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 설명 좀 해줄래?”
제3함대 통신 채널에 접속하여 묻는 제7함대사령관인 라시아 제독을 향해, 제3함대사령관이 워울프 루가루 제독이 말하였다.
목소리 자체는 라시아 제독 특유의 어리디 어린 느낌이 났지만, 말투와 어조에는 사뭇 진중함의 무게가 느껴졌다.
“보는 그대로.”
- “아니, 제대로 설명을 해달라고. 보는 그대로라고 말하면 어떻게 알아들어, 우리는 이제 막 도착하려고 하고 있는데.”
“아, 하긴 그런가...”
“펙소 콘소시엄 세력과 최초 조우했을 당시 적 함대는 약 80여척을 조금 웃도는 함정 수를 가지고 있었어. 그 중에서 투항 권고 방송 때려서 넘어온 함정 외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적 함정은 레이더에 표시된 그대로고.”
“다만 자기네들도 교전 중에 중과부적 상황이라는 걸 아는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트리톤 부대를 출동시켰더라고. 적 트리톤 부대는 총 318기. 격침시켜서 날아간 것들 제하고 현재 남아있는 건 약 200여기 정도. 이 정도면 설명 되지?”
- “응, 그리고 아까 전에 태평양함대사령부에서 연락이 왔어. 가능한 빨리 3군을 서부 해안에 투입시키라고. 와이오밍 주에 있는 1군이 펙스 군대랑 철충 군대랑 이미 조우를 했고, 2군은 이제 오클라호마 주로 넘어가려고 하니, 최대한 서부 해안을 정리하고 원정군을 상륙시키라고.”
- “그리고 무엇보다 3군이 해야할 일을 1군이 지금 먼저 했어.”
“무슨 일?”
- “VIP를 찾았데.”
“브이아이ㅍ...?!?!”
“아자즈를 찾았다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원정군의 조커카드인 원정군 3군이 캘리포니아 해안에 상륙하여 라스베이거스로 향하기도 전에, 루가루 제독은 라시아 제독으로부터 원정군 3군이 확보해야할 VIP인 헤체자 아자즈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 “정확히는 찾은 게 아니고 자기가 알아서 찾아왔다고 그랬어.”
“어떻게 찾아왔는데??”
- “추락한 우리 공군 파일럿을 강습군 대열까지 데려다줬다고 그랬어.”
“운이 엄청 좋구만 그래...”
아자즈를 찾았다는 말은 루가루 제독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왜냐하면 원정군 3군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사실상 가장 중요한 임무)바로 헤체자 아자즈를 찾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해체자 아자즈가 라스베이거스에 있을 것이란 말도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했기 때문에 루가루 제독을 비롯한 일선의 전선 사령관들은 과연 아자즈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찾는다면 얼마나 걸릴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무모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멸망 전에 종적을 감춘 사람을 대체 어떻게 찾을 것이며, 설령 찾더라도 어떻게 설득을 할 거고, 또 어떻게 데려올 것인지도 관건이었다. 아닌 말로 만약에 아자즈가 죽었을 수도 있으며, 혹은 펙스에 가담했을 수도 있을 일이지 않는가? 그러니 원정군 3군을 상륙시키기도 전에 이런 소식을 전해 받다니, 참 운이 좋았다.
“근데 초반에 좋은 카드를 다 써버리면 나중에 우리가 쓸 패가 없을 텐데...”
“하여튼 그래서, 그러면 그 아자즈란 사람을 찾았고, 지금 원정군 1군에 있다고?”
- “일단 아자즈의 신변은 윌슨 사령관님이 확보하고 있어. 원래라면 3군에 바로 신변을 이전시켜줘야하는데, 지금 서부 지역에 있던 펙스 병력들이 중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어서 쉽지만은 않아.”
“아니 다른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당사자가 현재 상황을 잘 이해를 해주고 따라와줘야 할 텐데, 안 따라주면 말짱 꽝이지 않아?”
- “그것 까진 걱정 안해도 될 것 같아.”
- “추락했었다던 우리 쪽 공군 조종사를 구조해주고 원정군 대열로 합류시켜주는 과정에서 그 조종사가 아자즈한테 연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줬었나봐. 그러더니 연방에 꼭 오고 싶다고 하더랬다 그러더라고. 물론 자세한 건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애초에 연방과 펙스와의 전쟁이 일어났었는지도 모르고 있더라고.”
“펙스와 전쟁이 일어난 걸 모르고 있었다니, 그건 무슨 소리야?”
“아자즈를 찾은게 미국 땅이 아닌거야?”
- “그건 아니야. 나도 자세히는 못 들어서 모르겠는데, 인류가 멸망하고 200년을 가까이 혼자서 지하에서 생활했었다 그랬데.”
- “어디랬더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 “50? 51구역? 이라는 곳에서 혼자 살았었데.”
“... 51구역 지하 기지에서 혼자 200년을 살았었다 이 말이야, 지금??”
“이야~... 200년을 혼자 살면서 펙스에게 한 번도 안 걸렸었다는 말이야, 그럼?? 펙스 놈들이라면 당연히 라스베이거스 정도는 점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는갚네.”
- “몰라, 나도 거기까지는. 왜 펙스에게 여지것 걸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 “아무튼 그래서 사령부는 지금 조속히 서부 해안을 정리하고 원정군을 상륙시키라고 했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데.”
아직 미 서부 해안은 펙스의 함대가 길목을 가로 막고 있는 중이었다.
최초 제3함대와 조우했을 당시 약간 함정의 수가 더 많았던 펙스의 함대는, 루가루 제독의 투항 권고 방송에 따라 적지 않은 수의 함정들이 제3함대에 투항하며 연방으로 전향하였고, 대함미사일과 해군 항공군의 강력한 제공권 장악 능력에 고전을 면치 못한 펙스 함대가 캘리포니아 해안에 있던 트리톤 부대를 대거 출동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대양함대의 입장에선 큰 함정보다 작은 크기로 빠르고 잽싼 트리톤들을 상대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기에 제3함대도 트리톤의 등장 이후부터는 펙스 함대를 상대하는 속도가 상당히 느려진 상황이었다.
그래도 루가루 제독은 제7함대가 오기 전까진 서부 해안의 제해권도 완전 장악을 하려고 하였지만, 하필 제7함대가 오는 속도가 더 빨랐을줄이야. 하지만 그 덕분에 트리톤으로 비등비등했던 제3함대와 펙스 함대의 전력이, 제7함대의 개입으로 압도적인 전력차가 벌어지게 되었다. 물론 루가루 제독의 입장에선 제7함대에게 먹잇감을 빼앗기고 싶지는 않으니 그다지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원정군 해군의 최상급 사령부인 태평양함대사령부에서 당장에라도 미 서부 해안을 장악하여 원정군 3군을 투입시키라 지시하였으니 본부대로 따르는 수 밖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너네 함대 오기 전에 우리가 정리하려고 했었는데, 그건 또 안 되는갑네.”
“지휘는 내가 할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트리톤은 우리 쪽 수상함들이 맡을 테니, 그 쪽에서 펙스 함대의 수상함들을 맡아줘. 저 녀석들 피해가 가장 큰 함정들을 앞으로 내세우고 막는 전략으로 가는 모양인데, 그 쪽에서 시원하게 빵빵 갈겨버리라고.”
- “응, 맡겨만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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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가족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오느라 이번 회차가 조금 늦었습니다!!
작중 펙스 함대가 사용하는 카라드볼그 미사일은 멀린의 실제 인게임 무장이며,
트리톤의 하이드로겐 다목적 유도 로켓과 아틀란티스 미사일도 인게임 트리톤의 무장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노벨피아에도 댓글과 추천을 박아주십시여...
이번 어린이날 제주도 폭우 내렸는데 무사히 다녀오셨나보네요. 즐거운 연휴 보내셨길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