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같은 소녀야
―강 건너 주막에서
어디서 호개 짖는 소리
서리 찬 갈밭처럼 어수선타
깊어 가는 대륙의 밤―
손톱을 물어뜯다도 살그마니 눈을 감는
제비 같은 소녀야
소녀야
눈감은 양볼에 울정이 돋친다
그럴 때마다 네 머리에 떠돌
비극의 군상群像을 알고 싶다
지금 오가는 네 마음이
탁류에 휩쓸리는 강가를 헤매는가
비 새는 토막에 누더기를 쓰고 앉았나
쭝쿠레 앉았나
감았던 두 눈을 떠
입술로 가져가는 유리잔
그 푸른 잔에 술이 들었음을 기억하는가
부풀어 오른 손등을 어찌려나
윤깔나는 머리칼에
어릿거리는 애수
호인胡人의 말몰이 고함
높낮아 지나는 말몰이 고함―
뼈저린 채찍소리
ㅁㅁ을 감아치는가
너의 노래가 어부의 자장가처럼 애조롭다
너는 어느 흉작촌凶作村이 보낸 어린 희생자냐
깊어 가는 대륙의 밤―
미구에 먼동은 트려니 햇살이 피려니
성가스런 향수를 버리자
제비 같은 소녀야
소녀야……
오랑캐꽃
이용악, 한국대표명시선 100, 시인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