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큐리나의 무대는 언제나 화려했다. 수십명이 뛰어다녀도 넉넉한 무대를 가득 메운 홀로그램은 천장을 넘어 극장 밖의 하늘까지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매료된 사람들은 드라큐리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얼마라도 지불할 수있었다. 수백명밖에 보지 못하는 공연의 암표값은 나날이 올라갔고 그 암표를 사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극장의 밖에서 하늘로 새어나오는 홀로그램의 파편을 보며 암표를 구하지 못한 자신을 저주하며 언젠가 드라큐리나를 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릴 뿐이었다. 다음 공연은 꼭, 그것이 아니라도 그 다음 공연만은 제발. 그것이 그들의 소원이었다.
귀를 울리는 음악과 눈을 멀게 만드는 총천연색 홀로그램. 드라큐리나는 그 가운데에 있었다. 작은 소녀는 거대한 무대위에 혼자 올라가 있었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무대를 가득 메운 홀로그램과 음악보다 컸다. 관객들은 말한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음악과 홀로그램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고. 그저 드라큐리나라는 작은 소녀가 자신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고. 그녀는 더 이상 작은 소녀가 아니었다고.
오늘의 무대는 더욱더 화려했다. 밖에서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안좋은 소식이었지만 오늘이 바로 드라큐리나의 마지막 공연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은퇴공연이 되었는가. 어째서 박수를 칠 때 떠나는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회사간의 계약이 문제일 수도 있었고 드라큐리나의 개인적 사정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드라큐리나에게도, 공연을 보는 사람에게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무대에 모두가 몰두한 나머지 그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눈과 귀로 들어오는 자극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공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다. 걱정을 잊기 위해 온 자리에서 걱정을 할 이유는 없었다.
"모두들 그동안 고마웠어!"
드라큐리나는 객석의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녀의 마지막 무대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녀는 글썽이는 눈물과 함께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이제 이것도 마지막이었다. 관객들은 드라큐리나의 마지막 모습을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들중에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무대는 끝났다. 사람들은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떨어트려야 했다. 사람들은 한둘씩 객석에서 떠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모든 사람들이 객석을 떠났다. 무대에는 드라큐리나 혼자 남았다. 공허한 극장을 바라보자 허탈감이 들었다. 매번 무대를 끝낼 때마다 드는 감각이었다.
그동안은 그래도 다음 무대가 있으니까. 이제부터 다음 무대 준비를 하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 허탈함을 이겨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었다. 이것으로 드라큐리나의 무대는 끝이었다. 등이 하나하나 꺼져가며 모든 것은 어둠에 삼켜졌다. 시야가 검은색으로 가득해질 때까지 드라큐리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도 이게 끝이라 믿겨지지 않았던 것일까.
"드라쨩! 수고했어!"
극장의 극단장이 드라큐리나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제야 드라큐리나는 무대의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바쁘게 뒷정리를 하는 중이었지만 드라큐리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드라큐리나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오늘도 멋진 무대였어. 아니, 지금까지 드라쨩이 해준 무대중에 최고였어!"
극단장은 항상 그렇게 말했다. 이제 극단장이 해주는 이 말도 끝이겠지. 모든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 자리에 서는 것도 이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평소의 드라큐리나라면 텐션이 올라가 이것저것 말을 할 터였지만 오늘의 드라큐리나는 달랐다. 은퇴가 아직은 어색한 탓이었을까.
"테마파트에 가는 것 때문이지?"
극단장은 웃으며 말했다. 모든 드라큐리나는 은퇴후 테마파크에 가 여생을 즐겁게 보낸다. 그것이 이곳의 룰이었다. 전대의 드라큐리나 역시 마찬가지였겠지. 전대의 전대도. 전대의 전대의 전대도. 하지만 테마파크에 간 드라큐리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극단장도 어떤 곳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드라큐리나에게 테마파크란 가고 싶은 곳이자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어떤 곳이었을까.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아닌 관객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할 필요 없이 가만히 쉬면 되는 곳일까. 드라큐리나는 항상 의문이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소문조차 들을 수 없었다.
"걱정마. 거긴 정말 좋은 곳이야."
"어떤 곳인데요?"
드라큐리나는 알고 싶었다. 테마파크가 어떤 곳인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평생을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 말고는 해본적이 없는 드라큐리나는 테마파크가 애초에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좋은 곳이야. 가보면 알아."
극단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드라큐리나의 어깨를 톡톡 치더니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지금이라면 말해줘도 되는 것이 아닌가.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서운함을 불안감이 조금씩 좀먹고 있었다.
"물건은 가져갈 필요 없어요?"
다음날 새벽, 드라큐리나는 일찍부터 테마파크에 갈 준비를 했다. 가벼운 츄리닝과 잠바를 입은 드라큐리나는 평범한 복장이었지만 예능인의 아우라는 사라지지 않았다. 멀리서도 그녀의 존재감은 밝게 빛날 것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침식사용 샌드위치만 들려있었다.
"테마파크에 가면 모든 것이 있을 거야."
그녀의 매니저가 말했다. 그녀는 편한 복장과 잠깐 먹을 아침 식사면 된다고. 매니저 역시 드라큐리나에게 테마파크가 어떤 곳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곳에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만 말해줄 뿐이었다.
"문을 나서면 불이 붙은 드럼통이 있을 거야. 추우니까 거기서 몸을 녹이다보면 테마파크로 가는 버스가 도착할 거야. 거기에 타면 테마파크로 데려다줄 거야."
매니저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었다. 겨울이었기 때문일까, 찬 바람이 들어왔다. 다행히 드라큐리나는 따듯하게 옷을 입었고 그리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불에서 몸을 녹일 필요는 없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드럼통 앞에 도착한 드라큐리나는 손을 비비며 불을 쐬었다. 그리 춥진 않았지만 추운 건 추운 것이었다. 특히 드라큐리나는 겨울에도 온기가 나오는 각종 장비로 가득한 무대에서 공연을 했기 때문에 추운 곳에 갈 일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더운 것에 강했다.
그렇게 손을 비비는 사이 어디선가 온 사람들이 드럼통 앞으로 몰려왔다. 새벽부터 어디론가로 가는 사람들인가. 드라큐리나는 자신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게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바이오로이드라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특히 자신이 바로 옆의 극장에서 공연하는 드라큐리나라는 것을 안다면 더더욱.
그때 한 버스가 도착했다.
"테마파크 가시는 분!"
문이 열리자 기사가 외쳤다. 드라큐리나가 기다리던 버스였다. 드라큐리나는 반가운 얼굴을 하며 버스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테마파크는 어떤 곳일까 어떤 미래가 드라큐리나에게 펼쳐져 있을까. 버스는 조금 추레했지만 버스가 다 그렇지. 테마파크만 화려하면 되는 거야. 아니면 수수한 곳인가.
동시에 드럼통 근처에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도 테마파크로 가는 것인가? 나중에 드라큐리나와 친해져야 하는 사람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버스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드라큐리나는 어떻게든 그 틈을 파고 들어 어떻게든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해서 들어왔고 드라큐리나는 다른 사람들과 몸을 부대끼게 되었다. 조금은 싫었지만 테마파크에 도착하기 위해 참아야 하는 과정이었다.
"테마파크 도착요!"
버스 기사가 외치자 사람들은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드라큐리나 역시 버스에서 내렸다. 날이 우중충한 탓이었을까. 테마파크는 별로 테마파크처럼 보이지 않았다. 드라큐리나는 테마파크에 대해 잘 몰랐지만 확실한 건 그녀가 생각한 테마파크는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어이! 거기 뭘 멍하니 있어!"
사람들 중 하나가 드라큐리나에게 외쳤다.
"네?..."
"이거 받고 저기서 기다려!"
그 사람은 드라큐리나의 손에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안전모와 형광조끼였다. 그가 가리킨 방향에는 그것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드라큐리나는 보지 못했다. '테마파크 1년뒤 오픈 예정.' 이라는 팻말을...
그리고 저 드라큐리나는 자신의 눈으로 진짜 지옥이 무엇인지를 보게 됩니다...
교수대를 직접 만드는 사형수군요.
그리고 저 드라큐리나는 자신의 눈으로 진짜 지옥이 무엇인지를 보게 됩니다...
교수대를 직접 만드는 사형수군요.
c구역이 나올줄 알았는데 참신한 반전이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