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민간차원에서 북한 술과 남한 설탕의 물물교환을 추진하는 계약의 승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물자들의 반출·입이 승인되면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5·24조치가 나온 지 10년 만에 북한 물자가 남한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인영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가 트일 지 주목된다.
정익현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 이사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6월 말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등과 북한의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 등을 남한의 설탕과 맞바꾸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남측이 북한으로부터 들여오기로 한 품목은 술 말고도 과자, 사탕, 차, 음료, 건강기능식품류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중국회사가 남북 사이의 중개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남측은 현금을 건네려 했으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고려해 설탕과 물물교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통일부 관계자는 “민간 차원의 남북 간 교류 협력 노력 중 하나로 보면 된다”며 “아직 (반출·입) 승인을 하기에는 완성도가 낮아 제반 요건을 갖췄는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부터 물물교환 방식으로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타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어 통일부가 반출·입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당 계약 건이 승인되면 남북 간 물물교환은 중국을 거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에도 통일부의 반출·입 승인이 필요하다.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통일부가 승인하는 반출·입의 개념에 ‘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물품 등의 이동’도 포함된다.
통일부가 이 계약 건과 관련해 반출·입을 승인할 경우 5·24조치 후 10년 만에 북한 물자가 처음 남한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어서, 5·24 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장관은 한미 워킹그룹을 통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독자적으로 판단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하겠다고 밝히면서 금강산과 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을 남측 쌀이나 약품과 물물교환하는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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