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하트?...무슨일이야? 평소와 달리 진지한 얼굴로...]
[진지해! 중요한 이야기인걸!]
[에? 그,그렇게나....?]
[그래! 나와 사키쨩에게 있어서!]
[나,나와...하트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키쨩,저깃!]
[---예,옛]
[이번 토요일이나 일요일, 언제 비어있어!?]
[에.... 어느쪽도 예정은 없지만....]
[그럼 일요일! 오후3시! 우리 가게에서!]
[어,어어 알겠어]
[우~와♪ 약속했다♪]
사키는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서 곧장 적기 시작했다. 붉은 볼펜으로 한눈에 중요한 날이란 걸 알아볼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표시를 했다.
[약속이야, 절대로! 저어얼대로!]
약속을 잡고는 하트는 사키에게 손을 흔들며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
하트의 서슬에 승강구에 있던 다른 학생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주목하고 있었다는 걸 겨우 눈치챈 사키는 수첩을 집어넣고 작은 한숨을 쉬면서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금요일 방과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일요일. 사키는 낮을 꽤나 지나서 길을 나섰다.
금요일의 방과후부터 계속 기대와 불안이 섞인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숙제에도 손을 못 대, 더욱 긴장하게 되어 버려 제대로 잠을 들지 못했다.
수면 부족탓으로 약간 빨개진 눈을 신경쓰면서 도착한 [찻집 아이노]의 입구에서 [[사키쨩이 오니까 하루 종일 전세라구♪]]라고 적힌 종이가 있는 것을 보고, 사키는 도저히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딸랑딸랑---.
손님이 온 것을 알리는 고전적인 종이 울리자 하트는 주방에서 얼굴을 비쳤다.
[아, 사키쨩이다. 어서오세요~♪]
[에에,하트,그래서 오늘은...]
[자-자-자,사키쨩. 침착해 침참해.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줘. 앞으로 조금 더...이얍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에잇]
[...그,그래? 그럼...]
사키는 오랜만에 찾은 [찻집 아이노]의 점내를 둘러보며 예전에 곧 잘 하트와 함께 앉았던 주방쪽이 살짝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주방에는 언제나 하트의 어머니가 있었던 기억 밖에 없었던 만큼 하트가 주방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편, 하트는 사키가 보고 있다는 것을 신경쓸 여유도 없이 운앞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로 무시했을 알람시계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도, 점심밥도 걸러가며, 사키가 올 때까지 완성하겠노라고 한결같이 주방에서 힘내고 있었다.
약속한 오후3시 즈음에 사키가 도착한 뒤로 이래저래 1시간 이상이 경과했을 때,
[됐다~! 만세~!]
하트는 겨우 환성을 질렀다.
[사키쨩, 많이 기다렸지!]
그리고, 하트는 아침부터 계속 만들어서 겨우 완성한 그것을 높이 들면서, 사키가 기다리는 테이블로 들고왔다.
[어때?]
[어,어때라고 말해도...]
[이것 말이지,[[애정가득! 이것이 진짜 케이크 파르페!]]야! 약간 폭을 좁힌 대신 보통보다 높은 케이크를 만들어서 한가운데를 도려내는 거야. 그리고 도려낸 안쪽에 카라멜을 바른 뒤 버너로 구워서 딱딱하게 만든 뒤 거기를 글라스처럼 사용해서 생크림 곱배기 프루츠 파르페를 쌓는 것입니다~!]
[괴,굉장하네...]
[겉보기는... 그,확실히 약간 수행부족이지만... 으음~,어제의 이미지 트레이닝 대로는 잘 되지 않네에...]
[쭉 이걸 만들고 있었던 거야?]
[그래! 내가 처음으로 가게에서 만드는 파르페는 맨 처음으로 사키쨩이 먹어준다는 약속이었으니까♪ 자, 사키쨩 기억하고 있지?]
오래전, 둘이 어렸을 때. 사키가 영국으로 이사가는 것이 정해졌을 때. 그때도 이자리에서 둘이서 한 개의 파르페를 먹으면서...
[있잖아. 하땅도 언젠가 아줌마처럼 파르페를 만들거야?]
[응♪ 지금은 아직 돕게 해주시지 않지만 크고나면 엄마를 도와서 커다란 파르페를 만들거야♪]
[와아, 좋겠다~. 먹어 보고 싶다.]
[그럼. 사땅 약속하자. 내가 가게일을 도와서 만드는 최초의 파르페는 사땅에게 프레젠트할거야!]
[정말?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저어얼대로!]
[그럼 약속이다 하땅♪]
[응, 약속이야 사땅♪]
---별 생각 없이 그런 약속을 했었다.
[이번 여름방학부터 주방일을 도와도 된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셔서 말야. 최근부터 조금씩 주방을 사용하고 있어. 그래서 살짝 여름의 신메뉴를 생각해서 만들어 봤으니까. 첫손님은 절대로 사키쨩이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해서... 어때? 사키쨩]
[...미안,하트. 나, 최악이야... 그 약속... 잊고 있었어... 미안...]
[...하지만 기억해내 줬잖아?]
사키가 면목 없다는 듯이 끄덕이자 하트는 언제나와 같이 만면에 웃음을 띄운다.
[그럼 같이 먹자]
약속을 했던 날과 같은 자리에서 그 때와 같이 한 개의 파르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다. 미안한 기분을 뛰어 넘는 기쁨에 사키는 글썽인다.
[맛있네... 엄청 맛있어...]
[에헤헤♪ 고마워♪]
둘은 서로 웃음을 나눈다.
조금 둘만의 추억에 손이 닿았다.
어느때보다 둘다 솔직해진 기분이 들었다.
지렁이는 도저히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줄이 와닫네요(...)
후후후 상냥하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