를 하는진 몰라도 좀더 오래 걸림.
그리고 이후 다같이 담배 한대 말없이 묵묵하게 핀 다음
무슨 드라마에서나 보던 법정(근데 생각보다 좀 작았음)에 서서 최종 판결을 받음.
내 맞선임 - 10일 (뱀 혓바닥 같은 세끼 진짜 대단함)
C - 15일 (만창)
내 맞후임 - 3일
나 - 2일 (최소 형량)
그렇게 판결을 받고 맞선임과 C의 노려봄을 받으며 영창으로 이동했고
마지막으로 맞후임과 나눈 대화는 이러함.
(영창 오는 버스에서 말 놓음)
맞후임 - 아니 난 들어가서 예예만 했는데 왜 형량이 줄었지
나 - 아 내가 검사님한테 말씀드렸어 너도 증언했던 사람이라고
맞후임 - 아 형 고마워
나 - 아냐 뭘 .. 잘지내라
맞후임 - 형도 잘지내 또 보자
- p.s
영창 복귀신고 당시 대대장이 "너 꼭 제대하면 제대날에 나 보고가라" 라고 했지만 말뚝 박힐까봐 재빠르게 도망감.
형님은 좋은일 한거야 이런일이 한번 두번 일어나고 인식이 바뀌면서 더 좋아지는거지 나는 적어도 그렇게 믿는다. 사람하나 그사람의 가능성을 살린거라ㅜ생각해
B가 나중에라도 연락와서 부모님이 오해풀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
B부모님 건은 좀 아쉽네. B가 부모님한테 사실을 말해줬으면 좋겠지만, 앞에 서술한거 보면 그럴 지능은 안되는것 같은데...
우와우.. 이걸 육교를 안보낸다고?
진짜 군대에서 이런 일 있었다는거 보면 그나마 나는 약과였다는 걸 알게되네...작성자님 고생하셨소
나도 글짓기 능력이 있었으면 이야기에 간 좀 쳐서 더 많은 사람한테 관심받고 싶은데 능력이 안되서... 있는 그대로밖에 못쓰겠다
B가 나중에라도 연락와서 부모님이 오해풀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
우와우.. 이걸 육교를 안보낸다고?
형님은 좋은일 한거야 이런일이 한번 두번 일어나고 인식이 바뀌면서 더 좋아지는거지 나는 적어도 그렇게 믿는다. 사람하나 그사람의 가능성을 살린거라ㅜ생각해
고맙다..
멋지다 진짜
B부모님 건은 좀 아쉽네. B가 부모님한테 사실을 말해줬으면 좋겠지만, 앞에 서술한거 보면 그럴 지능은 안되는것 같은데...
그래서 아직도 가끔 잠들기전에 "A가 혹시 대신 얘기해주지 않을까 vs 아니 근데 B부모님하고 나하고 마지막으로 만날때 A는 없었잖아" 로 이불킥하느라 잠을 설칠때가 있음..
진짜 군대에서 이런 일 있었다는거 보면 그나마 나는 약과였다는 걸 알게되네...작성자님 고생하셨소
아! 조금 아쉽다! 조금만 간 더 쳐봐
나도 글짓기 능력이 있었으면 이야기에 간 좀 쳐서 더 많은 사람한테 관심받고 싶은데 능력이 안되서... 있는 그대로밖에 못쓰겠다
하긴 지금과 20살 어릴때는 이런처세술이 약하긴하지ㅋㅋㅋ 그래도 우린 열심히 했잖아?
시팔 노도 시팔
잘봤습니다
작성자는 별거 없는 글 솜씨라지만 상당히 흡입력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소설이라면 글밥 좀 먹을만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