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번 주제가 떡입니다.
다양한 떡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읽고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창작 활동을 하는, 그런 내용이지요.
그림책을 선정하고 진열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업계 용어로 북큐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책만 갖고는 시선강탈하기가 힘드니 떡 모형도 함께 전시합니다.
그런데 음식 모형의 가격이 어마무시합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중국산 플라스틱 음식모형이라면 모를까, 실감나는 음식 모형은 죄다 손으로 하나씩 제작하고 채색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밥과 국, 밑반찬 세가지 해서 모형으로 만드는데 얼마쯤 드나 알아봤더니 20만원은 족히 들더군요.
떡 종류는 그나마 레진이 아니라 클레이로 만드는 곳들이 있어서 조금 저렴하지만, 그래도 한 접시에 3~5만원씩 부릅니다.
대부분 돌상, 백일상 상차림 소품용이라 그런지 소량으로는 팔지도 않더군요.
없으면 만들어야죠, 뭐...
씹으면 참깨와 꿀이 톡 터져나오는 꿀떡.
파스텔톤이 귀염귀염합니다. 흰색에 다른 색깔 클레이를 아주 조금만 섞어야 예쁘게 색이 나더군요.
바니쉬 마감을 해서 반딱반딱하게 만들었으면 좀 더 그럴듯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절미는 의외로 질감이 괜찮게 나왔습니다.
일단 갈색 클레이로 지우개처럼 모양을 잡아 말린 다음, 밝은 갈색 클레이를 손으로 얇게 바르듯 하면 콩가루 묻은 듯한 느낌이 나오더군요.
고운 가루가 있으면 좀 뿌려줬어도 좋겠는데, 클레이로 고운 가루 만들기는 불가능한듯.
그나마 비슷한게 생강가루 뿐이라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이것도 돈 주고 사려면 낱개로 한 개에 3천원. 최소 주문 수량 10개부터... 후덜덜.
아이들 생일상에 오르는 수수경단.
그렇게 비슷해보이지는 않지만 멀리서 눈 좀 흐리게 뜨고 보면 몇 초 정도는 수수경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폼 클레이'라고, 스티로폼 알갱이를 섞은 클레이가 있어서 쉽게 만들 수 있지요.
만들기 쉬운 가래떡.
흰색 클레이로 굴려서 모양만 잡으면 됩니다.
다만 완전히 굳혔다고 생각하고 잘라서 떡국떡을 만드는데 정작 안쪽은 하나도 안 말라서 고생했네요.
집집마다 만드는 모양이 다른 송편.
녹색 테이프 두른 철사를 대충 잘라서 뿌려두니 솔잎 느낌이 나서 만족입니다.
백설기...라고 만들긴 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무슨 스티로폼이나 석고 덩어리 같네요.
실제로 보면 그래도 좀 백설기 비슷하게 보이긴 합니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하트 모양을 박아봤는데 뭔 애들 놀이용 블록마냥 너무 이상해서 그냥 바닥면으로 깔아버렸다는 건 비밀.
절편. 녹색 클레이가 딱 쑥떡 색깔이라 그대로 만들 수 있었지요.
지금 보니까 흰색이 너무 정직한 흰색이네요. 회색이나 노란색을 조금 섞는 편이 좋았을까 싶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별로 떡처럼 보이지는 않는 화전.
꽃을 좀 리얼하게 만들어 붙였으면 좋았을텐데 클레이 초보 실력으로는 이정도가 한계입니다.
하나씩 집중해서 보면 장난감같은데 모아놓고 보면 그래도 나름 그럴듯합니다.
이걸 다 돈주고 샀더라면 운영비 항목은 몽땅 다 털어넣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사서를 조금만 갈아넣으면 모두 다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옵니다.
원래 팝업북을 전시해두던 아크릴 박스에 떡을 놓고, 여기저기 뒤져보면 하나씩 나오는 조화도 옆에 두니 왠지 전시회 분위기도 납니다.
아래층 어린이집에서 견학와서는 "선생님, 저거 진짜 떡이예요?" "선생님이 만들었어요?"라며 질문 세례를 퍼붓습니다.
그래서 만들고 남은 화전 하나 보여주며 "내가 만들었지요"하니까 "그거 나 주세요!"하며 폭발합니다.
누구 한 명 줬다가는 "왜 나는 안줘요!" "나도 하나 주세요!" 더 난리가 날 걸 알기 때문에 "안돼요. 선생님이 먹을 거예요!"하며 먹는 척 하다 숨기는 마술을 보여줍니다.
이제 내일쯤에는 "도서관 아조씨는 클레이를 먹는다"는 소문이 나겠군요.
뭔가 살짝 아쉬운데.. 진짜 떡에는 있는 광택이 없군요.
너무 잘 만들었어요 !! 이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