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애비도 종 할애비도 종 한늬 허리 굽히고 드나들던 토막
기울어진 흙벽에 쭝그리고 기대앉은 저 아이는 발가숭이 발
가숭이 아이의 살결은 흙인 듯 검붉다
덩쿨 우거진 어느 골짜구니를 맑고 찬 새암물 돌 돌 가느
다랗게 흐르는가 나비사 이미 날지 않고 오랜 나무 마디마
디에 휘휘 감돌아 맺힌 고운 무늬 모양 버섯은 그늘에만 그
늘마다 피어
잠자듯 어슴프레히 저놈의 소가 항시 바라보는 것은 하
늘이 높디높다란 푸른 하늘이 아니라 번질러놓은 수레바퀴
가 아니라 흙이다 검붉은 흙이다
오랑캐꽃
이용악, 한국대표명시선 100, 시인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