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세계관에서 살인은 영혼을 손상시키고, 호크룩스 마법은 이를 이용해 영혼을 찢어내서 물체에 봉인하는 수법입니다
근데 이 살인에서 영혼이 손상되려면 정당방위라고 생각하거나 악행이라는 생각이 없으면 안 됩니다.
기록말소처럼 악인들을 골라 죽이고선 "쓰레기를 하나 더 치웠으니 이제 세상이 더 좋아지겠군."이라고 하면서 눈 앞에서 어둠의 마법사 수십명을 쳐죽이고, 그 우두머리를 폭탄통으로 변신조차 안 시키고 그냥 보통 상태에서 시체도 안 남을 정도로 산산조각 내버리고도
"믿어지지 않아. 드디어 룩우드의 공포 정치가 끝났어. 내티한테 바로 부엉이를 보내서 소식을 전해야겠어."
라고 스스로가 악인 토벌 성공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기뻐하는 것이 전부.
이렇게 살인을 저질러도 정의로운 행위라고 진심으로 믿으며, 죽인 대상을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해롭게 하는 쓰레기로 취급하며 "살인이 아니라 청소다."라고 여기는 경우는 영혼이 찢어지질 않습니다.
스스로 영혼이 찢겨질 잘못을 했다는 자각 자체가 없으니까요.
이렇다보니 덤블도어는 자신의 영혼은 어쩌냐는 스네이프에게 자신을 죽이면 (당사자가 원하는)안락사라서 오히려 고통 없게 해주는건데 영혼 손상이 있겠냐고 말합니다. 즉, 합의 안락사는 살인이라도 영혼 손상이 없습니다.
당사자가 원한 것 + 본인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설령 영혼 손상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시 스네이프라면 영혼 손상은 치유됐을 겁니다.
헤르미온느(허마이오니):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정말로 마음속 깊이 가책을 느껴야만 해. 그런데 거기엔 각주가 달려 있어. 가책의 고통 때문에 자기 자신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거야. 난 볼드모트가 어떤 식으로든 그런 일을 시도할 거라고는 결코 상상할 수가 없어. 안그러니?
7권에서 호크룩스를 되돌릴 방법은 아주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바로 양심의 가책이라고 헤르미온느가 언급합니다. 마음속 깊이 살인에 대해 괴로워하면 영혼 손상은 치유됩니다만, 문제는 그만큼 PTSD에 시달리게 될 거란 것입니다.
스네이프는 당사자 동의 안락사에 덤블도어가 영혼 손상 없을거라고 말로 위로해주면서 죽여주기로 한 것 고맙다고 하는 등으로 죄의식이 많이 덜어졌을텐데도, 자신에게 이런 일을 시켰다고 원망 어린 표정을 하고 제발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덤블도어를 약속대로 고통없게 죽인 후, 급격한 스트레스로 덤벼오는 해리에게 "날 비겁하다고 부르지 마!"라고 소리를 질러대기도 했습니다.
죽임 당하는 당사자가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을 해줘도, 안락사라고는 해도 자신의 손으로 사람(그것도 자기 상관)을 죽였다는 사실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괴로워하는데 이것조차 없었다면 정신이 견디기 힘들었겠죠.
예시로 그린델왈드도 살인을 많이 했었습니다만, 호크룩스를 직접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말년에는 자신이 사람들을 죽인 것을 후회했다고 하며, 볼드모트가 왔을 때 자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조롱하면서 일부러 도발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원래부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겠지만, 비정상적인 자기확신으로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을 후회하고 뉘우쳤기에 살인에 의해 영혼 손상이 있더라도 복구됐을 겁니다.
대신 살 생각도 없어졌겠지만.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의 무차별 살인은 그냥 마법 세계의 전세계 역사를 통틀어서 정신 나간 수준인 것입니다. 볼드모트 이전에 역사상 가장 위험한 어둠의 마법사였다는 그린델왈드도 사람들 죽인 것을 후회하는데 이것들은 그것도 없었으니.
그리고 볼드모트는 영혼 손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영원히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갇혀서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영고라인이 된...
뭐 본인의 자뻑대로 '어떤 마법사도 가지 못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긴 했죠. 그게 인간 미만의 마이너스 방향이었지만.
영원히 이승과 저승의 사이에 홀로 갇히는 누구보다 도달하지 못한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죠. 영혼 손상이 너무 심해서 저승으로 건너가지도 못한다니...
볼드모트가 영혼에 손상을 입을 정도의 가책을 느낀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것도 7번이나.
영혼 복구하려면 가책을 느껴야합니다. 영혼 손상 때는 악행인거 알면서도 죄책감 없이 저질러야 함.
드레이코 말포이 같이 억지로 하는 경우에도 영혼 손상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때는 악행으로 영혼 망가지는 것 외에도 설령 죄책감 품어서 영혼 손상 피하더라도 그 정신적 고통이 파멸급이라. (내가 사람을 죽였어...으어어엉) 같은. 악인이 되어서 영혼 망가지기 vs 죄책감으로 폐인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