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에서 KFC 닭껍질 튀김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 KFC VIP회원의 평소 꿈이 프라이드 치킨 커다란 통으로 잔뜩 주문해서 껍질만 벗겨먹는 것이었는데,
마침 인도네시아에서 닭 껍질만 따로 튀겨서 파는 상품이 나왔다길래 본사에 영어로 문의 해 가면서까지 그 위치를 파악하고
자카르타행 비행기편까지 알아보고 출발하려는 순간, 하필이면 시위가 대대적으로 터지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했다는 사연이었지요.
이 글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 KFC에서도 닭껍질 튀김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음식에 대한 갈망과 소셜 미디어가 만드는 상호작용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닭껍질 튀김만 팔 일이 없을 듯 하니 그냥 만들어 먹기로 합니다.
KFC 치킨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양념입니다. "샌더스 대령의 11가지 비밀 향신료"로 알려진 바로 그 양념이지요.
회사측에서는 이 레시피를 회사 비밀 금고에 넣어두고 소중히 보관하고 있지만, 몇 년 전 시카고 트리뷴의 기자가 우연히 샌더스 대령의 조카를 만나며 손글씨로 적힌 향신료 레시피를 발견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레시피에 의하면, "밀가루 2컵 기준으로 소금 2/3스푼, 타임 1/2스푼, 바질 1/2스푼, 오레가노 1/3스푼, 셀러리 소금 1스푼, 후추 1스푼, 머스타드 가루 1스푼, 파프리카 4스푼, 마늘 소금 2스푼, 생강 가루 1스푼, 백후추 3스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다만 닭 한 마리를 튀기는 데 쓰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니 전부 절반으로 줄여서 만들었지요.
달걀 한 개와 우유 한 컵을 섞어서 달걀물도 준비합니다.
거품기로 휘저으면서 옆에서 솔솔 풍기는 양념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이른바 "비밀 레시피"에 대한 상념이 솔솔 떠오릅니다.
코카 콜라나 KFC는 자신들이 만드는 상품의 비밀 레시피를 철저하게 숨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재료들을 비밀로 숨기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지요.
화학 실험실에서 재료 분석만 해도 어지간한 성분은 다 알아낼 수 있는 데다가, 식품 판매를 위해서는 그 원료를 명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비밀 레시피를 알아냈다!"고 주장하지만 회사측에서는 언제나 인정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게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고
다른 하나는 법률적인 측면에서의 이유입니다.
요리법은 법률상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특허를 낸다 하더라도 그 보장 기간이 30년에 불과합니다 (미국 기준).
오래도록 '비밀 레시피'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레시피가 아니라 기업 비밀로 인정받아야 하지요.
그리고 이 기업 비밀의 법적 인정 요건 중의 하나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느냐'입니다.
그러니 KFC 측에서는 양념 조합 비율을 금고 속에 꽁꽁 감춰두는 것 만으로도 다른 기업이 'KFC의 맛'을 활용할 수 없게 만드는 거지요.
아무리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맛을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도 '그건 우리 레시피가 아니다'라는 말 한 마디면 반론이 불가능하니까요.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닭은 가급적이면 통닭을 삽니다. 부위별로 다 쓸모가 있기 때문이지요.
살을 발라낸 몸통과 날개 끝부분, 목뼈 등은 육수 우려내는데 사용하고 가슴살은 수비드로 조리 해 먹거나 치킨 샐러드 만들기에 좋습니다.
닭봉(어깨 부분), 날개, 다리, 허벅지살은 다 튀기기로 하고 무엇보다도 가슴살에서 벗겨낸 껍질도 잘 펴서 튀길 준비를 합니다.
통닭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냉동실에 쌓여가는 몸통뼈를 보면 왠지 흐뭇한 기분이 듭니다.
이제 두세마리만 더 잡으면 또 한 번 육수를 끓일 만큼 모이겠네요.
기름이 가열되는 동안 프라이드 치킨에 곁들여 먹을 옥수수도 구워줍니다.
버터를 녹이고 옥수수에 발라서 에어 프라이어에 돌리면 끝.
기회가 될 때마다 "에어 프라이어는 튀김기가 아니라 컨벡션 오븐이다!"라고 열변을 토하고 있지만
기름에 튀기는 것이 아니라 열풍 조리를 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언제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븐을 통채로 가열하는 것에 비하면 에너지나 시간도 훨씬 적게 들지요.
닭고기, 튀김가루, 달걀물, 식힘망을 셋팅하고 무쇠솥에서 튀김용 기름을 180도까지 가열합니다.
고기를 튀김가루에 한 번 굴리고, 달걀물에 적신 후 다시 튀김가루를 묻힌 다음 바로 기름에 넣습니다.
끓는 기름에서 부글부글 거품을 내며 익어가는 치킨을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에어 프라이어로는 진짜 기름 목욕을 따라올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닭고기의 부위에 따라 익는 시간이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온도계 꼽아 가며 내부 온도가 74도 (화씨 165도)에 도달할 때 까지 요리합니다.
닭고기는 살모넬라 때문에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하기 때문에 겉부분이 눈으로 봐서 다 익은 것 같더라도 안쪽까지 충분히 조리 할 필요가 있지요.
껍질이나 날개 부분은 금방 조리가 되지만 닭다리나 허벅지살 부분은 꽤 오래 튀겨야 하기 때문에 색깔이 좀 더 진해집니다.
마음같아서는 KFC에서 사용하는 업소용 압력 튀김기를 하나 장만해서 튀겨버리고 싶네요.
완성된 KFC 치킨과 껍질 튀김.
시판되는 프라이드 치킨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차이가 하얀 알갱이들인데, 시판되는 백후추 가루가 아니라 통후추를 직접 갈아넣었기 때문입니다.
맛 자체는 확실히 KFC 오리지널 치킨의 맛입니다. 유튜브에서 이 레시피를 이용해서 닭 튀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한결같이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아마 구분 못할 것 같다'라고 말할 만 합니다.
그런데 이게 한국식 KFC가 아니라 미국식 KFC의 맛이라는 게 문제지요.
미국 와서 햄버거 가게는 자주 다녔어도 KFC는 처음 몇 번 가보고 지금까지 발길을 끊었는데, 그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미국 KFC는 한국 사람 입맛에는 너무 짜거든요. 치킨만 먹기에는 너무 짜고, 밥 반찬으로 먹기에 딱 좋은 스팸 수준의 짭잘함입니다.
닭껍질은 의외로 바삭함만 있는 게 아니라 부드러운 식감도 함께 있습니다.
먹기 전에는 돼지껍질 튀김처럼 파삭거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프라이드 치킨에서 껍질만 벗겨먹는 것보다 약간 더 바삭한 수준입니다.
처음에는 맛있는데, 먹다보면 짜고 느끼해서 금방 질리는게 문제네요.
수박바의 껍질에 해당하는 녹색 부분이나 아이스크림 콘 끄트머리의 초콜렛 부분이 맛있는 이유는 그 자체의 맛이라기보다는 얼마 안되는 양이 만들어내는 희소성 때문이라던데, 닭껍질 튀김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출시 될 때는 미국식 오리지널 양념이 아니라 좀 덜 짜게 만들테니 좀 더 많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는 닭 한마리를 두 끼만에 다 먹어버렸네요.
치킨만 먹은 게 아니라 밥 먹으면서 다른 음식과 함께 반찬삼아 먹었는데도 반 마리씩 해치우게 됩니다.
흰 쌀밥에 바삭한 치킨이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꽤 잘 어울리네요.
그리곤 덩그러니 남은 뼈 몇 조각을 앞에 두고 열심히 자기 세뇌를 하는 거지요.
'괜찮아.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니야. 가슴살은 안 먹었잖아.'라면서 말이죠.
그냥 본인이 생각할때 바이럴로 의심되는건데 마치 사실인양 첫 댓글처럼 적은건가요?
그거 해명이 좀 부실해서 치갤에선 여전히 까입니다
https://m.dcinside.com/board/chicken/618585 이게 해명글
https://youtu.be/tUstqfCbE74 KFC도 원래 염지를 안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양념이 워낙 짜기 때문에 염지까지 했다간 못 먹을 듯 싶네요 ㅎㅎ
헐 진짜요? 그럼 글 쓴 사람이 KFC 직원이었던 건가요?
그 닭껍질 에피소드도 결국 마케팅으로 밝혀진걸로 알고있습니다 ㅎㅎ
헐 진짜요? 그럼 글 쓴 사람이 KFC 직원이었던 건가요?
방금 다시 찾아보니 바이럴로 의심받는 정황이 있었는데 당사자가 다시 해명을 했네요 ㅎㅎ;;
quietflower
그냥 본인이 생각할때 바이럴로 의심되는건데 마치 사실인양 첫 댓글처럼 적은건가요?
quietflower
그거 해명이 좀 부실해서 치갤에선 여전히 까입니다
저 혼자 생각은 아니구요.. 루레웹에서 바이럴 마케팅으로 의심된다는 증거가 있는 글을 본 기억이 있어서 그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42594594 <--이글입니다. 100% 사실로 확인된건 아니니 그 부분은 제가 조금 성급하게 표현한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 이후의 상황은 몰랐고, 리플을 적고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해명글이 올라왔고 아직 논란이 되고있더군요. 이미 적은 리플을 지우기는 그래서 위와 같이 추가로 댓글을 단것입니다.
해명하고도 논란된 게 잇나요? 저는 못봣는데
정작 논란이 된적은 없다고 한다. 실제로 논란이라고 한다는건 그냥 농담입니다. 됬고 닭껍질튀김이나 내놓으라는 논란. 아무도 손해본적이 없는 '논란'이라 '논란'임.
아니 이걸로 우리나라에 내놓을 생각이 있다고 답변이 온거면 '이득만 있었던 논란'이 되겠죠.
https://www.kfckorea.com/promotion/promotionList/detail/245 판매한다는데???
따라해보신분은 뭐 맛있다는건 다 공통적이더군요. 합리적인 가격에 잘팔렸으면합니다
https://m.dcinside.com/board/chicken/618585 이게 해명글
가봤는데 혼돈의 카오스 네;;
재밌고 유익한 글 잘 보고 갑니다.
드릴건 없고 추천
맛있겠네요. 저도 한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새삼스래 매번 눈호강 잘 합니다... 옥수수에 에어프라이어 활용법 잘 배워 갑니다
글이 조곤조곤 풍부한 설명들이 많아서 하나의 소프트한 음식전문 서적을 읽은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다음번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닭껍질 의 희한함 닭백숙 닭도리탕 등 소위 물에 빠진 닭 류에선 질겁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극도의 호불호 부위 치킨 등 기름과 만났을 땐 대부분이 좋아하는 가장 맛이 잘 배고 맛난 부위
일단 식감 차이가 하늘과 땅차이.. 극도의 흐물거림vs극도의 바삭함
요리도 요리지만 설명이 매우 재미있네요 . 잘봤습니다 ㅎ
염지과정이 빠졌는데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아마 구분 못할 것 같다'라는건 조금 오버가 아닐까.. 하는데 치킨 맛은 튀김가루보다는 오히려 염지가 그 맛을 더욱 크게 좌우하거든요. 뭐 염지라고 해도 양념하고 우유따위에 한 30분에서 한시간 재놓고 이런건 염지안한거와 차이도 없습니다만.
https://youtu.be/tUstqfCbE74 KFC도 원래 염지를 안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양념이 워낙 짜기 때문에 염지까지 했다간 못 먹을 듯 싶네요 ㅎㅎ
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얇디 얇은 닭껍질 가지고요? ㅋㅋㅋ 누가보면 칠면조 조리한 게시물인줄ㅋㅋㅋ
댓글에서 교이쿠 냄새가 나네ㅋㅋㅋ
처음 에어프라이 라는 이름에 튀김이랑 똑같이 된다고 홍보하는걸 보고, 튀김옷 입혀서 조리했더니 그냥 망하더라고요ㅋㅋㅋ 이 때 이후로 '아 이건 그냥 꼬마 열풍오픈이었군'을 깨닳음
짠맛이라..그래서 요즘 껍튀랑 밥이랑 먹는다는 영상이 종종 유튜브에 떳던거였군요:-) 읽는 재미가 있는 작성자님의 글이 간만에 오른쪽에서 뜨니 반갑네요
몇 일전에 루리웹 베스트 닭껍질 튀김글 보고 냉동 닭껍질 2킬로 주문해놨는데..... 뜻밖에도 케이에프씨 튀김옷 레시피를 알게되었네요 ㅎㅎㅎ 감사 감사 또 감사 ~ 백후추 빼고 (흑후추로) 만들어 튀겨봐야겠습니다. ㅎㅎ
백후추 빼면 안됩니당! 기자 인터뷰 기사 보니까 그게 숨은 맛이라더라구요.
오 ~ 그렇습니까? 흠...... 껍질 오면 백후추를 작게라도 하나 사야겠네요.. 진짜 진짜 중요한 말씀 감사합니다.
해명글도 반박글이 올라온게 하도 많아서 그냥 바이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이럴이든 말든 나오면 한번쯤은 먹겠지만요
비밀인데 어떻게 알음?
시카고 트리뷴 기자가 샌더스 조카 찾아가서 인터뷰 하다가 손글씨로 쓴 11가지 향신료 목록을 찾으면서 알려졌다고 하죠. 물론 본문에도 써놨듯이 KFC에서는 공식적인 반응은 안 보이고 있지요.
글을 좀 읽어보십쇼..
밀가루 2컵 기준이라고 하셨는데요 한컵이 몇ml 기준이고 한 스푼은 어떤걸 쓰면 될까요? 한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ㅜㅜ
미국 컵이라 한 컵이 대충 235ml 정도, 한 테이블스푼이 15ml, 한 티스푼이 약 5ml 정도입니다.
앗 감사합니다 저도 해먹어볼수있겠어요 ㅎㅎ
재밌게봤슴다
일본가면 돈키호테에 닭껍질 튀김 스낵 팔아요. 근데 짜요 짜 무지 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