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물고기들과 커피 마시기
외로울 땐 이게 좋아
강물 멈춘 작은 웅덩이
모여든 물고기들에게 커피 한 모금 건네네
큰 물고기들 급히 흩어지고
작은 물고기들 모여드네
시집 읽을 때 좋지
브람스를 들을 때도 좋아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해봐
잠들 때도 좋아하면 꿈을 꾸게 돼
같은 꿈을 일주일에 다섯 번 꾸는 것이 인생이야
물속에서도 꿈은 흘러가니?
바람은 어디에 사는 거니?
물속의 초콜릿 공장에 견학 가고 싶어
조금 더 자라면 수학을 공부하게 돼
이건 무슨 필요가 있지?
묻게 될 때가 오게 돼 있어
흐름 속에 몸을 맡기는 건 좋은 버릇이 아니야
눈두덩이 퍼렇게 부풀어오를 때까지
주먹질을 하게 될 날도 오지
오지 않았으면 하게 될 날이 와
그날을 꼭 안아봐
물속의 꿈은 부드러워
흐르면서 조용히 감싸안지
내일도 또 올게
짱뚱어가 주인공인 동화 한 편 읽어줄게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곽재구, 문학동네시인선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