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게임에 중요한 것, CDPR 개발진을 만나다
강연 중인 루이지 도브로볼스키(좌)와 파벨 부자(우)
16일 강연을 했던 이들, 루이지 도브로볼스키(Luigi Dobrowolski) 게임플레이 리드 디자이너와 파벨 부자(Pawel Burza) 커뮤니티 매니저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기 위해서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에게 CDPR 이 어떤 회사인지, 과연 그들이 어떻게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 만나서 반갑다. 이번이 첫 지스타 방문인데다 어제는 강연까지 진행했다. 과연 한국에 온 느낌은 어떤가?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몇몇의 내가 보았던 한국 드라마에서 시작됐다. 거기서 조금씩 보기도 했고, 예상했던 그대로의 이미지였다. 서울과 부산이 익숙한 느낌이었달까. 그런 내가 예상하던 모습을 보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지스타는 예상했던 규모보다는 작았지만, 사람이 무척 많아서 활기찬 분위기여서 좋았고, 어제 강연에서도 많은 청중이 와서 좋았다. 기존에는 한국 게이머는 무척 경쟁적이고 멀티플레이에 집중해 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게이머도 많이 만나서 흥미로웠다.
파벨 부자 : 이번이 아시아를 처음 방문한거라 어떤 일을 경험하게 될지 몰랐는데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지스타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기대보다 더 많은 청중들이 강연에 참석해서 기뻤고, CDPR에서 일한다는게 어떤 것인지 알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부산은 멋진 건축물과 친절한 사람들 때문에 너무나 좋았고, 음식도 매우 훌륭했다.
● 어제 강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밖에서 보기에 많은 편견이 있는 부분이고, 그걸 직접 실제로는 어떤지 설명하는게 어렵지는 않았는지?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 어제와 비슷한 말이 될 것 같은데, 회사마다 많은 편차가 있다. CDPR의 외부에서 일할 때에는 그 조직에서 열성적인 것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CDPR 에서는 그런 모두가 열의를 갖고 일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모두가 다같이 게임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이 가능해서 훨씬 균형있는 업무가 가능한 것 같다.
파벨 부자 : 처음 회사에 들어올 때 CDPR의 팬이었고, 그 전에는 영어도 가르치고 오토바이도 고치는 등 여러 일을 했었다. 그때마다 생각한 것은 내가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그 열정을 따라가는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회사의 많은 이들이 자기 일을 스스로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정말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하는 조직이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자극 받고 힘이 된다.
파벨 부자 커뮤니티 매니저
● 지금까지 CDPR의 주요 프로젝트는 모두 별도의 원작이 있었다. 원작이 있는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 일반적인 게임 개발과 얼마나 다른가?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 그렇게 크게 프로세스가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자료조사에서도 어차피 양 쪽 다 많은 공을 들여야 하고, 원작이 있는 게임이라도 충분히 그 원작을 파고 들어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냐를 알아 놓아야 한다. 그래도 차이가 있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개발의 자향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수월한 것 같다.
● 이번 지스타에 대한 감상은 어땠나? 기억에 남는 부스나 게임이 있었다면?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 모바일 게임이 매우 많았다는게 놀라웠다. 해외 게임쇼에서는 AAA급 타이틀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지스타는 그와는 정반대의 양상이었다. 대기열이 너무 길어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지는 못했지만, 모바일 플랫폼에서 흥미로운 게임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모바일이 2선급 게임이 아니라 메인스트림을 차지하고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파벨 부자 : 저 또한 모바일이 놀랍기도 했고, e스포츠도 매우 새로운 것이었다. 스타크래프트1 토너먼트를 진행하는걸 보았는데 사람도 굉장히 많았고, 그 뒷편에서는 PUBG 토너먼트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 사람이 많았다. 다들 경쟁적인 e스포츠 게임을 즐겨한다는게 흥미로웠고, 우리와는 선뜻 다른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 한국에서도 콘솔 PC 시장에 도전을 하고 있는 새로운 회사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CDPR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회사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게 있다면?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 크게 두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번째는 먼저 퀄리티가 가장 우선이라는 것이다. 편법 없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질적인 것, 게임의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 두번째는 내러티브, 스터리텔링이다. 확실히 한국 게임에서는 그런 부분을 경시하는듯 보였는데, 플레이어들은 분명 이를 사랑하고 있고, 한국 드라마를 보더라도 훌륭한 작가들이 많은데 이것이 게임 쪽에는 아직 도입되거나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다. 이런 부분에 훨씬 집중해야 한다.
파벨 부자 : 팀워크를 강조하고 싶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이 퀄리티라는 것에 동감한다(웃음). 플레이어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 커뮤니티의 의견을 절대 간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게임의 비전이 있고, 그 비전에 플레이어의 의견을 잘 융합하여 적용하면 훌륭해질 것이다. 우리는 절대 플레이어를 팬으로 부르지 않는다. 우리 또한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그들을 우리와 같은 위치에 놓고 생각하고 싶다.
● 쓰론브레이커는 철저히 시나리오에 집중한 스토리 드리븐 게임이었는데, 다른 장르로 이미 게임을 만들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게임의 형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해놓고 시작했었다. 좀더 클래식한 RPG, 쿼터뷰를 해보자고 생각했었다. 주인공의 경우도 주인공의 아바타가 군대 전체를 상징할 수 있을만한 그런 상징적인 느낌을 원했고, 고전 RPG 방식과 잘맞았다.
출시된 버전의 스토리는 게임을 만들기 전부터 큰 뼈대를 가져온 이야기였고, 디테일에서 여러 번의 변화를 주어보았지만 처음의 스토리가 가장 좋았다. 그래서 원래의 스토리대로 만들게 되었다.
● 원작자와는 이런 부분에서 모두 의견교환을 하는지?
파벨 부자 : 공교롭게도 위쳐와 사이버펑크 모두 원작을 두고 만들고 있다. 이 두 게임은 서로 성질이 다르긴 하지만, 위쳐의 경우는 우리가 원본을 따와 재창조를 한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을 1대1로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재창조를 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사이버펑크는 원작자와 매우 친밀하게 같이 작업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작업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있고, 도움을 주고 있다. 사이버펑크 원작은 2020년대를 다루고 있고, 우리는 2070년대이기 때문에 마냥 같지 않고 디테일에서 소소한 차이를 보이게 될 수 밖에 없다.
● 쓰론브레이커의 더빙 한국어화가 굉장히 호평받고 있다. 많은 퍼블리셔들이 자막 한국어화로도 만족을 하는데, 더빙까지 공을 들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파벨 부자 : 우리의 생각으로는 더빙 또한 매우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있어서 이를 가장 가깝게, 현실적으로 즐기는게 매우 중요하고, 각국의 게이머들에게 최적으로 전달하는게 우리의 목표다. 현지화를 할 때 현지의 사투리나 속어까지 포함하여 디테일에 써서 제공하면 현지 플레이어들은 매우 만족스러워 한다.
본래 CDPR의 모 회사의 모태가 해외의 게임을 폴란드에 퍼블리싱하면서 현지화를 제공하는 것이었고, 그만큼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게이머들에게 최상의 게임을 전달하고 싶기에 그 과정도 신경을 쓴 것이다.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 많은 이들이 그렇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했다.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게임플레이 리드 디자이너
● 각각 다른 장르의 게임들을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개발자도 결국 자기 취향이 있는 사람인데 취향에 따라 쏟는 애정의 정도도 달라질 것 같은데.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 특별히 명확한 기준을 정해서 만들고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다가 이정도면 괜찮네, 할만한 수준은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다. 계속 완벽을 기해야 비로소 좋은 게임이 만들어 진다. 그 기준은 어떤 느낌에 기대는 것 같다. 게임을 만들다보면 아, 이정도면 됐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런 느낌을 확신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파벨 부자 : 사람들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기 마련이다. 다만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출시를 조금 늦추는 것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더 많은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이지만 그만큼 퀄리티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 궨트가 그 예인데, 위쳐 원본에서의 궨트와 스탠드 얼론 궨트에서 전열의 숫자 차이가 있다. 이 부분은 우리가 분명 리스크를 짊어지고 변화를 준 것이지만 그만큼 이것이 더 옳는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도 성공적이라고 본다.
● 한국 플레이어들, 그리고 루리웹의 팬들에게 한마디 전해준다면.
루이지 도브로볼스키 : 나 또한 한국 플레이어들을 몇몇 팔로우하고 있는데, 트위터나 SNS, 유투브 등을 통해서 어떤 방법으로라도 피드백을 많이 주었으면 한다. 그 모든 피드백을 따르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으나, 게임을 변화시키는데 중요하고 좋은 의견들이라면 얼마든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파벨 부자 :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게임을 서비스하는 국가의 플레이어들이 우리에게 이런 성원을 보내주는 것 자체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만약 과거의 내게 올해 이런 자리에서 우리 회사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고 했을 것이다. 우리 게임, 우리 회사에 보내주는 사랑과 열의에 감사드리며, 더 좋은 게임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