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月 1日
골목마다 똥오줌이 질퍽이고
헌 판장이 너풀거리는 집집에
누더기가 걸려 깃발처럼 퍼덕일 때
조국은 우리를 증오했다 이 산읍에
삼월 초하루가 찾아올 때.
실업한 젊은이들이 골목을 메우고
복덕방에서 이발소에서 소줏집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음모가 펼쳐질 때
조국은 우리를 버렸다 이 산읍에
또다시 삼월 일일이 올 때.
이 흙바람 속에 꽃이 피리라고
우리는 믿지 않는다 이 흙바람을
타고 봄이 오리라고 우리는
믿지 않는다 아아 이 흙바람 속의
조국의 소식을 우리는 믿지 않는다.
계집은 모두 ㅁㅁ가 되어 나가고
사내는 미쳐 대낮에 칼질을 해서
온 고을이 피로 더럽혀질 때
조국은 영원히 떠났다 이 산읍에
삼월 초하루도 가고 없을 때.
농무
신경림, 창비시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