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난장이 끝났다. 작업복
소매 속이 썰렁한 장바닥.
외지 장꾼들은 짐을 챙겨
정미소 앞에서 트럭을 기다리고
또는 씨름판 뒷전에 몰려
팔짱을 끼고 술렁댄다.
깡마른 본바닥 장정이
타곳 씨름꾼과 오기로 어우러진
상씨름 결승판. 아이들은
깡통을 두드리고 악을 쓰고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지만
마침내 나가떨어지는 본바닥
장정. 백중 마지막 날.
해마다 지기만 하는 씨름판
노인들은 땅바닥에 침은 배앝다.
타곳 씨름꾼들은 황소를 끌고
장바닥을 돌며 신명이 났는데
학교 마당을 벗어나면
전깃불도 나가고 없는 신작로.
씨름에 져 늘어진 장정을 앞세우고
마을로 돌아가는 행렬은
참외 수박 냄새에도 이제 질리고
면장집 조상꾼들처럼 풀이 죽었다.
농무
신경림, 창비시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