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절에서의 눈송이 낚시
간밤에 누군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였을까
그 소리는 슬픔도 기쁨도 아닌 어떤 감정에 휩싸여 있
는 것 같았다
그 감정의 소리가, 흐느낌의 무한이 나를 깨웠던 걸까
밤새 잠들지 못하는 내 영혼이 그 흐느낌 곁을 서성거
리고 있었다
그것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쓸쓸함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바람이 불어왔다
창가의 화분에서 철 지난 몇 개의 나뭇잎들이 떨어졌다
떨어진 슬픔들은 내 작은 탁자로도 밀려왔다
나는 몇 개의 슬픔과 흐느낌을 주워 책갈피 사이에 넣
어두었다
간밤에 누군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고요하고 작은 흐느낌 같은 것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맑은 쓸쓸함 같은 것
귀 기울이면 누군가의 깊고 어두운 내면에서 들려오던 것
그 소리들을 데리고, 아름다운 흐느낌을 데불고 나는
이제 가야겠다
깊은 밤에도 잠들지 않는, 맑고 쓸쓸한 한 마리 아름다
운 소리를 데불고 이제 나는 숲으로 가야겠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숲은 시작되리니
숲에 떨어진 몇 개의 나뭇잎처럼 바람이 불면 무심하게
뒤척이며 맑고 가볍게 살아야겠다
아침이 오면 펄럭이며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그대 숨결
은 여전히 하염없으리니
그 하염없음을 기대어 통통통 눈물이나 말리며
오래 묵은 생의 빨래들이나 눈부시게 말리며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박정대, 달아실시선 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