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비는 시간에 오랫만에 삼청동/인사동 구경을 가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북의 옛 동네들을 참 좋아합니다. 좋은 기억도 많구요.
인사동을 지나다가 못보던 건물을 발견했습니다, 어? 저긴 풍문여고인가가 있지 않았나?
찾아보니 도심의 학생 인구 감소로 오래된 학교들이 시외로 이전을 많이 한다더군요. 전통의 오래된 학교도 시대의 변화를 피할 수 없었나봅니다.
해외에 살던 때라 그런 소식은 몰랐네요... 부지와 건물은 서울시가 구입해서 서울 공예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한다....고 뉴스에 나와있었습니다.
마침 지난 7월에 개관을 했었네요. 전혀 몰랐습니다. 운이 좋았네요.
COVID 때문에 이곳도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평일 낮이라 당일 예약도 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도 아주 좋았고, 여러모로 운좋은 날입니다.
오래된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했는데, 유명한 현대 미술 갤러리 같은 세련미가 있습니다.
건물 뒷편엔 어린이 박물관도 있었는데 가보진 못했네요.
아무래도 학교 건물이었던 터라 동선이 매끄럽지는 못한데 그래서 오히려 더 매력이 있었습니다. 지난 곳도 다른 각도에서 다시 보게 되고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니까요.
아직 마무리가 덜 된 곳도 있었습니다. 스태프 분들이 매우 친절해서 더 기분이 좋았네요.
로비엔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여기는 박물관 관람 예약을 하지 않아도 체크 후 따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작지만 쾌적하고 보유 장서도 훌륭했습니다.
공예 관련 책만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었습니다. 채광도 좋아서 북카페 같았네요. 시간만 있었다면 좀 있다가 오고 싶었습니다 ㅠㅠ
공예 별당은 아직 공사중. 체험장과 교육장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하네요.
상설 전시는 장인들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역시 bespoke는 민족 전통이었군요 ㅎㅎㅎㅎ
갓갓갓갓
하나쯤 갖고 싶은 계영배입니다 서양 문화권에는 똑같은 원리의 '피타고라스 컵' (실제 피타고라스가 고안한 것인지는 불명)이 있죠, 과도한 음주는 어디서나 항상 문제였던 듯...
개인적으로 박물관의 전시품들도 매우 훌륭하지만, 전시품의 이해와 감상에 좋은 역사적 배경과 사실, 혹은 어록들을 같이 보여주는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클라이언트의 갑질도 민족의 전통이었나 봅니다....
학교 건물이었던 곳이라 채광과 전망이 좋은 곳이 많습니다. 지금은 관람 시간에 제한이 있어서 그럴 수 없지만, 그냥 앉아서 멍때리기에도 좋은 곳이 많습니다.
다른 층으로 이동~
전쟁이 없었다면, 저런 상점가들이 다 보존되었을까요..
3층은 현대 공예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탐나는 아이템들이 꽤 많았다능....천장이 높아서 좋았습니다.
건물간의 이동 통로를 유리로 설계한 것은 관람 사이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려는 의도였을까요? 암튼 좋았습니다.
전시 3동에는 수집가 허동화 선생님의 콜렉션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성함을 처음 들어보는 분인데 자수품과 보자기 수집에 평생을 헌신하셨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럽 스타일 앤틱 테이블 입니다, 관리는 아무래도 좀 까다로운데... 그래서 유럽인들,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이 식탁보에 좀 집착하는 것인지도...ㅎㅎ
루리웹 덕후님들 명심하십시다. ㅎㅎㅎㅎ
어쩌면 K-보자기의 시대가 올지도? 보자기가 이렇게 힙하면서도 기품도 있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병풍과 자수들도 멋집니다.
전시 3동 4층에는 보이는 수장고와 과학실등이 있습니다. CSI 급 수장고 ㄷㄷㄷ 회의실에서는 미팅을 하고 계셨는데...왠지 멋져보였습니다 ㅎㅎ
전시3동 로비입니다. 지금은 COVID때문에 입구를 하나만 개방하지만, 추후에 여기를 이용하면 동선이 좋을 것 같네요.
저는 천천히 돌아보느라 두시간 정도 머물렀습니다. 사실 박물관이란 곳이 너무 크면 지루하기가 쉬운데, 부담없이 편하게 볼 넓이라 좋았습니다.
예정에 없던 선물같은 관람이라 더 좋았던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미술관이나 다른 종류의 박물관과는 다르게 공예 박물관의 최고 장점은 이해가 쉬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 미술이나 고대 역사 박물관은 설명이나 사전 학습이 없으면 온전히 즐기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뭐 그렇게 공부하는 재미도 있지만 ㅋ
아무래도 공예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우리 생활에서 봐왔거나 지금도 볼 수 있는 것들이라 관람을 즐기기가 훨씬 좋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 나라 최초의 공예 박물관을, 말그대로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세련되게 만든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뮤료라니!! ㄷㄷ
또한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닌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라 도심 재생에도 좋은 사례인 것 같구요.
역병이 다 물러가면 해외에서 오는 손님들의 인기 장소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ㅎㅎㅎ
봐주셔서 감사드리고, 지난 글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ㅎ, 그럼 또 어딘가의 방랑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잘 봤습니다. 다음에 한 번 놀러 가봐야겠네요.
넵 구경 다하고 근처에서 놀 수도 있으니 정말 좋은 곳 같습니다 ㅎㅎ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를 이렇게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