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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중천에 뜰 즈음이 되어 햇살이 본격적으로 비추기 시작하면 가을이라고 해도 신카와하마 고등학교의 교실은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열기를 머금는다.
2교시인 현대문학 수업이 끝난 다음 쉬는 시간. 교실 앞쪽에서 누군가가 탄산음료의 캔을 따는 상쾌한 소리를 들으며 나오토는 더위를 못 참고 윗옷을 벗었다. 그걸 앉은 의자의 등받이에 거는 도중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잡혔다.
“크흠, 쿠로가네, 잠깐 괜찮냐?”
나오토 자리의 바로 옆까지 다가와 일부러 헛기침을 한 건 같은 반이자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후쿠다 신노스케(福田シンノスケ)다.
짧게 친 머리는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단정하다고도 하고,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면 바보 같다고도 한다. 그런 평가를 반 여자애들에게서 받고 있다. 나오토가 남 말 할 처진 아니지만 긴장감 없는 생김새를 했는데, 신노스케는 그것이 마음속부터 흘러넘치는 평화로운 됨됨이에 의해 강조되어 있었다.
키는 나오토와 거의 같은 정도. 성적도 비슷한데 취미나 취향도 가깝다. 무엇보다 죽이 잘 맞는다.
그렇게 쌓인 악우로서의 친분이,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자그마한 사건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나오토는 기억해냈다.
“너 이, 신노스케, 너 때문에 오늘 아침에 내가 뭔 짓을 당했는지….”
뭐가 아까워서 가족 같은 소꿉친구에게 게임 이벤트 취향을 조사당해야 했던가.
“뭔 짓? 뭔데?”
증오를 담아서 올려다보는 나오토를 신노스케는 찔리는 것 따윈 티끌만큼도 없다는 듯이 오히려 해맑은 웃음을 띄운 채 되돌아봤다.
한 순간 있는 대로 설명해서 규탄해줄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럴 기분은 바로 사라졌다.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한심함을 광고하는 꼴이 된다.
“…아무것도 아냐. 설명하기 귀찮아.”
“그래? 그럼 됐어. 그것보다 쿠로가네, 어땠냐? 빌려준 『교재』는. 공부가 됐냐?”
교재라고 했겠다. 나오토는 입으로 건조한 웃음을 흘렸다.
“아니 전혀.”
오히려 억지로 밀어주듯이 빌려준 게임으로 뭔가를 학습한 건 자신이 아니라 하루카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그건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건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 만큼은 똑바로 알았다.”
허탈한 표정으로 나오토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정말 의외라는 듯이 신노스케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뭐라는 거야. 그 판타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놈이.”
“허? 너야말로 뭐라는 거야.”
“아니 이놈이, 생각을 해보라고 나오토? 친척 아주머니 맨션에 방 하나 빌려서 혼자 생활. 매일 사촌이기도 한 소꿉친구가 아침에 깨우러 와서는 아침밥도 만들어 주고,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저녁밥까지 같이 먹고… 이게 어디가 판타지가 아니라는 거냐, 이 미연시남!”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마! 별명으로 퍼지면 어쩔 거야!”
몸을 슥 내밀고 굳게 주먹을 쥔 채로 열변을 토하는 신노스케. 그걸 밀어내는 나오토도 아니라고 부정한다.
하지만 신노스케는 그 정도 저항에 밀려나는 사나이가 아니다. 뻗은 양팔로 나오토의 머리를 붙잡고 강제로 어떤 방향… 교실 앞쪽으로 얼굴을 향하게 했다.
“켁…”
“잘 봐라, 나오토.”
기분나쁘게 진지한 목소리로 신노스케가 말한다. 녀석이 향한 방향에는 교실의 제일 앞줄에 앉아 친구와 잡담을 나누는 하루카의 모습이 있었다.
나오토의 머리를 붙잡은 채로 신노스케는 더욱 목소리를 낮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착하고 얌전한 성격, 학생회 임원으로 선출되는 인망, 하지만 언제나 친근함을 잃지 않는 포용력. 거기다 특기는 가사전반, 그 중에도 요리를 또 엄청나게 잘 함. 미인은 아니지만 청초하고 귀여운 용모. 가슴은 평균이상…!”
“야 이 자식아, 어딜 보냐.”
“거기다 어머니는 맨션 한 동을 소유한 자산가고, 덤으로 엄청 미인, 플러스 거유! 여기서 착각이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작게 말해!”
귓가에서 외치는 신노스케의 손을 치워내고 나오토는 당황해서 친구의 흥분한 입을 막았다.
당연히 목소리가 들렸을 하루카가 이쪽을 돌아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바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손을 흔들어 나오토가 몸짓으로 전하자 납득한 듯 끄덕이곤 친구와의 대화로 돌아갔다.
그걸 지켜보고 나서 나오토는 신노스케의 호흡권을 해방했다.
“푸핫, …크읏, 너, 허억…”
아무래도 정말로 호흡을 방해한 듯 하다. 평소보다 약간 심각한 낯빛이 된 신노스케에게 나오토는 작게 사과했다.
“아─… 어쨌든 말이지. 너는 자신의 풍족한 환경을 조금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해. 여차하면 풍족하지 못한 남자들한테 얻어맞는다?”
“예를 들면 너라던가?
“응. 때려도 돼?”
돌아서서 내려다보는 신노스케의 눈이 생각보다 진지하다. 나오토는 곧바로 얼버무리려던 웃음을 거뒀다.
그대로 턱을 괴고 무심코 다시 하루카를 쳐다봤다.
저쪽은 꽤나 밝은 화제로 무르익은 듯 남고생이 함부로 다가가기 힘든 발랄한 말소리가 여기까지도 들리고 있었다.
즐겁게 웃고 있는 하루카는 확실히 어느쪽이냐 물으면 괜찮은 생김새를 하고 있다. 전에 신노스케가 한 말에 의하면 같은 학년 애들 뿐 만이 아니라 선배나 후배들 사이에서도 귀여운 여자 어쩌고 해서 이름이 오가는 모양이다. 그중에는 진심으로 사귀고 싶어 하는 놈들도 있다던가.
하지만 나오토는 하루카가 인기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게 귀엽단 말이지….’
나오토 입장에서 보기엔 귀엽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참견이 많다던가 시끄럽다던가, 아니면 내버려 둘 수 없다던가 걱정된다던가 하는 생각이 마음 속을 채운다.
같은 나이의 여자, 라기보단 오히려 엄마에 가깝다.
그런 하루카를 상대로 신노스케가 말하는 『착각』 같은 게 일어날 리가 없다. 애초에 그런 생각 해보지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유키 씨도 가끔 저런 말 하지.’
떠올라 버린 생각에 나오토는 복잡한 기분 그대로 미간에 주름을 새겼다.
하루카의 어머니인 유키는, 나오토에게 있어선 하루카보다도 막 대하기 힘든 사람이다. 일이 바빠서 집에 오는 일이 적어 얼굴을 마주하는 건 정말 가끔이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꿍꿍이를 품은 웃음을 띄우고 나오토를 짓누른다.
언제가 되야 하루카에게 손을 대는 거니. 빨리 덮쳐버려 남자잖아. 등등.
‘정말이지, 이놈이나 저놈이나. 아니, 유키 씨는 그 녀석 엄마잖아. 자기 딸에게 손을 대라던가 하는 게 보통 엄마란 사람이 할 소리냐고. 뭔 생각이야 대체.’
투덜투덜 내심으로 불평하고 있으려니 옆에 있던 신노스케가 「오」 하고 짧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나오토도 눈치챘다. 쉬는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하루카도 시계를 확인하더니 대화를 중단하고 자신의 자리에 돌아갔다. 그러면서 이쪽에 시선을 주고는 맑게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나쁜 기분은 아니다. 나오토가 쓴웃음으로 돌려주니 옆에선 신노스케가 어렴풋한 시샘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신노스케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참 꼼꼼하게도 시간을 딱 맞춰 교실의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다음 수업인 지구과학 담당교사, 이사 타다유키(伊佐タダユキ)다.
키는 크지 않지만 탄탄한 체격을 하고 있고, 살이 붙은 둥근 얼굴은 언제나 까다로워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다. 나이는 분명 40대 중반 쯤 이었을 것이다. 오래된 디자인의 네모난 안경을 쓰고 언제나 같은 옷차림을 하는 등 딱히 꾸미는 데에 신경을 쓰는 타입은 아니다.
지학 이외에 생활지도도 담당하고 있지만 잔소리가 많고 융통성 없는 성격 탓에 이리저리 학생들에게서 악평을 사는 교사였다.
신노스케도 이사를 안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은 차치하고 그의 눈에 담기는 것은 사양이라는 듯이 얌전히 자리로 가 앉았다.
그렇게 허둥지둥 자리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확인하는 듯 늘어진 눈꺼풀 건너로 노려보고 이사는 출석부와 교과서를 거칠게 교탁에 내려놓았다.
저건 딱히 드문 광경이 아니다. 1주일에 두 번 정도 찾아오는 우울한 수업의 시작이다.
하지만 나오토는… 오늘 들어 두 번째로 경악했다.
‘뭐야, 저 숫자?!’
잘못 본 건 아닐까 하고 몇 번이나 눈을 깜박여 봤지만, 깊은 주름을 가진 중년 남성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숫자는 바뀌지 않는다.
『925』. 이런 수치는 일상적으로는 볼 일이 없다.
“쿠로가네! 교과서도 공책도 안 꺼내고 뭣 하는 거냐! 이미 수업시간이다!”
“앗, 아, 네!”
두꺼운 손가락으로 찔릴 듯이 지적되어 당황한 나오토는 서둘러 옆으로 돌아 가방에서 교과서를 끄집어 내 책상 위에 펼쳤다.
그것을 지켜본 후 이사는 만전의 준비를 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한바탕 설교한 후 무거운 고압감을 두른 채 수업을 시작했다.
교과서를 뒤로 돌려 접어 한 손에 들고 분필 앞쪽이 부서질 만큼 강한 필압으로 읽기 힘든 글씨체를 써 나간다. 너무 열이 올라 가끔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아 내는 모습은 언제나 있는 수업 풍경과 아무런 차이도 없다.
하지만 나오토의 가슴속은 수런거렸다. 애초에 별로 흥미도 없는 수업이다만 오늘은 이사의 목소리 같은 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925? 말도 안 돼… 대학병원에 입원한 환자도 그것보단 제대로 된 수치 나온다고.’
자신의 눈이 이상한건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실을 둘러봐도 이사 이외에는 그런 이상한 수치를 나타내는 인물은 없다.
특정 개인의 수치만 비정상으로 보이는 오류 같은 게 있을 리도 없다.
‘어떻게 된 거야…?’
나오토는 자신의 눈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그것이 문제였다.
“쿠로가네!”
다시 튀어나온 노성에 교실 전체가 긴장한다.
나오토가 무슨 일인가 하고 얼굴을 드니 교탁 앞에서 이사가 엄청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 이 나의 수업시간에 졸음이라니 배짱 한번 좋군….”
“네? 안 졸고 있었는…”
“말대꾸 하지 마라!!”
엄청난 압력을 가지고 이사의 목소리가 튀어 나온다. 나오토는 속으로 아차 하고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기분이 나쁠 때, 이사는 어쨌든 맘에 들지 않는 학생의 발언을 싫어한다. 증오하는 수준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오늘 이사의 기분은 지금까지 없었을 정도로 나쁜 모양이었다. 거친 손으로 쥐고 있던 교과서를 교탁에 내려치고, 그 손으로 나오토를 손가락질했다.
“지금 질문에 대답해봐라. 자고 있던 게 아니라면 답을 알겠지.”
윽, 하고 나오토는 말문이 막혔다. 자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사의 이야기 같은 건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았다. 당연히 질문이 뭐였는지도 모른다.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안 듣고 있었습니다, 라고 솔직하게 인정해버리는 것도 어딘가 아니꼬워서, 나오토는 되도록 감정을 억누른 채 평범하게 대답했다.
갑자기 이사가 입가를 뒤틀고, 분노와 유열감을 동시에 담은 시선을 향한다.
“자 봐라. 그러니까 네놈은 안 되는 거다. 대신에… 하야미, 대답해라.”
“앗, 네.”
약간 놀랐다는 듯 대답하는 하루카의 목소리에 나오토는 반사적으로 가볍게 눈썹을 좁혔다. 자기 대신에 하루카가 지명된 것엔 아무런 작위적인 의도 따위 없었겠지만, 마치 불똥을 튀긴 듯 해서 찝찝했다.
“화산활동에 의한 것…입니다.”
“그래. 역시 하야미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양이군. 앉아도 좋다.”
묘하게 기쁜 듯이 말하고, 이사는 크게 고개를 세로로 끄덕였다.
그 모습에 또 나오토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숫자가…’
증가했다. 게다가 한번에 70이나. 학생이 자신의 질문에 대답한 것이 기쁘다, 라기에는 변동량이 너무 크다.
“그에 비해서 쿠로가네, 네놈은…”
격하게 어조를 굳히고, 이사는 재차 나오토 쪽을 돌아봤다. 머리 위의 숫자가 또 증가한다. 이번엔 37 상승했다.
변하는 양이 아무래도 너무 큰 것 아닌가. 별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변동이 아니다.
이사는 나오토를 가리키고 노려보며 메마른 입술을 바쁘게 놀려 나오토가 틀려먹은 인간이라는 주제를 논한다. 평소라면 그 일방적인 발언에 불만과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반론했다간 괜히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오토의 청각은 이사의 말 따윈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저 빤히 교사의 머리 위에서 바쁘게 1~2의 변동을 반복하는 수치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해가 안 된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감도 안 잡히지만, 기분 나쁜 위화감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그것이 불쾌해서 참을수 없었던 나오토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이사 선생님. 혹시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으세요?”
그 순간 교실이 싸아 하고 고요해졌다. 안 그래도 이사의 설교 타임에 의해 숨을 죽이고 있던 모두가 완전히 숨을 멈춰버린 것이 느껴졌다.
결국 교탁 위에서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이사의 안색이 격화하는 분노에 의해 새빨개진다.
저질렀다. 나오토는 뒤늦게 찾아온 후회에 무심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사가 꽉 쥔 주먹이 난폭하게 교탁을 때린다.
“너 때문이다, 쿠로가네!!”
불타오르는 분노의 목소리에 주변의 공기가 찌르르 하고 떨린다. 그대로 얻어맞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을 보호하려는 듯이 어깨를 들어 올린 나오토의 귀가 묘한 소리를 주워들었다.
─키리릭.
태엽을 감는 소리와 닮았다고 할까. 하지만 좀더 불쾌하고, 생물적인 소리였다.
본능적으로 느낀 혐오감에 한순간 닭살이 돋는다. 뭔가 있는 건가. 기분 나쁜 기척에 오싹해하면서도 나오토가 무심코 얼굴을 찡그린 순간…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 주까지 화산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에 대해 한 명당 최소 11종류씩 조사해 오도록. 다음 수업에 검사하겠다.”
그런 말을 남기고 이사는 급한 발길로 교실에서 나갔다.
어깨를 들썩이는 이사가 교실 문 저편으로 사라지기 직전, 최종적으로 나오토의 눈에 잡힌 그의 수치는 『1007』이었다. 자신의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인간의 수치치고는 역시 너무나도 낮다.
“으하─….”
교실에 있던 아까까지의 답답한 공기는 이사의 퇴장에 의해 끝을 고했다. 갑작스레 평소대로 돌아온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오토는 책상에 푹 엎드려 깊게 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로 가득해서 뭐라 말도 못하게 찝찝하다.
결이 강한 머리카락에 손을 쑤셔넣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답답한 기분이 들 때마다 한번씩 해 버리는, 옛날부터 이어지는 나오토의 버릇이다.
“바보구만, 이사가 설교 모드로 들어갔을 때 쓸데없는 말을 하다니. 그 녀석, 완전히 너를 록온하고 있었다고.”
다가온 신노스케가 질렸다는 얼굴로 말한다. 약간 불만스러워 보이는 건 나오토를 갈구다 튀어나온 뜬금없는 과제 때문이겠지. 그것에 대해서는 나오토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나오토는 머리에 손을 댄 채로 얼굴을 든다. 그러자 신노스케 옆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하루카가 서 있었다.
“나오, 왠지 오늘 아침부터 멍하지 않아? 잠을 못 잤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뭐.”
뭐라 대답해야 할까. 나오토는 말을 고르지 못했다.
하루카도 신노스케도, 나오토의 이 이상한 눈─ 『사냥꾼의 눈』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물론 이야기할 생각도 없다. 그러니까 머리 위의 수치가 어쩌니, 같은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저 너무나도 신경이 쓰여서, 확인하는 기분으로 눈 앞의 두 사람에게 물었다.
“저기 말야. 오늘 이사, 뭔가 이상하지 않았어?”
“그런가? 평소랑 똑같았잖아.”
곧바로 돌아온 신노스케의 대답은 예상하던 대로였다. 나오토는 입가에 쓴웃음을 짓는다. 애초에 신노스케는 이사의 상태는커녕 수업 내용조차 똑바로 기억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이 녀석은 자신과 쓸데없이 닮은 구석이 있으니까.
솔직히 이 느긋한 친구놈에겐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다. 나오토는 옆눈으로 하루카에게 물었다.
그러자, 하루카는 곤란하다는 듯 한 얼굴로 곰곰이 생각하는 듯 작은 턱에 손가락을 대고 대답했다.
“…이상하다 정도는 아니지만 말야. 아까 나오 다음으로 불렸을 때, 이사 선생님 뭔가 눈이 엄청 이리저리 움직였어.”
“그랬…냐?”
“응. 빤히 보고 있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눈을 돌렸다가 바로 돌아왔다가… 같은 느낌? 거기다 눈은 내 쪽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초점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자신 없는 듯 한 하루카의 말을 들으면서, 나오토는 머리에 두었던 손으로 자세를 바꿔 턱을 괴었다. 자연히 눈이 창문 밖으로 향한다.
숫자가 보이지 않는 하루카도 느낄 정도인 이사의 위화감. 잘못 본 걸지도 모른다. 착각 한 걸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같다.
하지만 이 위화감은 마치 불길한 울렁임같이 나오토의 신경을 희미하게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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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의 2번 챕터입니다.
네.
별 내용 없죠.
1장 3까지 같이 올릴까 했는데 공교롭게도 1장 3번이 이 책에서 최고로 긴 챕터중 하나라...
아, 그런데 나오토의 머리를 긁는 버릇 말인데요.
역시 이것밖에 없겠죠?
네 뭐. 별 내용 없는 챕터라 할 말도 없네요.
다들 재밌게 보셨으면 합니다. 따지고 보면 불법공유지만.
다음 챕터에서는 이사 선생에 대한 떡밥이 풀리길 바라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