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니의 가장 큰 주제 중 하나는 '꿈' 이다.
이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쉼없이 강조된다.
데이비드가 아라사카의 꼭대기까지 올라가길 바라는 글로리아, 달에 가고 싶어하는 루시, 그 외에도 끝없이 강해지며 달려가고 싶어한 메인, 타인을 이용하고 배신해서라도 출세를, 생존을 추구하는 패러데이나 키위까지, 모든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꿈을 가지고 있다.
혹은 나이트시티 자체가 그런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이가 무언가를 바라보며 달려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지 못한 이들은 길바닥에서 뒹굴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쾌락 속에서 살다가 말라비틀어져 죽는 것이다.
그렇기에 루시는 마음의 대피이자 자신의 자유를 투사한 '달' 을 꿈꿨고 글로리아는 아들의 재능을 보고 아들의 성공을 바라며 아들에게 자신의 꿈을 투사했다.
하지만 루시의 말마따나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타인의 꿈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아카데미가 자신에게 맞지 않았음에도 어머니의 바램에 의해 억지로 다니고, 자신의 몸을 크롬으로 바꿔가며 메인의 뒤를 쫓아 달려갔고, 루시에게 반한 그는 루시를 달에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파멸을 향해서 아랑곳않고 달려간다.
결국 데이비드는 그 꿈을 이루게 된다. 아라사카의 꼭대기에 올라가게 되었고, 끝(edge)을 향해 달려간 그는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루시는 결국 데이비드에게 이끌려 달에 가게 된다.
이 뒤틀린 꿈의 달성은 엔딩을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장치이다.
아라사카의 꼭대기에 선 데이비드는 결국 땅에 떨어졌고, 전설이 되어 죽었으며, 그가 이루어주려 했던 루시의 꿈은 이미 달에 가는 것이 아니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데이비드의 결말은 참으로 비참하고 비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의 엔딩이 슬플지언정 불행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데이비드는 자신의 꿈을 찾았기 때문에.
데이비드는 사이버 스켈레톤으로 몸을 개조하면서까지, 사이버 사이코가 되어가면서까지 루시를 지키고자 한다. 루시는 그런 데이비드를 보며 슬퍼하지만 오히려 데이비드는 그런 루시를 보며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이 선택한 자신의 꿈은 루시를 지키는 것이었고, 결국 그 꿈을 이뤘으니, 데이비드에게만큼은 이 엔딩이 그 나름의 해피엔딩이었다 생각한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주인공인 루시에겐 어땠을까.
루시는 달에 가는 것이 꿈이었고, 결국 엔딩에 가서 그 꿈을 이뤘지만 루시는 행복해 할 수 없었다. 루시의 꿈은 달이 아닌 데이비드가 되어있었고, 데이비드는 그의 곁에 없었으니까. 진짜 달에 선 루시는 BD 속 가짜 달에서 데이비드와 데이트를 했을 때보다 행복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결말이 루시에게 온전한 불행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애니를 처음부터 다시 본다면 떠올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만약 여기서 이랬다면" 하는 것들이다. 물론 이런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가정해보자, 만약 루시가 데이비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편이 더 나았을까?
생각하기 나름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루시는 상실의 슬픔을 고독의 고통보다 크게 여긴 것 같다. 그녀가 꿈으로 바라보던 달은 그녀의 슬픔이자 끝맺음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던 편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엔딩은 단순히 루시의 슬픔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루시가 태양을 바라보며 팔을 벌리는 장면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데이비드의 죽음에 대한 체념, 받아들임, 혹은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을 암시한다. 실제 1년 후 시점인 게임 본편에서 루시는 V에게 데이비드의 유품인 자켓을 넘긴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유일하게 데이비드를 떠올릴 수 있는 물건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이 태양 씬에 대해서 조금 더 사족을 붙여보자면 이런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루시는 평생 나이트(밤)시티에서 달을 바라보며 자신의 꿈으로 삼았다. 데이비드가 죽은 후로는 데이비드를 찾아 달에 가게 된다.(엔딩의 초록빛 달) 그리고 그곳에서 데이비드의 환상을 보게 된다.
이 장면은 슬프고 애절한 장면이지만, 그 뒤 루시가 바라보는 것은 태양(밤이 아닌 낮의 상징)이다. 평생 바라보던 달에 와서 보게 된 것이 태양이라는 것은 루시가 자신의 달(데이비드)에게서 태양(긍정적인 것)을 찾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했기에 슬프게 되었더라도, 사랑했기에 행복했으니까. 루시는 데이비드를 계속 사랑할 수 있고, 어쩌면 자신의 행복을(태양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단순한 배드엔딩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슬프지만, 이들의 선택이 단순한 불행과 비극이라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상 2회차 정주행하고 눈물 줄줄 흘리는 사람이 쓴 글이었습니다 흑흑 다시 봐도 너무 슬퍼용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 남편은 아내에게 머리핀을 선물 해 주고 싶어하고 아내는 시계줄 없는 시계를 가지고 다니는 남편을 위해 시계줄을 선물 하고 싶어 했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사고 아내는 자기의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의 시계줄을 샀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일 수도, 타인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을 강요하는 어리석음 일 수도 있죠. 하지만 루시와 데이비드를 둘러 싼 세계는 모든 것들을 착취할 뿐 만 아니라 그조차 거짓과 환상으로 기만하는 세계, 그러므로 두 명의 연인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진정성은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진정성 밖에 없죠. 오리지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어진 세계에서 유일한 오리지널로써 자신의 사랑을 증명했으니 루시와 데이비드에게는 나름 해피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제3자가 보기에는 피눈물이 쭉쭉 나더라도요.
메인 캐릭터의 비극적인 죽음을 여과없이 보여줘서 비극이 더 크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을 들으니 나이트시티라는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꿈을 찾고 이룬 마르티네즈는 그나마 해피엔딩이 맞는것 같네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슬프기만 합니다.. 글쓰신 님처럼 다른 부분들도 헤아려 본다면 충분히 괜찮은 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시는.. 자신을 더 돌아보면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원하던 죽음을 맞이했는지도요. 흐름으로 봐서는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사이코패스가 되었을 것 같거든요. 추천드립니다. 글 잘 읽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아요
메인 캐릭터의 비극적인 죽음을 여과없이 보여줘서 비극이 더 크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을 들으니 나이트시티라는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꿈을 찾고 이룬 마르티네즈는 그나마 해피엔딩이 맞는것 같네요!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 남편은 아내에게 머리핀을 선물 해 주고 싶어하고 아내는 시계줄 없는 시계를 가지고 다니는 남편을 위해 시계줄을 선물 하고 싶어 했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사고 아내는 자기의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의 시계줄을 샀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일 수도, 타인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을 강요하는 어리석음 일 수도 있죠. 하지만 루시와 데이비드를 둘러 싼 세계는 모든 것들을 착취할 뿐 만 아니라 그조차 거짓과 환상으로 기만하는 세계, 그러므로 두 명의 연인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진정성은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진정성 밖에 없죠. 오리지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어진 세계에서 유일한 오리지널로써 자신의 사랑을 증명했으니 루시와 데이비드에게는 나름 해피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제3자가 보기에는 피눈물이 쭉쭉 나더라도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슬프기만 합니다.. 글쓰신 님처럼 다른 부분들도 헤아려 본다면 충분히 괜찮은 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시는.. 자신을 더 돌아보면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원하던 죽음을 맞이했는지도요. 흐름으로 봐서는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사이코패스가 되었을 것 같거든요. 추천드립니다. 글 잘 읽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아요
비극이라 더 여운이 길었던거 같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