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 시대
외상으로 책을 샀다.
책을 외상으로 사들고
서점 문을 나서는
나는 가난하였다.
가난이 달았다.
책을 외상으로 사들고
서점 문을 나서서
한시간 오십분 동안 완행버스를 타고
책을 보다가
차에서 내려 삼십분 동안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어떤 날은 헌책을 샀다.
지게로 한짐이었다.
책을 짊어진 나는
밤나락을 짊어진 농부처럼
성큼성큼 들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창비시선 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