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역 없는 최상위 장비가 우수수… ‘던전앤파이터’ 슈퍼계정 논란
9일 저녁, 일련의 유저 제보를 통해 ‘던전앤파이터’ 속 정체모를 은둔 최강자가 포착됐다. 카시야스 서버의 모험단 ‘궁댕이맨단’ 캐릭터 다수가 게임 내 최상위 장비를 12강부터 14강에 이르는 고강화, 고증폭으로 풍족하게 갖췄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궁댕이맨단’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고래(게임 매출을 책임지는 헤비 과금러) 유저일까. 하지만 유저의 주요 행적을 기록하고 타인도 열람할 수 있는 ‘타임라인’ 시스템에 따르면 문제의 캐릭터가 최상위 장비를 획득했거나, 강화에 성공하였다는 내용은 남아있지 않다. 즉 진짜 수련을 통해 경지에 오른 강자가 아니라 모종의 부정행위가 개입되었다고 봐야 한다.
캐릭터 생성 후 타임라인에 증폭 내역이 하나도 없음에도 12증 세트를 둘렀다.
심지어 유저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불거지는 와중에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9일 저녁부터 갑자기 ‘궁댕이맨단’ 캐릭터들이 논란을 부른 신화 등급 마칼작(마스터 칼레이도 박스를 활용한 등급 조정) 장비를 해제하고, 소속 길드 자체가 소멸하는 등 종적을 감추기 시작한 것. 무엇보다 비어 있던 ‘타임라인’에 강화, 증폭 기록이 뒤늦게 추가되어 ‘궁댕이맨단’이 단순한 치터(Cheater)를 넘어 개발자 혹은 운영진급 실권자라는 의혹이 커졌다.
‘궁댕이맨단’이 비정상적인 계정임이 명백해진 상황에서 이 자가 외부 치터일 경우 치명적인 보안의 허점이며, 그게 아니라 ‘던전앤파이터’ 개발자 혹은 운영진의 슈퍼계정이라면 더욱 중대한 배임 행위다. 개발자, 운영진 등 내부자가 슈퍼계정을 사용한다면 [GM]임을 분명히 해야 옳고, 테스트 등의 목적으로 일반 유저 사이에 섞여야 하는 경우에도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궁댕이맨단’은 그 어느 쪽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로 최상위 장비를 연속 획득하는 과정이 타임라임에 잡히기도 했다.
거기다 지난 1월 ‘던전앤파이터’ 강화대란 이벤트 유출의 범인이었던 캐릭터 ‘엉덩짝맨’이 이번에 논란이 된 모험단 ‘궁댕이맨단’과 동일 계정이라는 정황까지 나왔다. 당시 네오플 강정호 디렉터는 유출자에 대한 징계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 만약 ‘엉덩짝맨’과 ‘궁댕이맨단’이 동일인이라면 그조차 진정성을 잃고 만다. 즉 앞으로 넥슨과 네오플이 어떠한 진상 조사와 처분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유저가 액면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운 시점에 다다른 셈이다.
이에 네오플 강정호 디렉터는 10일 새벽 ‘던전앤파이터’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문제를 인지한 직후부터 논란이 된 캐릭터와 길드 등 모든 내역을 조사 중이며, 가능한 빨리 후속 조치를 공지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도 덧붙였다.
과연 금번 사태가 과거 다크서클 사건처럼 내부자 일개인의 일탈로 끝날지, 아니면 더 큰 부정의 일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오후 2시에 다다른 현재, 네오플의 추가 발표는 없는 실정이다.
현재 넥슨과 네오플은 문제의 캐릭터, 길드 등 모든 내역을 조사하는 중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