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50명대로..
비교적 평온했던 2020년 어느 날.
집콕 생활에 지친 두 여자를 위해
급 나들이를 계획하게 됩니다.
간단한 옷만 챙겨서 출발을 합니다.
목적지는 강원도 속초시.
도착하니 이미 저녁 시간이 되었네요.
자주 갔던 설악항 횟집부터 방문합니다.
횟거리를 골라야 하는데 자꾸 쳐다봅니다.
너희들과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을 거야..
간신히 펜션을 예약해서 들어왔네요.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밤바다를 봅니다.
먼 바다의 고깃배 불빛이 오늘 밤을 더욱 감미롭게 만듭니다.
잠자리에 누워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한참을 깔깔대며 수다를 떨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들었네요.
다음날,
꿀맛 같은 늦잠을 자니 개운합니다.
창을 활짝 열고 발코니로 나갑니다.
눈앞의 동해 바다가 숨통을 틔워주네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청량함입니다.
아내도 크게 호흡하며 아침을 즐깁니다.
아침을 먹고 물치 해변으로 나갑니다.
지난 태풍 때 떠내려 온 나무들의 잔해와 오물이 뒤섞여 있네요.
참담한 모습에 절로 숙연해집니다.
"아빠~ 우리 저기 등대에 가보자~"
낚시하는 아저씨, 사진 찍는 가족들..
평온한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어머~ 지맹아 저기 바다 좀 봐!"
아내가 놀란 듯 소리를 지릅니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있네요.
저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빠~ 아빠도 저렇게 파도타기 해 봐~"
"저.. 저기.. 아빠는 있잖아 찬물 싫어..."
예쁜 등대에서 가족사진 한 장 남깁니다^^
근처에 있는 낙산사에 도착합니다.
산들산들 가을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에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사람들이 개인 방역 수칙을 잘 지키네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1도 없습니다.
응향각을 들어서기 전 아빠와 딸의 샷!
보물 제499호 낙산사 칠층 석탑입니다.
지맹이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처마 위로 보이는 게 바다인지 하늘인지..
아내는 원통보전에서 초를 밝힙니다.
온 가족의 이름을 빼곡히 적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사랑스러운 제 여자들은 광합성 중입니다.
"아빠~ 나 목이 너무 말라~ 물 물~"
고즈넉한 산책로를 걷습니다.
산새들이 지저귀고 청설모가 인사합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요..^^
나뭇가지는 액자, 하늘은 그림이 되네요.
왠지 행운을 안겨줄 것 같은 거북이.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집중하며 돌 탑을 쌓는 모습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짓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돌탑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들꽃.
구절초, 벌개미취, 쑥부쟁이 중 뭘까요?
우리의 모든 걸음 걸음이 가볍습니다.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동해바다.
출렁이는 파도 소리가 우렁차네요.
"아빠~ 엄마~ 내가 사진 찍어 줄게!"
벤치에 앉아서 다정한 포즈를 잡았는데..
지맹이가 남긴 작품은...
"어유~ 이런 개구쟁이 지맹이 똥개야~"
"아빠~ 다시 찍어 줄게 앉아 봐~
이번엔 진짜 잘 찍어 줄게 믿어~"
딸의 사진 실력이 이렇게 좋습니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싶네요.
"지맹아, 우리 저 아래로 내려가 볼까?"
코앞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를 보니..
코로나로 답답했던 속이 시원해집니다.
바다 구경 실컷 했으니 이제 올라갑니다.
빈일루에서 마지막 기록을 남기고 낙산사를 떠납니다.
급히 예약한 낙산 해변 근처 호텔입니다.
방이 없어서 겨우 예약을 하긴 했는데..
사진과는 다르게 매우 협소하네요.
하지만 룸 컨디션은 만족스럽습니다.
짐을 풀어놓고 해변으로 나갑니다.
처얼썩 파도 소리에 맘이 설레네요.
"아빠~ 우리 낚시하러 가는 거야?"
물고기를 잡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입니다.
씩씩하게 새우 미끼를 투척합니다.
"딸! 오늘 우리 고래를 잡아보는 거야!"
"아빠... 근데 고래는 언제 잡히는 거야?"
그렇게 두 시간 동안 고대했지만 고래는커녕 입질도 한 번 없었답니다.
그녀들의 뒷모습이 아련해 보입니다.
고래를 못 잡아줘서 미안하다 딸...
대신 질릴 때 까지 아빠가 업어줄게..
밤바다의 파도 소리는 시원하다 못 해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인지 모녀의 뒷모습이 섬뜩하네요.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입니다.
여행 온 연인들, 가족들은 불꽃 삼매경..
조금 이른 시간에 놀이를 하면 될 텐데..
불꽃의 감성이 민폐가 되는 순간입니다.
자욱한 연기와 시끄러운 소음이 시위 현장을 방불케 합니다.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젖은 내복이 창피해서 엄마 뒤에 숨습니다.
오늘은 제법 많이 걸어 다녔네요.
하루 종일 2만 5천보 가까이 걸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침대가 자꾸 손짓합니다.
다음 날,
마법에 걸린 걸까요.. 귀신에 홀린 걸까요.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는데 아침이네요.
눈을 뜨자마자 바다 타령입니다.
짐을 챙겨서 일찍 해변으로 나옵니다.
지맹이가 엉거주춤 서서 소리 지릅니다.
"아빠~신발 벗어봐~촉감이 넘 좋아~"
"엄마, 파도가 여기까지 들어올까?"
파도가 밀려옵니다. 촤아아아~
"어머~ 여기까지 오네? ㅋㅋㅋㅋ"
세식구 발가락 꼼지락꼼지락....
밀려온 파도가 발가락을 간지럽히네요.
두 여자가 정신없이 꺄르르 웃습니다.
"아빠~ 내가 메시지 써 줄게~"
'사랑해'라고 쓰더니 '안'을 붙입니다.
"지맹아.. 장난 지금 나랑 하냐?.."
발로 꾹꾹 눌러 백사장에 길을 냅니다.
"지맹아, 아빠만 믿고 잘 따라와~"
"아빠, 나랑 막대기 꽂기 내기할래?"
"더 멀리 꽂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사뿐사뿐 뛰어가서..
막대기를 푹 꽂아 넣고..
걸음아 날 살려라 잽싸게 뛰어옵니다.
막대기 멀리 꽂기 경기는 아빠의 승리!
"아빠~ 갑자기 파도가 세졌어~ 무서워~"
"걱정 마, 아빠가 항상 옆에 있잖아."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3일간 모든 걸 내려놓고 오롯이 노는 데만 집중했네요.
원 없이 신나게 놀아서 그런지 돌아오는 길에 미련이 안 남습니다.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처가댁으로 갑니다.
사위가 준비한 조촐한 저녁상입니다.
장인어른께서 좋아하시는 소금구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저희 가족은 쏘다니길 좋아합니다.
잠도 바깥에서 자는 걸 좋아하고요.
틈만 나면 어디로 떠날까 궁리합니다.
휴일에 집콕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지금은 10년 넘게 이어온 야외 생활을..
코로나로 인해 거의 중단한 상태입니다.
지난 1년간 캠핑도 여행도 참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야 한이 없지만 참아야죠.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참으렵니다.
앞으로도 이따금씩 콧 바람 쐬면서
최소한의 충전만 하며 지낼 계획입니다.
아내와 딸을 충전시키니 저는 자동충전!
너도나도 개인 방역 수칙을 잘 지켜서
어서 빨리 예전의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이번 충전은 성공적^^
오늘도 행복하세요!!
- 끝 -
꼬꼬마 시절에 캠핑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 벌써 6학년이네요. 내년에 중학생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니..믿기 싫어요..ㅜㅜ
추억이 쌓일수록 행복이 커짐을 느낍니다^^
예전처럼 여기저기 다니지는 못하지만 힘을 내야죠! 구름아이님 가족분들도 늘 행복하세요!
항상 행복하게 사시는 가족사진 잘보고 있습니다 ㅎ 흐믓~
지맹이가 쑥쑥 커감에 저도 세월을 체감..흠흠..ㅠ_ㅠ)a 늘 아름다운 사진과 가족모습 잘 보고 갑니다!!
항상 행복하게 사시는 가족사진 잘보고 있습니다 ㅎ 흐믓~
예전처럼 여기저기 다니지는 못하지만 힘을 내야죠! 구름아이님 가족분들도 늘 행복하세요!
지맹이가 쑥쑥 커감에 저도 세월을 체감..흠흠..ㅠ_ㅠ)a 늘 아름다운 사진과 가족모습 잘 보고 갑니다!!
꼬꼬마 시절에 캠핑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 벌써 6학년이네요. 내년에 중학생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니..믿기 싫어요..ㅜㅜ
따님분 시집보내실때 엄청 우시겠어요 ㅎ
하하하 걱정 마세요! 저희 딸은 절대 결혼 안한다고 약속 했었답니다^^v
나는 커서 아빠와 결혼할거야 같은거군요!
어릴 땐 아빠랑 결혼 한다고 했는데..지금은 그냥 결혼 안하고 아빠 엄마랑 같이 산다네요.ㅎㅎㅎ
키야 낙산사 사진보니 저도 간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ㅎㅎ 근데 낙산사 분명 갔는데 허클베리님 사진 엄청 다양한데 멋진 풍경이 많은데 전 큰 그렇게 큰 기억이 없네요 ㅠㅠ 암튼 사진보니 저도 힐링이 됩니다 !
낙산사가 가벼운 산책하기 참 좋더라고요. 바다를 끼고 걷다보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집니다^^
부럽습니다!
떠나세요!
애가 다 크고나면 추억이 엄청나게 많겠어요 ㅎㅎ 좋은 아버지십니다!
추억이 쌓일수록 행복이 커짐을 느낍니다^^
늘 그렇듯이 일단 추천 부터 하고 게시물 내용 봅니다.
선추천 감사합니다. 힘이 솟아나네요^^
사진만 봤는데도 코가 뻥! 뚤리고 숨통이 탁! 트이네요, 아 힐링쓰~~ 고마워요!
이젠 코로나 유행전의 생활이 생각이 안나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제목만 보고서도 글 쓰신 분이 짐작가는 이 느낌!
낙산사 가셨네요 군 생활을 근처에서 했었는데 낙산사 불나서 탄약고 비운다고 쌩쑈한거 생각 하면 참....
음 멋있어
허클베리님 글은 항상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ㅎㅎ 다음에 속초가시면 속초에서 양양 방향으로 7번국도 따라 내려가면 동해막국수라는 곳 한번 들려보세요 막국수맛이 기가막힌 맛집입니다. ㅎㅎ
보기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들과 내용이네요 ㅎㅎ
전생에 아스가르드를 구하셨군요 행복해 보이십니다
너무 보기 좋네여~ 보는 저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들이네요
와 지맹이 어릴때부터 봤는데 이제는 중학생이라뇨 세월빠르네요... 저도 허클베리님같은 아버지가 되고싶네요
오른쪽 베스트에 제목만 봐도 허클베리님의 향(?)이 납니다ㅋㅋ 제 기억으로 5번은 넘게 맞춘듯요ㅋㅋ 항상 여행 마무리는 처가댁에서 보내시는거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멋진 사위, 남편, 아빠네요
오른쪽에 제목만 보고서 USB에 꽂아서 LED라도 들어오는 미소녀 피규어 소개글인가 생각했는데...
행복해 보여서 저도 힐링이 됩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아! 그 분이시구나! 했는데 맞네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허클베리님~ 항상 올리시는 글 보면 따뜻하고 힐링받고 가서 좋네요~
너무 행복한 가족사진을 봤는데 왜 이리 맘이 짠할까요. 좋은 시간 보내셨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허클베리님 오늘도 추천입니다. 저희집도 두 여자의 존재감에 아빠는 이리뛰고 저리뛰고 바쁩니다 ㅠ 딸의 어린 시절은 너무나 짧군요.
사진찍을때 마스크 잠시 벗고 찍으심이 어떠실지요 나중에 사진보시게되면 마스크쓰고있는 모습만있으면 왠지 아쉬울거같아서요 아니면 마스크=코로나라서 나중 종식되구나면 추억이 될려나요.? ㅎㅎ
모처럼의 여행이었을텐데, 날씨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제목만 보고도 허클베리님 글인걸 직감했습니다. 사진이 날로 좋아지시네요! 따뜻한 일지들 잘 읽고 있습니다!
두분 선글라스 낀 모습 보는 순간 떠오른 추억의 싸이월드
어.. 이렇게 멋진 구름이 한국이라니
따님 사진 찍는 실력이 장난이 아닌데요? ㅎㅎ
제목을 보자마자 허클베리님인 것을 알았습니다.
속초 ! 저도 어머니 모시고 한번 가본곳인데... 당일치기로 갔다 오느라 별로 구경을 많이 하지 못했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