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 "마스터, 이 사람 이탈리아인인데 나폴리탄 먹은 적이 없다지 뭐예요!"
마스터: "이탈리아 어딘데요?"
훌리오: "나폴리에요."
호시: "봐요! 나폴리에서 태어났는데 나폴리탄을 모른다니. 사누키에서 태어났는데 사누키 우동을 모르는 거랑 똑같잖아요!"
코스즈: "바보군요, 나폴리탄은 일본에서 만든 거예요."
- 아베 야로, "심야식당" 중에서
스파게티는 복잡하게 만들어 먹자면 재료도 이것저것 많이 넣어서 손이 많이 가는 요리로 만들 수도 있지만,
또 간단하게 만들어 먹자면 삶은 면에 토마토 케첩만 뿌려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초간단 스파게티에 "햄과 양파, 잘 나가는 가게에선 버섯. 그리고 피망"을 넣으면 나폴리에는 없는 스파게티, 나폴리탄이 됩니다.
면을 삶는 동안 다른 재료들을 볶아줍니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를 볶다가 햄과 피망과 버섯을 넣고 마저 볶아주면 됩니다.
비엔나 소세지를 넣는 레시피도 많은데, 이번에는 심야식당에 나온 버전대로 (그리고 아마도 최초의 나폴리탄이 그랬을 것처럼)
스팸을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서 넣었습니다.
버섯의 물기가 다 증발할 때까지 볶아준 다음, 불을 줄이고 면이 다 될때까지 기다립니다.
보통 알덴테 상태로 삶아서 심이 약간 남아있는 일반적인 스파게티와는 달리 나폴리탄의 면은 속까지 다 익히는 것이 정석입니다.
원래 나폴리탄의 시작이 2차 대전 끝나고 일본을 점령한 미군들에게서 비롯되었거든요.
당시 미군들에게 배급으로 나온 음식 중 하나가 깡통 스파게티였습니다.
어디서나 군인 밥이라는게 다 그렇지만, 퉁퉁 불어터진 스파게티에 토마토 케첩을 뿌려서 그야말로 끼니를 때우는 차원에서 먹었다는 거지요.
이를 보던 뉴 그랜드 호텔(맥아더 장군이 요코하마에 상륙해서 본부로 사용하던 곳)의 주방장이 좀 사람 먹는 밥처럼 먹게 해주려고 양파와 피망, 배급으로 나온 햄 등을 넣고 만든 것이 바로 나폴리탄의 시작이지요.
그 때의 맛을 재현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오랫동안 푹푹 삶은 면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밀가루 면과는 달라서 오래 끓이더라도 막 풀어지지는 않습니다.
다 삶은 면을 건져서 팬에 붓고 볶아줍니다. 얼추 볶아지면 토마토 케첩을 뿌려서 섞어줍니다.
토마토 소스보다 훨씬 짜기 때문에 살짝만 넣어도 간이 맞습니다.
케첩을 뿌리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예전의 '에그 인 헬' 만들 때도 언급했지만 토마토는 진짜 가난한 사람들의 구명줄이네요.
중세 유럽에서도 토마토 파스타는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기 위해 먹었는데,
요즘도 토마토 케첩은 가난한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니까요.
집 없는 노숙자들 중에서도 정말 가난한 사람들, 구걸도 제대로 못 해서 햄버거 하나 사 먹을 돈이 없는 사람들은
뜨거운 물을 얻어서 토마토 케첩을 풀어넣은 토마토 수프를 만들어 먹으니까요.
완성된 나폴리탄. 가루 치즈를 뿌리거나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 먹으면 됩니다.
이런 요리를 보면 음식이라는 게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나라를 거치며 변화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일본에서 만든 나폴리탄이지만 그 유래는 미군 병사들이 먹던 토마토 케첩과 스파게티에서 비롯되었고,
또 미국에서 먹던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전파했으니까요.
여기에 토마토 케첩은 한 술 더 떠서 그 시작이 중국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에서 만들어 먹던 생선 소스인 규즙(鮭汁, 쿼짭)이 인도네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고,
생선 대신 버섯으로 케첩을 만들어 먹던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19세기 들어서야 토마토를 케첩으로 만들었거든요.
이름을 왜 나폴리탄으로 붙였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습니다만, 아마 당시 뉴 그랜드 호텔 주방장이 보기에
이 스파게티가 나폴리타나 소스를 사용한 스파게티와 겉모습은 비슷하게 보여서일 확률이 높습니다.
나폴리타나 소스는 나폴리 지방의 토마토 소스로, 토마토 베이스에 이탈리안 시즈닝 허브를 넣고 끓여서 만듭니다.
그래서 나폴리에 나폴리탄은 없어도 스파게티 나폴리타나(spaghetti napolitana)는 있지요.
토마토 케첩이나 나폴리타나 소스나 결국은 토마토 소스이다보니 겉보기에는 굉장히 비슷합니다.
먹어보면 뭐 그렇게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케첩 맛이죠, 뭐.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카페 필수 메뉴로 자리잡았던 탓에 '추억의 맛'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어릴 적부터 나폴리탄을 먹은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맛을 평가하게 됩니다.
다만 만들기가 간편하고 집에 있는 재료를 아무거나 대충 썰어넣어도 좋다는 점에서 의외로 자주 해먹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옆에서 나폴리탄을 맛있다고 열심히 집어먹는 아이들은 나중에 이걸 추억의 맛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점은 본문에도 적혀있는데요?
일본어는 읽을줄 아시는데 한글은 안 읽으시는듯...
아는척 오졌다
'요즘도 토마토 케첩은 가난한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니까요. 집 없는 노숙자들 중에서도 정말 가난한 사람들, 구걸도 제대로 못 해서 햄버거 하나 사 먹을 돈이 없는 사람들은 뜨거운 물을 얻어서 토마토 케첩을 풀어넣은 토마토 수프를 만들어 먹으니까요.' 이 글을 읽고 보니까, 생각해보면 케찹라이스도 오므라이스 등에 들어있을 때 빼곤 정말 간략하게 만들자면 밥에 케찹을 비빈 거라 괴식 취급 받긴 하지만, 의외로 케찹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초창기엔 나름 넉넉지 않던 당시에 정말 먹을 게 변변찮거나 반찬이 없는 경우 등일 때 먹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해당 얘기는 '안녕 자두야' 원작 만화 중 핫도그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읽어봄.), 그리고 그렇게 경제가 어려웠던 때엔 오히려 별미 취급이었다가 요즘엔 괴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밥이 주식인 곳에선 면이 아니라 밥에다가 케찹을 비비는 걸로 부족한 열량이나 식사를 떼우기도 했다는 소리니, 정말 어디든 힘든 시기의 보루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사람을 ㅁㅁ라고 하는거죠? 어떤건지 애매해서 잘 몰랐는데 이제 알겠네요!
단순히 사진만 보는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좋은 정보 알아가네요.ㅎ 감사합니다.ㅎ
와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폴리탄 저는 입맛에 맞더군요 도쿄 세븐일레븐에서 파는데 먹는순간 이런 스파게티가 있었나? 하고 맛에 놀랐던 스파게티라ㅋㅋ 그 이후로 생각나면 사먹곤합니다
타바스코 필수
그렇지만 요새 실제 토마토는 가격이 엄청나게올랐더군요 한 5개사는데 1만원가까이..
스파게티 라면이 나폴리탄 하고 거의 비슷한 맛이라는데 나폴리탄을 안먹어 봐서 비교를 못해봤네요
그냥 야채랑 소세지 같은거 케챱에 볶고 면넣고 볶으면 나폴리탄이에요.
본고장 색을 강하게 띄길래 그 지방 향토요리인줄 알았는데 미군정시기에 등장한 요리라니 이렇게 또 한가지 배워가네요 ㅎㅎ
양송이 좋아해서 ㅊㅊ! 맛나보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게 나폴리탄이군요.
매번 글 볼때마다 한 끼 식사보다 더 영양가있는 글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진정 글쓴이 분께서 어디 계시면서 이렇게 정성껏 요리해드시는지도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 블로그에서는 가입이 안되어 댓글같은거 못달았는데 네이버로 옮기셨네요. 이웃신청도 할게요 ㅎㅎ
굳이 비슷한 거 따지자면 이거려나요? 닉네임처럼 식탁 위에서 지구 한바퀴를 도는 듯한 느낌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멕시코...? 아니면 남미 어디을듯 싶은데
저게 주로는 급식으로 잘 나와서 영 좋지 않은 이미지로도 알려져 있죠. 그래도 타바스코가 들어가니 확실히 더 좋아보이네요.
저는 나폴리탄처럼 만드는데 케챱 조금 덜 넣고 고추장 넣어서 먹으니 매콤하고 좋더라구요
'요즘도 토마토 케첩은 가난한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니까요. 집 없는 노숙자들 중에서도 정말 가난한 사람들, 구걸도 제대로 못 해서 햄버거 하나 사 먹을 돈이 없는 사람들은 뜨거운 물을 얻어서 토마토 케첩을 풀어넣은 토마토 수프를 만들어 먹으니까요.' 이 글을 읽고 보니까, 생각해보면 케찹라이스도 오므라이스 등에 들어있을 때 빼곤 정말 간략하게 만들자면 밥에 케찹을 비빈 거라 괴식 취급 받긴 하지만, 의외로 케찹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초창기엔 나름 넉넉지 않던 당시에 정말 먹을 게 변변찮거나 반찬이 없는 경우 등일 때 먹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해당 얘기는 '안녕 자두야' 원작 만화 중 핫도그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읽어봄.), 그리고 그렇게 경제가 어려웠던 때엔 오히려 별미 취급이었다가 요즘엔 괴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밥이 주식인 곳에선 면이 아니라 밥에다가 케찹을 비비는 걸로 부족한 열량이나 식사를 떼우기도 했다는 소리니, 정말 어디든 힘든 시기의 보루라고 할 수 있겠네요.
80년대 초중반쯤 한국도 가난하면 국수면만 삶아서 소금간 해서 먹는다는게 클리셰였습니다
저도 국민학교 시절 친구네 집 놀러갔을 때 반찬 없이 케첩만 뿌려서 비벼 먹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좀 충격이었던지라 얼굴 안 굳히려고 어린 나이에도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토마토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게 스파게티, 피자 등등 토마토가 많이 들어간 음식으로 이탈리아가 유명하니까 토마토도 유럽토종이겠지? 하시는데, 원래 토마토는 아메리카 산입니다. 그래서 16세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항로를 개척하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토마토를 만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부분은 감자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또하나 다른 점은 토마토 케첩이라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케첩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 졌습니다. 고로 토마토 케첩은 아무리 못해도 미국이 본격적으로 개척된 17세기 이후에나 세상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중세에 토마토를 먹었다느니, 토마토 케첩으로 수프를 만들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맞지 않는 소문입니다.
토마토 케첩으로 수프 만든건 요즘 이야기 한 겁니다요. 햄버거 하나 사먹을 돈 없는 노숙자들이 끼니를 때우는 방법이지요.
나폴리탄 한국도 분식집이나 급식 스파게티로 어릴때부터 익숙하긴 하죠
아 맛있겠다ㅠㅠ타바스코랑 파마산치즈 팍팍 뿌려서 먹고싶네요
글을 쭉 볼때마다 한수씩 배우는 기분입니다 글이든 요리든이요 계속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해요
나폴리탄이란 건 미군 덕에 생긴 거란 점에서 부대찌개 비슷한 음식이었군요. 잘 봤습니다.
군대 있을 때 처음 오뚜기에서 나온 스파게티라면을 먹었는데 괜찮았어요. 특식 처럼 가끔 사먹곤 했는데 일본에서 나폴리탄을 먹어보니 딱 그맛이더군요.
어쩐지 이상하게 짜고, 머리가 아파오는 나폴리탄이 아니군요
저도 글이 쭉 있길래 나폴리탄 괴담을 같이 올리셨나 했는데 심야식당 내용이었네요. 왠지 없어서 아쉬웠는데 같은 생각을 하신 분이 계셨네요ㅎㅎ
케찹은 참 고마운 소스입니다. 떡볶이에 조금 넣어도 맛있고~
아주 고급진 나폴리탄이네요 ㅎㅎ 제가 먹었던건 면이 90% 엿다능 ㅋ 그래도 케챱맛에 먹는거니... 불만은 없다능염
사진도 사진이지만, 글이 정말 좋네요. 글에 담긴 내용도 좋고 글도 깔끔하게 잘 쓰시네요. 잘 보고 갑니다.
어찌보면 약간 불량식품 같은 맛인데 꽤 맛있죠^^ 전 남코의 테일즈시리즈에서 이 이름을 처음 봤었네요.
고독한 미식가에 주인공이 밥반찬으로 나폴리탄을 먹던데-_-
전 나폴리탄에 우유와 버터를 넣으니까 풍미가 그만이더라고요
주사위모양.... 우리땐 깍둑썰기라고 했는뎅 ㅋㅋ
레시피와 사진을 보니 '토마토 야끼소바'라고 불러도 될 것 같네요. ^^
저기요 나폴리탄은 요코하마 음식인데요 ㅎ
万能ネコピ~♬
그 점은 본문에도 적혀있는데요?
비추
万能ネコピ~♬
아는척 오졌다
비추 파밍 오지고 알파고 렛잇고
万能ネコピ~♬
일본어는 읽을줄 아시는데 한글은 안 읽으시는듯...
글이나 읽고 댓글을 달아라.
ㅁㅁ가 또...
万能ネコピ~♬
이런 사람을 ㅁㅁ라고 하는거죠? 어떤건지 애매해서 잘 몰랐는데 이제 알겠네요!
아하....이런 사람들을 보고 ㅁㅁ라고 하는군요!
크으... 간만에 아는거 하나 나왔다 그죠?
본문은 안읽어보고 제목만 보고 아는거 하나 나왔다고 댓글 적는 수준
창피..
万能ネコピ~♬ (1557606) 61.206.***.*** 저기요 나폴리탄은 요코하마 음식인데요 ㅎ 창피함을 이기지 못하고 지울 가능성을 생각하여 박제
레알 ㅁㅁ 인가요
하인즈 케첩 추천
개인적으로 스파게티면 끓이는데 최고는 큰 양은냄비라 생각 ㅋ
면이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크기의 냄비가 최고라고 하죠. 근데 그만한 크기의 냄비를 보관하기도 힘들고, 물은 오지게 많이 들어가고, 그 물을 끓이는 것도 세월아네월아 해야 하고...ㅠ_ㅠ
나폴리탄 먹방보면서 진짜 먹어보고싶어지더라구요...
꼭 먹어봐야지 하고 일본가서 처음 먹어보고 너무 느끼한 맛이어서 실망했음 상상속으론 옛날 그 케챱범벅 컵라면 맛일줄 알았는데 흑흑
여기는 어떤 레스토랑... 인기 메뉴는...나폴리탄...
도시괴담!!
이탈리아에 토마토가 처음 소개된게 16세기일겁니다 중세시절엔 토마토 파스타 안먹었어요
그러게요. 왜 중세라고 썼을까요... 종교에 대한 미신이 널리 퍼진게 중세라서 무심결에 중세 유럽이라고 쓴 듯.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잇겠네요...ㅊㅊ 드립니다.
스파게티가 재료비가 딱히 많이 드는 음식이 아닌데..국내 가격은 너무 비싸요..얼마전에 먹거리x파일에서도 하던데..
나폴리탄은 간 좀 쎄게 해서 밥반찬으로 먹으면 맛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