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주제에 닿아있는 얘긴데
박사장이랑 박사장네 사모님은 걍 평범하고 일반적인 보통 사람임
그렇다고 기우네 가족이 존나 악랄하고 비열한 인간들이냐 하면 그것도 좀 애매함
문광네 부부가 그렇게 끔찍하게 역겨운 인간들이냐 하면 그것도 좀 애매함
결과적으로 그들이 저지른 행동들은 끔찍하고 악랄하거나 기괴하고 소름끼치는데
작중 기우네 엄마가 "내가 그 집 사모님이었으면 내가 더 착해" 라고 말한 것과 같이
사람은 자기자신이 속하고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행동하게 돼있는거고
그런 고상스럽고 마냥 더러운 꼴 볼 일 없는 박사장의 환경으로 도약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기우네 가족은 살인자에 사기범법자로 치닫고
그런 박사장네 가족에게 기생충처럼 얹혀살던 문광네 부부는 박사장네 집에서 살 때는 그 나름대로의 품격을 위장하며 살았지만 그 끈이 떨어지자 마자 비참하고 역겨운 꼴이 난 거.
영화에서 박사장이 엄밀히 따지면 좋은 상사이고 그 아내가 심플하고 머리가 꽃밭인 인물로 그려지는 이유는
박사장과 그 가족들이 충분히 선한 인격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것이 아닌
그정도 쯤 되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굳이 더러운 꼴 자체를 보이고 복잡하게 살 이유가 없기 때문임.
그렇다고 기택 일당이 가난했기 때문에 악랄해졌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
박사장 부부가 부유하기 때문에 악독할 필요가 없었다... 는 맞지만 문광 부부나 기택 일가가 가난했기 때문에 악랄해졌다고 해석하면 선량하게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함.
주어진 선택지가 너무 제한적이긴 했지. 영화 바깥에서 일상을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박사장네 집 탐내지 말고 그냥 성실하게 돈 벌어서 잘 살면 되는거 아닌가? 싶지만 알바자리 하나 못 구하고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아가던 가족에게 박사장네 집은 너무 찬란한 꿈이었음
영화에서 그들이 택한 행동들이 대단히 악랄하고 기괴하긴 했지만 그건 그냥 영화가 원하는 주제를 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함. 현실에서 일반적인 사람이 기반재산 없이 박사장 정도의 재력을 쌓아 기우의 꿈같은 결말을 바라기 위해서는 부동산 갭투자나 비트코인 대박같은 수단밖에 없는데 영화 내에서 그 박사장의 낙수효과를 조금이라도 빨아먹으려고 아귀다툼하는 모습이랑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함. 눈과 기준은 박사장이랑 동급이고 그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서 못사는 놈들끼리 별의 별 미친짓거리까지 다 해가면서 서로 뺏고 뺏기는 쟁탈전을 벌이는거지
그 유혹을 못 참았기 때문에 기택 일당이 악당인거지 머. 선을 몇번씩 넘다가 파탄났다는 건 한 번만 참았어도 수습될만한 대목이 몇 번씩 있었단 거니까.
내용이 굉장히 자극적이어서 그렇지 오히려 멀리 물러나 건조하게 보는 게 옳다 싶기도 하더라. 서 있는 위치가 다른 사람은 욕망도, 약점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고.
ㅇㅇ 그래서 각 계층을 대변하는 인물들에게 다 어느정도의 소격효과를 주는 장면들이 있음. 작품내에서 사실은 착한 상사인거 아님? 하는 박사장도 고용인 사정도 안들어보고 그냥 일하던 사람들 다 자르고 정색하고 선긋는 장면이라던가 마냥 대가리 꽃밭이던 사모님도 정떨어질만한 언행이 이어진다던가. 기우네 가족이나 문광네 부부가 봐주기 어려울정도로 악랄하거나 혐오스러운 부분도 아마 그런 효과를 위한거라고 생각함. 조금이라도 인간적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으면 감정이입하기 좋은 상황이니까. 그냥 최대한 등장인물한테 공감하지 말고 한발자국 물러나서 이 인간들이 사회적 위치에 따라 무슨짓을 저지르는지 봐라 하는 느낌의 영화였다고 생각함 그리고 내가 아는 부잣집 딸랭구는 박사장네 가족한테 풀감정이입해서 대체 박사장네 가족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저렇게 배은망덕하게 구냐는 감상평을 남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