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행 야간열차
술에서 깨고 간밤의 몽상에서 깨어나면
그때부터 슬픔이 나를 사로잡는다
낭만적인 열정이 불러온 고전적 두통
지속가능한 슬픔이 내 안에 오래 머물 때
나는 슬픔이 가져올 미래와
마땅찮은 현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슬픔을 치유할 근본 대책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세상과의 대치는 한바탕 나의 패배로 끝났다
오슬로행 기차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저 백기를 나부끼며 펄럭이는 대지는 누구의 영토인가
저 끝없이 펼쳐진 지속가능한 슬픔은 누구의 몫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해답을 알지 못하지만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내일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라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저 주옥(발리 발음하시오) 같은
시구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자본주의와의 일전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펑펑펑 쏟아지며 이 행성을 덮어나갈
눈발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에게 찾아온 지속가능한 슬픔이
어제와는 다른 종류의 슬픔이기를
간절히 기원해보는 것이다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박정대, 달아실시선 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