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앞서..
다량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를 원치 않으시는분은 보시지 않는걸 추천드립니다
다른 게임과의 비교가 꽤 있으며 제 절대적인 주관적 의견이라는 점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게임하고 리뷰쓰는건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엉성해도 양해부탁드립니다 ㅠㅠ..
저 말고 많은 분들이 게임 조작성이나 그래픽적인 부분은 많이 설명해주셨으니,
저는 이야기, OST, 퀘스트를 끌어가는 방향에 대해서 한번 다뤄보려고 합니다.
제가 게임을 하면서 이토록 감정적 동요를 받은건 위쳐 이후로 처음입니다.
정말.. 저는 스토리 하나만으로도 갓겜이라는 칭호가 붙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디서부터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한번 모자른 글실력으로 써보겠습니다!
WE'RE THIVES, IN A WORLD THAT THEY DON'T WANT US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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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과 컨텐츠를 희생해 얻은 깊이감과 무게.
아서 모건.
참 쓰라리고 아픈 생을 보낸 남자.
영화나 드라마도 아닌 게임에서, 그것도 오픈월드 게임에서 캐릭터에게 저런 깊은 무거움과 쓰라림을 얹어 그걸
플레이하는 유저에게도 공감을 유도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하고싶은 얘기를 먼저 하기 앞서, 더 이해하기 쉽게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와 비교 해보겠습니다.
둘다 비슷한 날짜에 출시 되었으며, 오픈월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
그렇지만 오픈월드라는 점만 빼면 둘의 차이는 정말 극명합니다.
오디세이는 그냥 아마추어 요리사들이 대중성 있는 요리를 여러가지 대충 만들어,
한 접시에 각기 담아 어느정도 만족감은 줄수 있지만 금방 맛의 한계가 드러나는 뷔페라고 본다면
레데리2는 그 분야 최고의 장인이 한땀 한땀 느리지만 정성 스럽게 만들어,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겐 정말 최고의 향연이 될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자세하게 풀어 보겠습니다. 연이어 오디세이와 빗대어 보자면,
오디세이는 오픈월드의 재미를 잘 살린 게임입니다.
어딜가나 있는 물음표, 그리고 수많은 서브퀘스트.
유저들의 수집욕을 자극하는 RPG 시스템과 스킬 시스템, 대화 시스템, 매우 커보이는 스케일까지.
그러니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위에 말했듯, 깊이감을 찾아보긴 힘듭니다.
요즘 오픈월드라면 다있는, 대중에게 확실히 흥미를 끄는 연애 시스템과 수많은 서브퀘를 넣었지만
거기서 퀼리티를 찾아보거나 메인과 연관점이 있다고 보기가 정말 힘들어요.
연애 시스템은 내가 지금 직업여성 시뮬레이션을 하는건지 게임을 하는건지 깊이는 A4 보다 얇고
서브퀘스트는 처음에는 흥미롭지만 중반만가도 그저 맵에 무언가 뜨는게 싫어 억지로 하거나
스토리의 몰입감을 전부 아작낼 뿐입니다. 그만큼 서브퀘가 없어도 무방한 수준이라는 거죠.
대화 시스템도 역시 초반엔 흥미롭지만 나중가면 대부분은 결국 '아' 나 '어' 수준이라는걸 금방 깨닫습니다.
접근성이 좋고 쉽게 재미를 느끼는 만큼 쉽게 질릴수도 있다는겁니다.
그렇다면, 레데리2는 어떨까요? 앞서 비교한 게임과는 방향 자체를 완전히 달리합니다.
앞의 게임은 현재의 대중이 지향하는 방향의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면,
레데리2는 대중성과 현재의 흐름에 아주큰 빅 엿을 날립니다.
현재 게임업계가 어떻게 변해가고 뭐가 추세인지는 지나가는 누렁이보다
신경안쓰고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절대 고수합니다. 그 아이덴티티는 바로 ' 게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위의 2번째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게임을 엔딩까지 플레이했던 유저와 하지 않은 유저가 저 사진을
보았을때 과연 똑같은 반응이 느껴질까요? 저는 많이 다를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만 보아도 겪었던 이야기들이
다시 오버랩이 되면서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저는 이게 바로 락스타 아니 레데리2가 끝까지 고수했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이나 오락의 목적이 아닌, 게임은 끝나도 기분좋은 여운으로 우리 곁에 머물수 있다는것.
정말 누군가의 삶을 옆에서 슬쩍 보는것이 아닌 , 어느 매체보다도 더 강렬하게 체험할수 있게 해준다는것.
그렇지만 이게 쉬운일은 아닙니다. 쳐내야할것도 역시 많습니다.
그들이 쳐낸 곁가지중 하나는 바로 컨텐츠 입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성인 컨텐츠' ....
락스타가 만들었던 GTA 시리즈에는 성인 컨텐츠는 거의 필수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이게임에서는 찾아볼수가 없습니다.
어찌보면 많은 흥미를 끌수 있었던 이런 컨텐츠를 포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케릭터의 디테일을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게임에서는 구구절절하게 이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대신,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던 유저들에게 주는 선물이란 듯이 그 이유를 알려줍니다.
퀘스트, 심지어 필수로 해야하는 것도 아닌 퀘스트중 아서는 무덤덤한듯이 말합니다.
자신도 한때 평범한 삶을 꿈꾸고 가정을 이뤘었다고, 그렇지만 단돈 10달러로 인해 아내와 자식이 죽임을 당했다고.
그런 아픔을 가졌음에도 메리라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아픈 사랑을 한다고.
저는 솔직히 여기서 소름을 느꼈습니다.
만일 다른게임 같았으면, 이런 사실은 초반부터 알려주거나 엄청큰 떡밥인양끌고갔을텐데 레데리2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서모건 이라는 남자는 어리고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를 잃은 부러진 남자입니다.
거기다 자신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메리를 잊지 못해
겉으론 투덜거리면서도 항상 마음속에선 가슴 앓이를 하기도 하죠.
옆동네처럼 구구절절 자신의 가슴아픈 사연을 얘기하고 다니지도 않아요.
말하면 너무 아프기에 가슴속에 품고있다 어쩌다 한번 어렵게 자신의 얘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불쌍하고도 답답한 남자에게는 성인 컨텐츠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첫사랑을 잊지못해 항상 가방속에 사진을 품고다니는 남자가 할짓은 아닐거 같습니다.
이런식으로 레데리2는 컨텐츠, 혹은 빠른 흥미를 풀만한 것들을 쳐내는 대신 캐릭터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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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할말은 정말 많습니다 ㅜㅜ 캠프, 돈의 의미, 구원 등등.. 하지만 내일 출근을 해야하는 관계로 ㅠㅠ
빠른시일내에 2부로 정리 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모자란 필력에 정말 죄송합니다.. (_ _)
정말 좋은글이고 잘쓰셨는데 댓글이 하나도 없다니 아쉽네요.. ㅠ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이번 레데리2는 그야말로 한편의 잘만든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고 저 역시 처음에는 그저 전작 주인공인 존만 내내 보였었지만 게임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 아서와 더치에게 각각 일어난 심적 변화와 그것을 너무도 입체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해주는 스토리에 빠져들어 게임을 완료한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아서 모건이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되고 그로 인한 여운이 무척 강하게 남는군요. 정말 여태껏 게임을 해온 이래로 이렇게까지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오픈월드 게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의 외적인 완성도와 유저편의면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걸 제껴두고서라도 이번작품은 무엇보다도 제작진의 강한 장인정신과 고집, 그리고 편집증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세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더군요. 정말 간만에 게임불감증을 잊고 한편의 장대한 서부 대서사시를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