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드릴 게임은 '퀄'이라는 이름을 가진 쥐 친구와 함께 퍼즐을 풀며 모험을 떠나는 액션 어드벤쳐 퍼즐 게임 모스(Moss)입니다. 2018년에 출시되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요즘 나오는 VR 게임만큼 VR의 강점을 잘 살려 만든 게임입니다. 2018년이면 퀘스트1이 출시되기 전이고 PS VR과 리프트가 현역이던 VR 초창기 시절인데, 그걸 감안하고 보면 상당한 수작입니다.
그런데 2022년 기준으로는 4년이나 된 옛날 게임이기도 하고 오큘러스 스토어에서는 한국 지역락이 걸린 게임이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검색조차 안 되는 게임입니다. 때문에 모스가 세계적으로 받고 있는 평가에 비하면 한국에선 이상하리만치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게임입니다.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지역락이 걸려있는 것은 모스가 오큘러스 리프트 기기를 기준으로 나온 게임인데 한국에서 리프트가 정발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 뿐입니다. 그래서 스팀에서는 한국에서도 구매가 가능하게 되어있고 오큘러스 스토어도 우회를 통해 구매하여 정상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으며 한글 자막까지 완벽하게 지원하는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은 여러분에게 모스가 진짜 수작인지 아닌지 알려드릴 일만 남았네요!
게임 동화 Moss
모스는 동화책을 읽는 독자가 동화 내용에 직접 참여하여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컨셉을 갖고 있습니다. 동화책이라는 컨셉에 맞게 등장인물들이 모두 직접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동화책을 읽어주는 나레이션이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전부 연기하면서 이야기를 읽어줍니다.
동화책의 주인공이 플레이어가 아닌 쥐 용사님인 "퀄"이라서 자칫하면 플레이어의 몰입감과 존재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동화책 주인공인 퀄이 플레이어를 인식합니다.
플레이어도 역시 퀄의 존재를 눈앞에서 보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 쓰담쓰담 가능]
이렇게 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후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플레이어가 개입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해뒀기에 단순히 동화책 주인공인 퀄을 플레이어가 대신 움직여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퀄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오해 방지: 퀄도 플레이어가 움직입니다.)
[▲ 가만히 있으면 퀄은 정면을 보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를 바라봅니다.]
배치되어 있는 NPC들도 퀄을 보면 고개를 돌려 쳐다보거나 인사를 해주거나 등등.. 동화책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설치한 장치들이 굉장히 디테일 합니다.
액션 퍼즐 게임?
VR 게임 장르에 액션이 붙었다? 그럼 십중팔구 "저는 멀미가 나는 게임입니다." 이렇게 광고하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십중팔구" 즉,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이지 예외는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모스'가 바로 그 예외에 속하는 게임입니다.
뭔가 트레일러를 스크린샷 찍은 구도 같지만 제가 찍은 인게임 화면입니다. 모스는 전투가 존재하는 VR 액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비롯한 게임 세상을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마구 움직이더라도 카메라 워킹이 같이 울렁이지 않습니다. 거의 고정된 시점에서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이죠.
[▲ 퀄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플레이어의 손이 개입하여 퍼즐을 푼다.]
이건 플레이어가 직접 손으로 해결하는 퍼즐 요소를 넣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채택한 시점이라 하더라도 이 선택이 VR 멀미를 크게 줄이는 데에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또한 고개만 조금 돌려주면 맵 전체 화면이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시점이라 의자에 앉아서 손만 까딱까딱해도 아무런 문제 없이 플레이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모스는 여러모로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해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 째로 퍼즐 요소가 있다고 하지만 다른 퍼즐 어드벤처 게임처럼 퍼즐 난이도가 높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플레이 하면서 "이걸 어떻게 알아?"싶은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 퀄을 컨트롤하지 않고 가만히 맵만 보고 있으면 퀄이 훈수를 둡니다.]
심지어 플레이어가 퍼즐을 못 풀고 멍하니 있으면 퀄이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된다면 몸으로 힌트까지 주니 퍼즐 요소가 있는 어드벤처 게임임에도 공략 글을 굳이 찾아볼 이유가 없는 난이도 입니다.
전투도 마찬가지 입니다. 멀리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적도 있고 3번 맞으면 바로 사망이라서 거슬리는 점이 있긴 하지만, 적들의 패턴이 단순하고 체력을 무한정 채울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며 플레이어가 손으로 적을 붙잡으면 멈추기까지 하기에 전투 난이도는 퍼즐 난이도보다 더 낮습니다.
오히려 어렵다고 느껴질만한 건 다름 아닌 '점프'입니다. 점프하는 느낌이 딱 메이플스토리 인내의 숲 플레이 하는 거 마냥 끝에서 - 끝으로 점프를 해야 하고 플레이어 시선 기준으로 좌<->우는 그나마 낫지만 앞<->뒤는 거리감이 잘 안 느껴져서 모스의 최다 사망 요인은 낙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낙사 구간이 없는 경우에는 떨어지면 처음부터 발판을 밟고 다시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몇 번 나오는데요. 여러 번 당하면 머리가 많이 어지럽습니다.
[▲ 물론 어드벤처 게임은 고난이 있어야 성취감도 그만큼 따라옵니다. 쉽기만 하면 재미없죠.]
게임을 하다보면 오리(Ori) 시리즈나 할로우 나이트와 같은 액션 플랫포머 게임들이 생각납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VR 가산점을 떼고 보면 모스가 오리, 할나보다 게임 완성도가 높냐?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모스가 액션 플랫포머, 액션 어드벤처 장르 게임들의 "넥스트 스텝"을 보여준 건 맞다 생각합니다.
PC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생각하고 모스를 플레이 한다면 분명 게임 볼륨이나 허술한 수집형 요소 등에 실망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넥스트 스텝을 미리 경험해보는 데에 있어서 모스를 플레이 하는 건 충분히 좋은 게임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아까 떼버렸던 VR 가산점을 다시 붙여서 보면 수작인 점은 틀림 없으니 말입니다.
또, 조만간 후속작도 나올 예정이니 이를 대비해서라도 1편을 미리 플레이 하는 거 나쁘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