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글을 쓰네요.
여러모로 쳐묵쳐묵하고 늘어난 뱃살에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유튜브 참 시간때우기로 많이 보는데, 주로 요리채널을 봅니다.
거기서 육식맨이라는 유튜버분이 올린 영상에 나온 음식이 참치와 기타 재료들을 다져서 만든 네기토로인데,
참 괜찮아 보여서 따라해보기로 했어요.
마침 참치 등의 해산물은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하시는 물건이기도 해서 간만에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어머니 몸이 안좋으셔서 집 밖에 못 나가신지 벌써 4년인가 5년인가....
집밥 해 드리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밖에서 '돈 써서 대접해야지!' 하는 수준의 퀄리티는 못 내는게 현실입니다.
이번엔 돈을 팍팍 써서 좀 밖에서 대접하는 퀄리티를 뽑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따라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산 냉동 참치 중뱃살+대뱃살 덩어리입니다.
각 덩어리당 200g씩 총 600g. 6만원 정도 들었네요.
참치는 처음 다뤄보다 보니 잘 될지 걱정이었는데 결과만 말하자면, 잘 됐습니다.
안내서대로 하니 비린내 하나 없이 잘 해동되더라고요.
이거 하려고 산 단무지.
의도치않은 물구나무서기 죄송합니다.
봉지에 한덩이+반 덩이 두개 들어있는데, 반 덩이의 3/4정도 사용했습니다.
씻어서 다졌어요.
유튜브 레시피엔 없었지만 넣으면 분명히 맛있을거란 감이 온 새우.
생새우 사다가 소금물에 한번 삶아내고 찬물에 헹궈서 물기 빼는 중입니다.
다지진 않고 1/3등분으로 잘라 넣을겁니다. 잘 삶긴 새우 특유의 통통한 식감과 맛을 더해줄거에요.
다진 쪽파, 다진 단무지, 토막낸 새우살을 바닥에 깔았습니다.
해동 끝난 참치살들.
솔직히 말해서 이걸 이대로 다지기는 좀....아까운 부위라서.
몇 점 썰어서 회로 먹기로 했습니다.
네기토로는 원래 뼈에 붙은 살들을 숟가락으로 긁어내서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부위로 만드는 건....
뭐 부위가 좋으니 맛은 좋겠지만요.
참돔으로 매운탕 끓이는 느낌의...그런 느낌...보통 매운탕보다 맛있긴 맛있을건데 아까운 느낌?
뭐 어머니 좋아하시기만 하면 참치야 또 사면 되는 거니까. 한번 할 때 비싸게 하기로 합니다.
대충 맛만 보려고 잘라놓은 참치회.
서로 한점씩 집어먹어 보고 아 안되겠다 좀만 더 먹자 해서 세 번인가? 더 잘라 먹었습니다.
대뱃살이랑 중뱃살 일부는 토치로 지져서 타타키도 해 먹었습니다.
맛있더라고요...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아까의 그것 위에 참치살을 다져서 올렸습니다.
너무 막 다지진 않았고 적당히 고기 식감이 남아있게 다졌어요.
성게알.
냉장 성게알 100g을 샀습니다. 얘도 2만원.
체에 받쳐서 물기를 빼줍니다.
참치 빙수라고 부르시던데, 딱 맞는 이름같은 생김새입니다.
참치 다진것 위에 성게알을 얹고, 생 와사비...라고는 하지만 뭐 사실 시판품입니다.
와사비 뿌리 사다가 갈기는 좀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한 뿌리만 사도 엄청 남아서....
아쉽게도 이 부분은 타협을 했습니다.
위에서 바라본 광경
재료비 합 약 10만원 + @
돈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김, 유부, 오이를 준비합니다.
유튜브에서 볼 땐 오이가 없었는데 오이 하나 추가하는게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김도 일반 구운 김입니다.
이런데 쓰는 마끼용 김은 사실 제가 별로 안 좋아해요. 되게 좋은 거 안 사면 질기고 딱딱해서...
김에 올려 바로 입속에 집어넣을 거라, 김 구워서 세팅했습니다. 조미김은 아니에요.
섞은 다음 김 위에 올려봤습니다.
맛은....
와...진짜 첫 입이 정말 맛있습니다.
새우 살 톡톡거리며 터지는 식감, 참치 지방의 고소한 맛, 단무지의 아삭거리는 식감에 알싸한 파 향과 은은히 올라오는 와사비 향.
성게알은 완전히 감칠맛으로 변해서 온 재료를 하나로 묶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감칠맛에 감칠맛에 감칠맛을 더해서 감칠맛으로 묶은 느낌입니다.
향이랑 맛이 굉장히 복합적이고 좋아요.
유튜브에서 본 대로 유부에 김 올리고 네기토로 얹은 다음 싸서 토치로 지져봤습니다.
평은, 음.
솔직히 전 김에만 싸는게 더 맛이 좋았어요.
전체적인 한 입의 밸런스는 유부 마는 게 더 좋았는데, 네기토로의 존재감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게 만드는 건 김에만 싸는 거더라고요.
이 이후에는 김+오이나 김+오이+유부, 유부+오이 등의 조합도 시도해봤습니다.
총 평은 김+오이가 가장 맛있었어요.
김에 오이 하나 얹고, 그 위에 네기토로를 얹은 다음 먹으니 식감이나 뒷맛이나 더 나아지더라고요.
어머니하고 서로 이거 먹으려면 돈 더 벌어야겠는데? 하면서 먹었습니다.
굉장히 좋아하셔서 한 보람을 느꼈네요.
밖에 나가서 저만큼의 양을 사 먹는다고 생각하면....어...가성비도 꽤 나오는 것 같아요.
반 년에 한 번 정도는 큰맘 먹고 이런 자리를 가지면 저나 어머니나 서로 만족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도 뭔가 대접해드려야겠어요.
어머님이 좋아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효도는 추천~
https://youtu.be/OrC-h9a3mDk 이게 제가 본 링크고 https://youtu.be/iIDOcKtR9rY 이게 원본 영상입니다
어머님이 좋아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효도는 추천~
와, 짱이네요 ㄷㄷ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ㄷㄷ
와우 맛있어 보입니다. 혹시 참조하신 유튜브 주소 좀 알 수 있을까요??
https://youtu.be/OrC-h9a3mDk 이게 제가 본 링크고 https://youtu.be/iIDOcKtR9rY 이게 원본 영상입니다
육식맨님 영상 보면서 7cm티본보다 참치빙수가 더 맛있을것 같았어요. 꼭 해먹어보고 싶네요.
우와 진짜 맛있어보입니다~ 네기토로 좋아하는데 먹고 싶네요 ㅎㅎ 돈이 많이 들었더라도 정말 맛있게 먹으면 아깝지 않더라구요~ 어머님과 함께 정말 외식느낌 났겠습니다 ㅎ
우와 이런 요리가 있었구나. 처음보는 요리인데 만드신 정성이 대단하고 어머니랑 맛있게 드셨다니 좋으셨겠네요!!
우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비싼 요리 ㅎㄷㄷ
와 정말 맛있겠네요
효도르는 추천이야@
캬~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일품요리네요! 멋집니다. ^_____^ 👍
제 생각에는 저 분이 유튜브용으로 유부에 토치까지 더 그럴싸해보이게 한 거 같애요. 일단 네기토로에 유부가 안들어가기도 하고, 김의 풍미와 바사삭 끊어지면서 만나는 그 촉촉함과 바다 냄새가 매력인 음식이라.. 어머님이 집을 못나가실 정도라니 쾌차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