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4 레오나/다이애나 배경 이야기 업데이트 추가
세트 단편소설: 자만심의 말로
by 존 오브라이언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sett-color-story
"금고는 누가 지키고 있지?" 내가 물었다.
빼빼 마른 몸으로 문 앞에서 무기를 나르던 셰라프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날 쳐다봤다.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있는지 생각하며 겁먹은 모양새다.
"료입니다. 오늘 밤은 료가 금고 담당입니다."
"두 명 더 붙여."
오늘 밤은 내기에 참여한 사람이 많았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 돈을 들고 튀면 곤란했다.
허둥지둥 사라진 셰라프는 이내 덩치가 가장 좋은 부하 두 명을 데려왔다. 두 녀석이 금고를 지키는 료와 합류하는 모습을 확인한 나는 다시 투기장 상황을 확인했다. 투기장은 꽉 차 있었다. 온갖 지위의 사람들이 문 앞까지 바글바글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피에 대한 갈망 하나로 모인 것이다. 곧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을 터였다.
인기 투사인 독사 프란이 어슬렁거리며 기나긴 입장을 마친 참이었다. 조각 같은 몸 전체를 초록색으로 칠한 그는 왼쪽 팔뚝에 작은 원형 방패를 차고 있었다. 상대를 마주하려 투기장에 들어서는 그의 허리띠에는 독사처럼 보이게 칠한 악명 높은 채찍검이 얌전히 감겨 있었다. 도전자는 슈리마 출신의... 패런? 패럴이던가? 이름은 그가 승리한다면 외워도 늦지 않았다. 도전자는 독사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등에 멘 쌍 단검을 어서 쥐고 싶은 듯 손이 벌써 어깨 위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이 결투를 위해 세계의 절반이나 되는 거리를 달려왔으니 이곳의 인기 투사라는 자에게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투기장 관리인이 스카프를 흔들자 결투가 시작됐다. 투사들은 결투장 중앙에서 빙빙 돌며 거리를 유지했다. 그때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독사가 채찍검을 뽑아 자신의 몸 주위로 마구 휘둘렀다.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 이런 묘기를 보일 수 있는 자는 전 세계에서 여덟 명 정도뿐이었다. 그는 실력을 과시하는 걸 좋아했다.
도발에 모욕을 받은 도전자는 단검을 뽑아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비정상적인 각도로 바람을 가르고 있는 칼날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독사는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고 방패로 단검을 쳐 냈다. 순간 도전자가 균형을 잃었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도전자의 몸이 기울었다. 양손은 허리쯤 놓여 있었다. 몸통이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이다.
독사는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상대를 향해 채찍검을 휘둘렀고 도전자는 그 자리에 처참히 쓰러졌다. 관중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금고는?!" 난 뒤쪽에 있는 녀석들에게 소리쳤다.
"가져왔습니다!" 셰라프의 대답과 동시에 흥분한 관중이 내기에 건 돈을 받기 위해 통로로 몰려들었다.
다시 결투장을 내려다보니 부하들이 패배한 도전자를 시신 운반용 수레에 싣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독사가 팬들과 승리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얼굴에는 어떤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나도 잘 아는 표정이었다. 안도감도 만족감도 아닌 자만심에 가득 찬 표정이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관중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금고도 정산이 끝나 텅 빈 상태였다. 부하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는 찰나 문 앞에서 누군가 길을 막았다.
독사였다. 손에 빵빵한 돈주머니를 들고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따질 문제가 있단다. 예상대로였다.
나는 무슨 문제냐고 물었다. 방금 기록적인 수의 관중 앞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두지 않았냐고 했다. 그게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이 기록적인 수의 관중을 끌어들였으니 그 몫을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내 몫에서 떼라는 소리였다.
그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이 투기장을 차지했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원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해서 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난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독사는 폭발했다. 자기가 이 투기장에 있는 걸 고마워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저처럼 채찍검을 다루는 사람이 몇인지 압니까? 아홉입니다!"
"아홉이라. 이거, 그새 한 명이 더 늘었나 보군."
그는 나더러 돈 좀 벌더니 투기장에서 목숨 걸던 시절을 잊었냐며 계속 입을 놀렸다. 어느새 부하들이 와서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내가 유하다고 착각하게 둘 수는 없었다. 독사에게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확실히 보여 줄 때가 된 듯했다. 그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은 이제 볼 장 다 본 과거의 승자일 뿐입니다. 이제 모피 외투에 파묻혀 진짜 투사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게 다죠. 그런 일은 누구든 할 수 있어요."
그건 용납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난 독사에게 투기장에서 대결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럼 내 실력이 여전하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그는 물러설 수 없었는지 결국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가 이기면 투기장은 전부 제 것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독사는 내 조건도 말해 보라는 듯 얌전히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내가 원할 만한 것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관중 앞에서 대결하자고 했다.
"돈은 챙겨야지."
결투의 날이 다가왔다. 사람이 어찌나 많이 왔는지 투기장 밖으로 넘칠 지경이었다. 오늘 밤에는 부하 다섯을 금고에 붙였다.
나는 투기장으로 나갔다.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관중의 함성이 들려왔다. 독사는 맞은편에 서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몸을 초록색으로 칠하고 성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난 바스타야답게 마지막 자비를 베풀었다. 투기장을 가득 메운 이들에게 내게 범한 무례를 말하고 반성하면 결투를 취소해 주겠다고 말이다.
독사는 침을 뱉더니 머리 위로 채찍검을 맹렬히 휘둘렀다.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투기장 관리인이 스카프를 흔들자 독사는 일순간 결투장을 반쯤 가로지르며 나를 향해 채찍검을 휘둘렀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성가신 녀석이 휘두른 무기가 뺨을 스쳤다. 그는 검을 몇 번 더 휘두르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기묘하게 흐물거리는 검을 쳐 내려던 그때, 방패가 얼굴을 강타했다. 나는 바닥에 나자빠졌다.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그가 채찍검을 들어 올렸다. 결투가 시작한 지 1분 만에 패배할 위기였다.
이럴 수는 없었다.
채찍검이 다시 한번 목으로 날아들었다. 난 그냥 검을 잡았다. 초록색으로 얼굴을 칠한 독사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가슴이 세차게 뛰고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입가로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손바닥의 고통을 느낄 새는 없었다. 나는 일어서서 채찍검을 잡아당겨 그를 반대편 주먹 쪽으로 홱 끌어당겼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황동 너클을 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몇 번 더 후려쳤다.
주먹질을 멈추자 그는 깨진 이를 뱉으며 내가 지금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르는 거라고 말했다.
"뭐 하는 겁니까? 관중을 끌려면 제가 필요할 텐데요."
"이봐, 넌 지금 볼 장 다 본 과거의 승자에게 지고 있어. 이제 네 결투를 돈 주고 볼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그는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투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면 곤란했다.
난 독사의 목을 쥐고 일으켜 세운 후 온 힘을 다해 땅으로 내리꽂았다. 탐욕에 빠진 얼간이는 바닥에 처박힌 후 잠시 몸을 움찔거리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관중은 열광했다.
그날 밤 늦게 평소처럼 어머니 집에 들렀다. 어머니는 이미 잠자리에 든 상태였다. 나는 조용히 서랍 위에 돈주머니를 올려놓고 어머니 이마에 입을 맞췄다.
어머니는 눈을 떠 침대 옆에 있는 아들을 보고는 가만히 미소 지었다. 내가 어머니의 뺨을 어루만지자 어머니가 내 손의 붕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채찍검을 잡아 상처가 난 곳이었다.
"세상에. 세트라이, 손이 왜 이러니?" 어머니가 걱정이 그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공사장에서 손을 베였거든요."
"오늘은 뭘 지었니, 아들?"
"고아들이 살 고아원이에요, 어머니." 나는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착한 우리 아들."
생계를 착실히 꾸려 가는 아들이 자랑스러운 듯, 다시 잠에 빠져드는 어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레오나 배경 이야기 업데이트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champion/leona/
태양을 신성시하는 타곤 산의 라코어 부족 중에서도 솔라리는 가장 신앙심이 깊다. 솔라리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태양을 숭배하도록 교육받으며, 심지어는 태양의 성위가 돌아와 모두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위험을 경고할 때까지 피를 흘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레오나는 그런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솔라리 신앙을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겼고, 그 엄격한 신앙 체계 안에서 위안과 온기를 느꼈다. 이는 그녀가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결과를 가져왔고, 또래들은 그녀의 능력, 의지력, 신앙심을 부러워했다. 그녀가 훗날 솔라리의 신성한 전사 라호락이 되리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
레오나는 뛰어난 성과를 보였지만, 스승들이 가장 까다로운 고아 출신 수련생인 다이애나를 상대하며 힘들어하는 것이 자꾸 눈에 밟혔다. 다이애나의 호기심을 처음에는 달갑게 여기던 스승들은 곧 그녀가 던지는 질문을 솔라리 신앙에 정면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레오나는 다이애나가 처벌받고 고립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다이애나에게서 불손함을 느낄 때, 레오나의 눈에는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는 길 잃은 영혼이 보였다.
솔라리 교리에서 자신의 목적을 찾은 레오나는 가장 인내심 있는 스승들조차 포기한 다이애나에게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하고자 했다. 레오나는 다이애나가 원하는 모든 것이 솔라리 교리에 담겨 있음을 설득하려 했고, 그녀가 교리를 받아들이기를 기다리며 밤새 토론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비록 다이애나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둘은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 밤, 다이애나는 레오나에게 비밀 하나를 털어놓았다. 타곤 산 어딘가에서 고대로부터 내려온 숨겨진 장소를 발견했는데, 벽면에 기묘한 문양과 잊혀진 문명에 대한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더 많은 것을 조사하려면 타곤 산 정상에 올라가야 한다는 다이애나의 말에 레오나는 그만하라고 종용했다. 다이애나가 다른 솔라리 부족원들의 화를 살까 두려웠던 레오나는 이 조사를 그만둘 것을 부탁했다. 다이애나는 친구의 부탁을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시간이 흐르자 둘의 입에 비밀 장소에 대한 얘기가 다시 오르는 일은 없었다. 레오나는 다이애나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늦은 밤, 다이애나가 사원에서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을 때 그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장로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구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게 먹고 다이애나의 뒤를 쫓아갔다.
타곤 산 정상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타곤 산을 오르는 것은 레오나가 경험해 본 그 어떤 일보다도 힘겨운 일이었다. 이는 그녀의 존재 구석구석을 한계까지 몰아세웠다.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받은 훈련, 의지력, 그리고 친구 다이애나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등반에 실패하여 타곤 산에 묻힌 주검들의 눈동자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주검들도 레오나를 막을 순 없었다.
마침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시간이 지나고, 레오나는 정상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에 자신도 놀라워했다.
탈진한 레오나의 눈앞에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때 다이애나가 반짝이는 은빛 기둥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레오나가 친구를 도우러 달려가자 하늘에서 황금 빛줄기가 내려와 그녀의 주위를 감쌌다.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 일었다. 그러나 빛은 레오나를 태우는 대신 몸속에 스며들어 엄청난 힘을 불어넣었다. 그녀는 빛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타 버리지 않도록 의식을 부여잡으려 애썼다.
마침내 불굴의 의지로 승리하여 통제력을 갖게 된 레오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녀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녀에게 태양의 성위가 강림한 것이었다. 운명은 그녀를 택했고, 그녀의 임무는 솔라리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때 레오나는 다이애나가 빛나는 은빛 전투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는 자신이 입고 있던 금빛 갑옷과 기묘하게 닮아 있었다. 다이애나는 솔라리에서 얻을 수 없는 답을 같이 찾자고 레오나를 설득했다. 그러나 레오나는 집으로 돌아가 성직자들의 판단에 맡기자고 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던 둘은 결국 각자의 무기를 손에 들고 말았다.
둘 사이의 전투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태양과 달이 충돌하며 눈부신 빛을 내었고, 다이애나가 초승달 검을 레오나의 목에 겨누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레오나를 쓰러뜨리지 않고 달아났다. 큰 충격을 받은 레오나는 서둘러 타곤 산을 내려가 장로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레오나가 도착했을 때 그녀의 눈앞에는 참혹한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솔라리의 많은 성직자들과 라호락 수호자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이는 다이애나의 소행으로 보였다. 살아남은 자들은 두 성위의 존재에 경외심을 느꼈다. 레오나는 태양이 항상 솔라리를 인도해 온 것처럼 자신이 새로운 빛이 되어 솔라리를 이끄는 데 전념했다.
그녀는 다이애나를 찾기로 맹세했다. 솔라리의 세력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오랜 친구 다이애나가 달의 성위의 힘에 삼켜지기 전에 그 힘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다이애나 배경 이야기 업데이트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champion/diana/
다이애나는 타곤 산에 속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의 부모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동상으로 사망했고, 그 사이에 포대기로 감싸진 그녀를 솔라리 사냥꾼 무리가 발견한 것이었다. 다이애나의 부모는 이방인이었고, 먼 길을 걸어온 것이 틀림없었다. 사냥꾼들은 다이애나를 자신들의 사원으로 데려와 '라코어'로 알려진 마지막 태양 부족의 일원으로 키웠다.
다이애나는 솔라리의 신앙에 따라 엄격한 신체 훈련과 종교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부족의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는 솔라리 고유의 행동 양식을 명확히 이해하고 솔라리 신앙의 근거를 알고 싶어 했다. 이러한 호기심에 매일 밤 도서관으로 이끌린 다이애나는 희미한 달빛에 의지한 채 온갖 책들을 탐독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이를 통해 얻은 것은 답이 아니라 더 많은 의문이었고, 스승들의 격언에 가까운 상투적인 답변은 결코 그녀의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책이 통째로 찢겨 나가고 달에 대해 언급된 부분이 모두 사라진 것을 다이애나가 발견하자, 스승들은 엄한 벌을 내려 그녀가 솔라리 신앙에 전념하게 만들고자 했다. 또한 그녀의 동료 수련생들은 의문을 품는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힘겨운 고독의 시간 속에서도 그녀에게 힘이 되는 빛이 있었으니, 바로 레오나였다. 다이애나의 동료 중 가장 신앙심이 깊은 솔라리였던 레오나는 다이애나와 자주 열정적인 토론을 벌이곤 했다. 비록 서로를 설득시킬 순 없었지만, 오랜 대화를 자주 나누며 둘 사이엔 우정이 싹텄다.
어느 날 밤 다이애나는 타곤 산 깊숙한 곳에 숨겨진 장소를 발견했다. 달빛이 그곳의 벽면에 드리우자 타곤 산 정상에 금빛 갑옷의 군인들과 은빛 갑옷의 전사들이 함께 있는 모습, 그리고 태양과 달의 형상이 나타났다. 다이애나는 기뻐하며 이 사실을 레오나에게 알리기 위해 달려갔다. 태양 부족과 달 부족은 사실 서로 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오나는 이 얘기를 듣고 기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이교도 같은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려 했다간 어떤 형벌이 주어질지 모른다며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다. 다이애나는 레오나가 진지한 성격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진지한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이애나는 괴로워했다. 솔라리 부족에 대한 궁극의 지식을 얻게 되었지만, 레오나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는 지식이라니. 솔라리가 진짜로 숨기고 있는 건 무엇일까?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은 타곤 산 정상뿐이었다.
타곤 산을 오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동안 마치 시간이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다이애나는 살아남기 위해 솔라리를 좀 더 완벽하게 만들어 줄 답과 자신의 유일한 친구를 생각하며 마음을 집중했다.
정상에 다다르자 다이애나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밝고 꽉 찬 달이 그녀를 맞이했다. 황홀한 순간이 지나자 달빛 기둥 하나가 그녀를 비췄고, 어떤 존재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존재는 과거와 라코어의 또 다른 신앙인 루나리에 대한 기억을 다이애나에게 보여 주었다. 다이애나는 이 존재가 전설 속 성위 중 한 명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성위에게 선택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빛이 희미해지자 다이애나는 자신의 의식을 되찾았다. 그녀의 몸에는 갑옷이 걸쳐져 있었고, 손에는 초승달 검이 들려 있었으며, 검은색이었던 머리는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옆에는 레오나가 서 있었다. 레오나는 빛나는 금빛 갑옷을 입은 채 태양 빛이 뿜어져 나오는 방패와 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다이애나는 이와 같은 계시의 순간을 친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레오나의 머릿속은 오로지 솔라리로 돌아가려는 생각뿐이었다. 다이애나는 새로운 미래를 함께해야 한다며 말려 보았지만, 레오나는 거절했다. 의견 충돌은 곧 엄청난 싸움으로 번지며 달빛과 태양 불꽃이 폭발적으로 번쩍였다.
성위의 힘에 자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이애나는 결국 산 아래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추구해 온 자신의 탐구가 정당한 것이며 솔라리 교리에 의문을 품은 것이 올바른 행동이었다고 확신했다. 이제 그들에게 정면으로 맞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입증할 때가 온 것이다.
다이애나는 라호락의 수호자들을 지나쳐 고위 성직자들이 있는 곳으로 난입했다. 그녀가 루나리에 대해 알아낸 사실을 풀어놓기 시작하자 성직자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그녀를 이교도, 신성 모독자, 가짜 신을 신봉하는 자로 몰아세우며 비난을 쏟아부었다. 이에 다이애나는 분노했고, 그 분노는 내면의 성위로 인해 더욱 커졌다. 그녀가 분노를 받아들이자 달빛이 무시무시한 폭발을 일으켰다. 놀란 그녀는 사원을 도망치듯 떠났다. 그 뒤에 남은 것은 쓰러진 주검들뿐이었다.
반쯤 기억해 낸 환영과 옅은 고대 지식의 흔적으로부터 원동력을 얻은 다이애나는 이제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만을 믿는다. 루나리와 솔라리는 서로 적이 될 필요가 없으며, 타곤 산의 솔라리 수련생으로 사는 것보다 더 위대한 목적이 자신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운명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다이애나는 어떤 대가를 치르든 그 운명을 찾아 나서고 말 것이다.
효자네 효자 이런 효자가 없어요
효자네 효자 이런 효자가 없어요
마마보이였군
다이애나 스토리 바뀐거없어서 다행이네 맘에 드는 설정이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