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해적이라면 가슴이 설레고, 어쌔신크리드: 블랙플래그를 정말 감명 깊게 했으며, 11년 전쯤 블랙플래그의 항해와 해전 부분만 떼어 이 게임이 개발된다는 소식을 들은 때부터 기다려온 사람으로서, 호방하게 11만원을 지르고 2월 13일부터 얼리액세스로 즐겼습니다... (호방하게 구매해서 "호구"라는)
플레이 타임은 꽤 됩니다만 느긋하게 둘러보며 천천히 즐기는 성향이라, 거물 칭호를 받고 브리건틴도 뽑았지만 최강급 무기나 PvP 컨텐츠는 아직 제대로 즐겨보지 못하고 아껴놓고 있습니다 ㅎㅎ
제 소감을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레드 데드 온라인" 때가 많이 생각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매우 훌륭한 게임의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버전이자, 기초가 된 게임보다 간략화되고 온라인 친화적이 된 시스템 및 내러티브, 느긋한 게임 페이스와 생존게임 비슷한 요소들, 초기 출시 상태가 버그가 많고 디테일 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다는 점까지 여러가지로 레데온을 떠올리게 한 게임입니다. 실제로 개발 과정에서 레데온의 방향성을 꽤 참고하니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다만 희망적이고 위안이 되는 것은, 사냥이 핵심 컨텐츠이면서 야생동물이 나타나지 않고 수시로 튕기며 핵까지 판치고 그 외 불쾌한 버그들이 너무나 많았던 레데온 초창기에 비하면, 지금 스컬 앤 본즈의 초기 발매 상태는 상대적으로 꽤 양호한 편인 것 같다는 점입니다. (물론 레데리 1 & 2 및 레데온은 제가 가장 사랑했던 게임들입니다. 최고의 게임성을 갖고 있는 건 맞지만 레데온이 온라인 게임으로서 유지관리 측면에서의 아쉬움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겠죠.)
한편, 완전히 망해버렸던 유비소프트 게임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를 최근에 새로 실행해보았는데, 싱글플레이에 초점을 둔 게임인데도 플레이어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꽤 많은 것들(AI 동료, 생존모드, 무기레벨 삭제 모드 등등)이 추가되어 이제는 평작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유비소프트는 어쌔신크리드 시리즈 등 다른 게임들에서도 발매 사후 지원은 꽤 성실하게 해서 많은 기능을 추가하고 단점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왔던 회사이긴 하지요. (애초에 발매 당시에 그렇게 만들어서 냈으면 좋았으련만...)
락스타는 레데온이라는 다듬지 않은 보석 같은 게임을 가지고는 몇 년 씩이나 눈에 띄는 컨텐츠 추가도 없는 상태로 방치하였지만, 유비소프트는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애초에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개발되었고 시즌마다 새로운 컨텐츠 추가를 약속한 스컬 앤 본즈이니만큼, 어크나 고스트리콘 등보다도 빠르고 체계적인 업데이트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어제 유비소프트 X 계정에서 척살표시 관련 버그, 로그함선들이 저렙 유저를 무차별 공격하는 문제 등등 현재 플레이어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사항들을 패치하고 있다고 공지한 걸 보니 한층 더 이 게임의 미래에 희망을 갖게 됩니다.
희망적으로 보자면 앞으로 1~2년 이내에 우리가 바라는 많은 것들이 시스템에 추가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해상 백병전이나 1대1 검술 대결, 좀 더 편리하고 최적화된 인터페이스, 좀 더 기능이 많아진 전초기지나 도시들, 개인 또는 클랜 기지 건설 요소 등등... 그렇게만 된다면, 이 게임은 그 때 가서 재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건 이 게임의 본질은 멀티플레이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시스템 개선보다 그냥 시즌마다 더 강한 적, 거기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무기, 유료 아이템 및 재화 등을 내놓는데만 주력한다면, 결국 이 게임은 블랙 플래그라는 걸출한 호부에게서 태어난 견자로서 생을 마감하겠지요...
11년의 개발기간과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유비소프트가 앞으로 옳은 방향으로 게임을 업데이트 해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해적 팬의 한 사람으로서, 바다의 낭만을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이 게임이 지금보다 성공하고 장수하기를 빕니다. 갓겜으로 돌아오라 스컬 앤 본즈!
P.S. 제가 너무 이 게임의 미래 얘기만 했는데, 혹시 구매를 망설이신다면 현재 상태도 충분히 괜찮은 게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혼자서 망망대해를 떠도는 낭만을 즐기신다면, 아케이드적이고 액션이 강조된 17세기 해전을 즐기고 싶다면, 새로운 배를 건조하고 무기를 업그레이드하여 강한 적들을 이기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블랙플래그에 있었지만 이 게임에는 없는 요소들"을 잊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십 시간을 매우 즐겁게 즐겼고, 버그나 불편한 점이 좀 있지만 곧 해결되리라는 희망 속에 견딜만 한 정도였습니다.
다만, 노가다 파밍 요소나 느긋한 게임 페이스가 지루하시거나, 블랙플래그의 후속작으로 이 게임을 생각하시거나, 해적이나 해전에 개인적인 선호가 없으신 분께는 추천드릴만한 게임은 분명히 아닙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 의견도 궁금합니다.
저는 초반 이정도면 진짜 양호하다고 생각합니다... 컨텐츠도 생각보다 많구요... 물론 다 만족할순 없지만 저는 간만에 이게임이 유비 역작이 될거라고 생각됩니다..
네 공감합니다! 지금 상태도 충분히 훌륭한 게임이고 앞으로 전망은 더욱 밝아보여요ㅎㅎ 한 10년 넘게 느긋하게 즐기는 장수게임이 되길!
스컬 앤 본즈 가치를 아시는 분들이 여기 좀 계셔서 다행이네요. 정말 유비 게임 중 충분히 명작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말 동감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시작이고 유비 성향을 볼때 그동안 들인게 아까워서라도 계속 패치해나가겠지요^^
대표가 괜히 AAAA 한게 아니란걸 겜 해보면 곳곳에서 느낍니다. ㅎㅎ 아무쪼록 겜 하시는 분들이라도 유비 지지를 해주면 좋겠어요. 업데이트마다 배도 추가될거라 기대가 많습니다. 허헣
저는 그냥 맵만 넓어지고 컨텐츠만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pve 거대몹 레이드같은거 로드맵에 나와있던데 얼른 해보고 싶네요~ 맵 넓어지는거나 백병전 추가는 기대하기 좀 어렵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ㅠ
백병전은 지금 여기서 따로 변경하긴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은데, 맵 추가는 나중이라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디비전도 그런 사례가 있긴 했었고요. 기간은 좀 길게 잡아야 겠지만... 1년 정도 사이에 맵 추가가 아예 불가능하진 않을 수도 있어요 ㅎㅎ
해상 백병전은 어렵더라도 전초기지에 숨어있는 현상수배범이랑 지상 1대1 검술대결 이런거라도 추가되면 좋겠어요 ㅎㅎㅎ 넘 욕심일까요 ㅎㅎㅎ
유비 정도면 사실 많은 유저들이 요청하면 어느 정도는 좀 오랜 기간을 거쳐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이전 장기 서비스 게임들 보면 그래도 많은 유저들 요청에 따라 밸런스 고려해서 괜찮은 것들은 나중이라도 구현하기도 하니까요.
근데 백병전 관련해서는 아예 근접 전투 시스템을 새로 추가해야 하는 수준이라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맛보기로 8시간 무료플레이 하다가 구매해서 재미나게 즐기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저녁 6시쯤 시작해서 정신 차려보면 새벽 1시.. 덕분에 매우 피곤한 한 주가 되었네요ㅋ
ㅎㅎㅎ 저도 요즘은 이 게임만 하네요.. 이제 이런저런 컨텐츠 거의 다 해본것 같은데 빨리 신규 컨텐츠 확장되기를 바라며 차곡차곡 돈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