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입구 앞에 원정군의 4성 장군이 나타나자마자, 214번 스프리건 모르건즈와 37번 이그니스는 잽싸게 달려가 그녀를 향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갑작스러운 마이크와 카메들의 취재 공세에, 4성 장군을 보위하던 연방군 장교들이 기자와 카메라우먼을 막아세우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장군님! 모르건즈 일보의 스프리건 모르건즈라고 합니다!! 지금 연방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난민 수용소에서 잇다른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잠시 대화 가능하실까요????”
“이 사람들 어디서 들어온거야?!”
“장군님!! 장군님이 미 본토에 상륙한 연방군 원정군 전체를 지휘하는 총사령관님이시라는 건 이미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난민 수용소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도 사령관님에게 있으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령관님!! 펙스 난민 수용소에서 연방군과의 물리적 차별이 존재하고, 거기에 수용소 내부 시설 환경이나 배급 사정이 열악하여 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해명해주실 의향이 없으신가요?!?!”
“그리고 정말 펙스 측 난민들을 향하여 실탄을 사용하여 제압을 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찍지 마세요!! 찍지 마시라니까요?!”
“이봐, 당신!! 빨리 카메라 안 치워?!?!”
“사령관님!! 연방이 펙스에 전쟁을 선포한 이유가 저희 같은 바이오로이드들을 펙스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주시기 위함이 아니셨나요?! 그런데 지금 그런 연방이 펙스의 난민들을 상대로 또 다른 폭력을 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연방이 진정으로 펙스보다, 레모네이드 오메가보다 정의롭다고 말씀하실 수 있나요?! 지금 그 정의롭다는 연방이 누구보다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저에게 계속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연방의 난민 수용소에서 연방이 펙스 난민들에게 벌이고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말이죠!! 사령관님! 계속 이렇게 은폐하고 덮어놓기만 하신다고 해서 결코 진실을 피하실 수는 없으실 겁니다!! 그러니 지금 연방의 난민 수용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진정 연방이 펙스보다 정의로운 존재라면 진실을 피하지 마시고 향간에 도는 소문에 대하여 맞다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대답해주시길 바랍니다!!!”
스프리건은 자신을 철벽처럼 막아세우는 연방군 장교들을 사이를 비짚고 어떻게든 마이크를 원정군 사령관을 향해 들이밀었다. 하지만 원정군 사령관은 못 본척, 못들은 척 하며 수행 장교들의 안내를 받고 부대 안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유유히 사라지는 연방군 원정군 사령관의 뒷모습을 보며 스프리건은 어떻게든 그 뒷모습을 쫓아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군사 지역으로 완전히 넘어가려는 순간 부대 입구를 지키는 연방군의 초병들이 214번 스프리건 모르건즈와 37번 이그니스를 향해 무기를 들고 위협적으로 다가오며 그들을 강하게 저지하였다.
“여기서부터는 출입 통제 구역입니다. 나가십시오.”
“아, 잠깐만요!! 아직 취재는커녕 인터뷰도 제대로 못했는데!!!”
“나가십시오.”
“아 진짜 인터뷰만이라도!!!!”
- 철컥!!!
“?!?!?”
“지통실. 여기는 위병소라고 알리고, 기지 내 무단침입하려는 거수자 발견. 현 시간부로 규정에 따라 조속히 처리하겠음, 이상.”
꿋꿋하게 자리를 뜨지 않는 기자들을 향해, 초병들은 하늘에 대고 공포탄을 발사하며 위협을 가하였다. 기자들은 이 다음 총성이 자신들을 향할 것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전시 상황인 만큼 연방군에게 있어서 무장을 했던 안 했던 무단으로 군사 통제 구역을 침범하려는 거수자에 대해선 사살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죽기 싫어서라도 헐레벌떡 도망치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마이크와 카메라는 꿋꿋하게 챙겨가는 폼이 솔직한 말로 여간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윽고 도망갔던 214번 스프리건 모르건즈와 카메라 우먼인 37번 이그니스는 유유히 다시 NORAD 기지 위병소로 돌아왔다.
그들이 돌아오자 구석에서 숨어 이를 지켜보고 있던 셰퍼드와 유미와 하도연 대장, 그리고 연방군 장교들과 함께 기지 안으로 들어갔었던 4성 장군 전투복을 입은 드라큐리나가 나왔다. 여담으로 초병과 연방군 장교들을 연기한 건 드라큐리나 소대의 소대원들이었다.
“히힛~ 저희 어땠어요?”
“뭐, 첫 연기 치고는 나쁘지 않았네요. 좋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드라큐리나 씨는 아예 입을 안 여는 쪽으로 노선을 잡으신 거네요.”
“이런 상황에선 사령관이 굳이 변명을 하는 것보다야 아예 아무 말도 안 하는게 훨씬 더 자연스럽거든요.”
“이야~ 역시, 멸망 전 브로드웨이의 흥행보증수표 다우시다니깐. 캐릭터 해석능력이 장난이 아니시네요.”
“뭐,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호오~ 나보다 장군에 대해서 더 잘 알아, 드라큐리나 중위?”
“장군 행세해보니깐 어때? 이 참에 아예 현역으로 복직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아무튼 간에, 카메라에 찍힌 영상도 생동감 있게 아주 잘 촬영되어졌는데요? 뭐 어차피 애초부터 날것 그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던지라 편집할 생각도 없었지만, 이 정도 완성도면 그냥 이대로 펙소 콘소시엄 인트라넷에 올리면 될 것 같아요. 원래도 기사 쓰시던 것들 전부 인트라넷에 올리신다고 하셨었죠?”
“예, 맞습니다!”
“기사 쓰는 것도 주로 제가 쓰지만요. 얘 취재랑 인터뷰 이런 거 빼면 진짜 하는 거 없다니까요?”
“야, 왜 내가 하는 게 없어?! 내가 하는 일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지!!”
“지랄, 항상 사고는 너가 벌이고 수습은 내가하지, 그치??”
“나야 말로 목숨걸고 일하는 기자거든?! 너는 피하지방이 두꺼워서 총 맞아도 다 튕겨내잖아!!!”
“뭐가 어째?!?! 야, 거기서 살 이야기는 왜 나와?!?!?!”
“자자~ 싸우는 건 나중에 하시고, 일단은 지금은 펙스를 속이는 일이 더 급선무니깐 이 일부터 처리하도록 하죠.”
“그럼 이그니스 씨? 이 영상이랑 방금 전 주어진 상황을 토대로 해서 기사를 올리면 얼마나 걸릴 것 같나요?”
“이 정도 기삿거리야 금방 쓰죠. 한 30분? 아니다, 한 15분 정도만 기다려보시겠어요? PC는 아까 그거 쓰면 되죠?”
그렇게 데스크 톱 앞에 앉은 37번 이그니스는 곧장 펙소 콘소시엄 인트라넷에 자신들 언론사의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였고, 곧 바로 영상과 함께 기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차그작- 차그작- 거리는 키보드의 타자 소리가 울리면서, 이그니스의 호언장담대로 기사는 순조롭게 작성되어졌다.
정확하게 딱 15분이 지났을 때, 그녀는 시원스럽게 엔터를 누르고 기사를 마무리 하였다.
“자, 한 번 보시겠어요? 수정이나 추가해야할 부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아, 이건 제가 볼게요.”
“어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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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그러고보니 오르카와 펙스가 본격적인 화해 무드에 들어간다면 인터넷 검열이 어느정도 해제될 수도 있겠네요. 보안이라든가 다른 이유때문에 특정 사이트는 접근 불가일수도 있겠지만. 오르카 사이트의 선정성에 기겁하는 펙스라든가.
그리고 혼탕도 있지요
이렇게 되면 작가님이 과거에 기자일을 해봤다고 의심을 할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