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시리즈 [귀무자], 그 완결편
제작사 \'캡콤\' 의 수많은 히트작 중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2 플랫폼으로 출시된 명작들을 떠오르는 대로 말해 본다면, 분명 [귀무자] 시리즈는 언제나 대략 순위권 임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귀무자] 시리즈는 게임 자체도 매력적인 게임성을 충분히 갖춘 대작이거니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던 사실적인 실제 인물(금성무, 마츠다 유사쿠)의 페이셜 매핑으로 신선함을 더했고, 결정적으로 흥행에서도 거듭 대 성공을 거둔 밀리언셀러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특히 [귀무자] 시리즈의 오프닝 무비는 내용적으로는 전편과 본편 사이의 시나리오적 가교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그래픽이나 연출 면에서 \'애니 매트릭스\' 와 같은 한 편의 단편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는 높은 퀄리티를 보여줘 온 것으로 유명한데, 이러한 특징은 정식 발매 전 공개된 [귀무자3]의 오프닝 무비에서 절정에 달해 캡콤이 이 게임, 그리고 오프닝 CG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실 [귀무자3]의 오프닝에서 많은 게이머들은 그 극상의 퀄리티에 놀란 한편, 돌아온 \'아케치 사마노스케\' 에 대한 반가움도 한껏 느꼈으리라 본다. 1편에서 사마노스케는 환마왕 포팅브라스와의 결투 중 귀무자 상태가 되어 행방불명 된 것으로 처리되었는데, 덕분에 2편에서는 \'야규 쥬베이\' 라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고 완결편에서도 마찬가지로 또 다른 새 캐릭터가 차용되리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깨고 귀무자 상태를 제어할 수 있게 된 그가 주인공으로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장 르노\' 라는 더욱 의외의 캐릭터와 함께 말이다.
물론 언론을 통해 사마노스케와 그로 분한 금성무가 완결편에서 돌아온다는 정보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귀무자]의 팬 입장에선 더 멋있어진 그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는 것이 그만큼 설레일 정도로 [귀무자] 1편의 감동은 굉장한 것이었다. 참고로 [귀무자2] 출시 직후에는 완결편에서 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 안정환을 페이셜 매핑한다는 등의 루머가 많이 돌았던 탓에, 개인적으로는 장 르노의 캐스팅도 그와 비슷한 성격의 루머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귀무자3]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면서 상당히 의외지만 \'진짜다!\' 라는 것에 놀랐고, 오프닝에서 확인한 그럴싸한 그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란 것도 사실이다.
전작들의 분위기를 잘 이어받은 그래픽과 사운드
화려한 오프닝을 지나고 타이틀 화면을 넘어 본 게임에 돌입하면, 비록 오프닝 CG에는 비할 바가 아니나 시리즈 특유의 사실적인 배경과 그 위를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움직임에서 비로소 [귀무자] 시리즈의 최신작이 돌아왔다는 느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잘 만들어진 건축, 조형물 프레임과 그 위에 입혀진 텍스쳐 및 라이팅(Lighting) 효과, 그리고 물, 불의 표현은 [귀무자] 시리즈의 그래픽에 있어 전통적인 강조점이며, [귀무자3]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현격하게 상승한 오프닝 CG의 퀄리티에 비하면 [귀무자3]에서 실시간 랜더링으로 처리되는 통상의 인물 그래픽 수준은 기종을 불문한 최근작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귀무자] 시리즈의 전작들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좋게 보면 한 시리즈를 큰 이질감 없이 매듭지으려는 것이겠고, 조금 꼬집어보자면 가장 큰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오프닝의 그래픽에만 과감하게 집중 투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해 볼 수 있다. 게임 중간 등장하는 컷 신들도 분명 프리 랜더링된 CG지만 오프닝에 비하면 퀄리티가 적잖이 떨어진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완전히 후자 쪽으로 매도할 수 없고, 전자에도 무게가 실리는 까닭은 특전 동영상을 담은 별도의 DVD 타이틀에서 제작진이 밝히고 있듯이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이질감을 줄이는 대신, 적의 숫자를 확실하게 늘려 놓을 수 있는 방법을 적용했다는 점 때문이다. 즉, [귀무자3]는 각각의 객체에 LOD(Level of Detail)를 두어 멀리 있는 적의 표현은 다소 거칠게, 가까이 다가온 적은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함으로써 주인공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카메라 구도를 잡으면 개체들을 조금씩 거칠게 표현함으로써 얻게된 처리량의 여유만큼 더 많은 수의 적을 동시에 출현시켜 대규모 전투를 치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전작의 그래픽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더 많은 적들을 한 화면 안에 출현시킬 수 있게끔 했다는 의미이므로 분명 그래픽 적인 발전이라 하겠다.
실시간 랜더링 CG의 퀄리티만 놓고 보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대신 이런 대규모 전투를 가능케 했으니 이것도 분명한 발전이다
아울러 아무리 생각해도 [루로우니 켄신] \'추억편\' 의 분위기와 너무도 많이 닮아있는 BGM을 비롯한 사운드 요소들도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때론 장엄하게, 때론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평소 게임 속에 너무도 잘 녹아 있어 눈치채기 힘들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비로소 [귀무자]에는 음악도 한 몫 하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될 정도다. 리듬 비트 게임이 아닌 액션 어드벤처 장르에서 음악이 이 정도 역할을 해준다면, 그 이상은 감히 과욕이라 할 만 하다.
전편을 아우르는 시나리오
시리즈 전편들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은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다. 사실 [귀무자2]는 행방불명된 사마노스케를 대신 하기 위해 야규 쥬베이를 출현시켜 별개의 스토리를 진행시킨 외전의 느낌이 강했다. 게다가 [귀무자2]와 [귀무자3] 사이에는 공백이 너무 길다 느껴졌는지 [귀무자 무뢰전]이라는 완성도도 그리 높지 않은 다소 엉뚱한 외전이 또 하나 나와서 시리즈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까지 낳았다.
그러나 [귀무자3]는 전작에서 야규 쥬베이가 노부나가와 싸울 때 사마노스케가 행방불명되어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전작에서 죽은 노부나가가 또 다시 환마왕으로 부활하였는지 등의 의문점들을 어느 정도 앞뒤가 맞는 설명으로 잘 엮어주고 있다. 물론 상세하게 따지고 들어가자면 다소 엉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전체적으로 [귀무자]와 [귀무자2] 사이의 공백을 [귀무자3]와 특전 동영상 타이틀이 잘 메워주는 느낌이어서 시리즈의 완결편다운 모습을 갖추었다고 단언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단, 이렇게 전작들을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마무리짓는 완숙함의 이면에는 [귀무자3] 자체의 시나리오만 놓고 봤을 때 적잖이 억지스럽고 진부한 내용, 그리고 연출들이 눈에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과거의 일본과 현재의 프랑스를 오가는 \'시간 왜곡 장치\' 라는 설정이 주로 이러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시간 왜곡 장치\' 는 완결편이라도 신선한 시도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는 듯한 제작진의 의도와 장 르노의 출연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었겠지만, [귀무자] 시리즈 특유의 무게감을 해치고 일견 황당하기까지 한 상황을 빚어내는 애물단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가족애\' 와 같은 진부한 소재를 너무도 뻔하고 지나치게 부각시켜 감정에 호소하는 상황 및 연출(게다가 슬로 모션)이 종종 등장하는 모습은, 최신작에 완결편이기까지 한 이 작품의 몰입을 깨는 옥의 티다. 사족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고\' 에 의해 잭을 비롯한 프랑스 일행이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되기 전까지의 불어 대사는 실시간 CG와도 잘 어울리지 않고, 그 자체로도 다소 밋밋한 느낌이어서 장 르노의 게스트 크리에이터 참가는 미스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이후 대사가 일본어로 바뀌고 시나리오가 진행되어 나가면서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주로 새로운 무기를 비롯한 시스템적인 면)들이 눈에 띄어 어느 정도 이러한 불만이 상쇄되긴 했으나, 그마저도 미셀과 앙리가 엮이면서부터는 다시 무언가를 주입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시간 왜곡 장치와 현재의 프랑스라는 배경 자체가 [귀무자]의 진지함을 어쩔 수 없이 갉아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이렇게 열심히 게임에 참여했지만 \'잭 블랑\' 의 경우 조금은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
다양한 무기와 시스템의 개선
한편 시나리오가 아닌 시스템 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보면, 앞서 말했듯이 프랑스 일행의 등장은 캐릭터의 컨셉에 따른 새로운 무기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특히 잭 블랑의 채찍 류 무기들은 부드럽고 강하게 휘두르는 동작을 구현하면서 [귀무자] 특유의 베는 맛까지 살려내느라 꽤 많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고, 결과 또한 만족스럽다. 아울러 채찍이라는 무기의 특징을 살려 통상의 이동 방법으로 건널 수 없는 길을 잭 블랑만 넘어갈 수 있게끔 한다든지, 적을 묶어두고 추가 기술을 입력하거나 근처의 사물을 적에게 집어 던질 수 있게끔(사실 크게 도움되는 기술은 아니다) 처리했다는 것은 기존 도검류 무기들에 더해 신선함을 준다. 또 초반의 잭이나 중, 후반의 미셀이 사용하는 총기류는 활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과는 분명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전작에 개성 강한 4명의 동료가 출현해 재미를 더했다면, [귀무자3]에서는 \'아고\' 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여러 재미 요소들을 추가한 점도 신선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아고는 과거의 일본과 현재의 프랑스를 연결해주는 매개 역할을 하여 잭과 사마노스케가 각각의 시대에 정해진 스토리 라인을 서로 협력하여 진행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고, 원거리에 있는 아이템 상자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또, 아고가 입을 수 있는 총 8종류의 옷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특수 기능들을 부여하고, 그 옷들은 게임 곳곳에 숨겨둠으로써 숨겨진 아이템을 찾는 재미를 더했다(모든 옷을 모으지 못하면 엔딩도 달라진다). 게다가 아고의 옷은 찾는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파이널 판타지 VII]의 \'마테리얼\' 개념과 같이 \'목령\' 이라는 아이템을 다수 찾아내어 원하는 옷에 장착해야만 특수 기능을 발동시킬 수 있도록 하여 [귀무자] 1편의 악명 높은 \'영석\' 모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밖에 완결편에 이르러 드디어 왼쪽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해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시스템적으로 굉장히 큰 변경점이다. 십자 방향키의 좌우 버튼으로 우선 방향을 정하고 위 아래 버튼으로 캐릭터를 이동시켰던 기존 방식도 [바이오 해저드]로부터 내려온 나름의 맛이 있긴 하나,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한 이동 방식보다는 직관적이지 못하고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전작에서 자주색 혼을 다섯 개째 흡수할 경우 강제 발동되었던 귀무자 상태를 [귀무자3]에서는 게이머가 R3 버튼을 이용해 원하는 순간에 발동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이러한 점은 전작에서 아쉽거나 불편했던 점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한 예라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베는 맛의 진수 - 일섬과 십연참
[귀무자] 시리즈를 이야기하면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베는 맛\' 은 완결편에서도 여전히 시원하다. 그리고 베는 맛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일섬\' 의 경우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조금씩 발동하기 쉬운 쪽으로 조정되어 왔고 [귀무자3]도 예외가 아니다. [귀무자3]의 카운터 일섬은 모든 적 캐릭터에게 비교적 사용하기 쉬운 편이며, 회피 일섬과 합쳐진 듯한 판정을 보이는 일반 일섬의 경우, 적 캐릭터마다 타이밍이 다양해 처음에는 대미지를 입지만 그 타이밍을 익히기만 하면 그렇게 혀를 내두를만한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는 최종 보스전을 비롯한 게임 전체의 난이도가 다소 낮아져 여유를 갖고 적들의 일섬 타이밍을 잴 수 있는 상황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하겠다.
다만, 이는 노멀 클리어에 한한 이야기이며 특전으로 주어지는 하드 모드나, 일섬 모드와 같은 높은 난이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노멀 난이도라고 하더라도 [귀무자3]의 파마경에 새롭게 추가된 \'수련\' 메뉴 중 일섬 수련과 같은 몇몇 과정들은 최종 보스전 이상의 감각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물론 아고의 흑색옷과 같은 특수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 연쇄 일섬이나 십연참(첫 찌르기 공격 이후 타이밍을 잘 맞춰 공격 버튼을 연달아 누르면 최대 10회까지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콤보 기술)을 자유 자재로 구사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언제봐도 짜릿한 일섬!
파마경에 \'수련\' 메뉴가 추가됐다
더 이상의 [귀무자]는 없다?
이미 [귀무자3]의 엔딩을 본 게이머라면 동감하겠지만 [귀무자3]의 엔딩에는 묘한 여운이 담겨있다. 물론 제작사가 더 이상의 후속작은 없다고 공언한 마당이라 이제 새로운 [귀무자] 시리즈는 볼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게이머들은 [데빌 메이 크라이]나 [카오스 레기온]과 같은 캡콤의 다른 액션 어드벤쳐 게임들로 위안을 삼거나, [귀무자] 시리즈의 수많은 특전들로 그리움을 달래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귀무자3]에도 어김없이 수많은 특전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골수 팬들을 위해 시리즈 전체의 스토리 라인과 제작 과정 등을 담은 DVD 동영상 타이틀까지 \'오프라인 특전\' 격으로 서비스했다는 점이다. 특히 여러 난이도와 캐릭터별 코스튬은 물론 귀사적, 퍼즐 마공공간과 같은 미니 게임들부터 본편 플레이 중 많은 게이머들이 그로 플레이 해 보길 원했을 법한 \'헤이하치 무뢰전\' 같은 외전 격의 게임까지 알차고 푸짐한 특전을 제공한다는 점 덕에 어느 정도 위안이 되리라 본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귀무자] 1, 2편의 세이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귀무자3]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길 바랬었는데, 조금 어긋나긴 했지만 [귀무자3]의 세이브 데이터를 사용하면 [귀무자 무뢰전]에서 \'갈간트\' 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이 또한 흥미롭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귀무자]의 끝을 보는 것이 안타까운 게이머들은 이 게임의 제작사가 [스트리트 파이터]와 같은 히트작을 여러 차례 우려먹기로 유명한 캡콤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회사는 또 어떤 식으로든 후속작을 내 놓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귀무자 제로(0)]라든지 [귀무자 : 코드 -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은.
성지순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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