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큰: 아스트랄 블레이드(Awaken: Astral Blade)’ 또는 ‘각성이인(觉醒异刃)’은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지원 하에 다크피죤 게임즈가 개발 중인 사이드뷰 액션 게임이다. 아무래도 시점이나 구도상 여느 최신작처럼 화려한 3D 그래픽을 자랑하진 않으나 그 이상으로 멋진 풍광이 시종일관 펼쳐진다. 대부분의 경우 적과 밀접히 붙어 치고 빠지는데, 그 액션 이펙트도 시야를 가리는 일 없이 적당한 눈요기가 되어준다. 신비롭고 잔잔한 BGM 역시 퍽 잘 어울린다.

게임은 주인공 타니아가 자신의 창조자 헤르베우스 박사로부터 한 가지 특별한 임무를 받으며 시작된다. 카르파스 에너지라는 이상 현상으로 인해 동식물이 온통 돌연변이로 변한 호레이스 제도의 열대 우림서 실종된 조사단을 구출하라는 것. 식물이 줄기를 엮어 사람처럼 돌아다니고 동물은 집채만큼 커져 보이는 모두를 공격하는 지옥도에서 타니아는 거침없이 수색을 이어간다. 사실 그녀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 에테르의 힘으로 강화된 바이오닉 걸이기 때문.

신비한 섬으로 향한 바이오닉 걸의 싸움 '어웨이큰: 아스트랄 블레이드' 

SF 여전사가 판타지풍 고대 유적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이 장르의 고전 ‘메트로이드’를 떠올리게 한다. 금번 시연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트레일러를 보면 ‘메트로이드’서 오마주했구나 싶은 장면이나 보스가 꽤 나온다. 여기에는 한 가지 특이한 이력이 존재하는데, 몇 년 전 필자가 본작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어웨이큰’은 자못 다른 모습이었다. 주인공은 흑발 포니테일이었고 괴수가 깃든 몸으로 떠나는 퇴마행을 그렸다. 모르긴 몰라도 뭔가 따끔한 계기가 있었던 걸까.

소싯적 몸에 깃든 괴수의 발현이던 무기는 -또 무슨 숨겨진 사연이 없다면-나노 물질을 활용하는 설정으로 교체됐다. 첫 무기인 한손검은 사거리가 짧은 대신 기민한 연격이 장점으로 듀얼센스 기준 □와 △를 섞어 기본적인 콤보가 가능하다. 가령 □>□>△냐 □>□>□>△냐 같은 식. 점프는 X고 회피 겸 대시가 ○이며 점프 후 대시는 물론 공중 콤보도 지원한다. 작년 데모 빌드의 경우, 한손검 외에 낫과 칼퀴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딱히 삭제하진 않았을 듯하다.

몇 년 전 모습, 그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몰라도 아무튼 잘 바꾸긴 했다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을 모르니 메트로배니아라 확언하기 조심스러운데, 특정 장치로 문을 열거나 새로운 이동기로 탐험 범위가 넓어지는 등 어느 정도 영향은 느껴진다. 물론 전투 일변도가 아니란 것뿐이지 퍼즐과 액션을 두고 저울질하면 후자로 쏠리는 게 맞다. 초반 보스 역시 별다른 기믹 없이 잘 피하고 때리면 된다. 노랗게 발광하며 부풀어오른 부위가 약점이다. 요컨대 다른 도구나 마법에 기대기 보다 타니아의 근접전 역량을 키워가는 방향으로 보인다.

스토리를 파악하긴 다소 짧은 시연이라 대체 바이오닉 걸이나 에테르가 뭔지 필자도 아리송하다. 어쨌든 에테르는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X처럼 기본적인 보상으로 도처에 존재한다. 돌연변이를 처치하거나 가끔 보이는 에테르 나무를 부숴도 쏟아진다. 이것을 일정 구간마다 마련된 안전 구역서 스킬에 투자할 수 있다. 일례로 회피와 함께 ‘어웨이큰’ 전투의 핵심인 패리는 그냥 얻는 게 아니라 직접 해금해야 한다. 그럼 또 상위 스킬인 카운터가 열리는 조촐한 트리 구조다.

첫인상은 플랫포머, 퍼즐, 무엇보다 액션이 강조된 썩 괜찮은 메트로배니아

초기 스킬을 몇 개 더 소개하자면, 먼저 적절한 순간에 회피로 잠시간 시간이 느려지는-흔히 불릿타임이라 부르는- 효과가 있다. 강한 공격에 밀려 쓰러졌을 때 즉시 기상하거나 적에게 얻는 에테르를 50% 늘려주기도 한다. 즉 원한다면 패리와 불릿타임을 미뤄두고 부유한 미래를 위해 에테르 수급 스킬부터 찍어도 된다. 또한 안전 구역서 코스튬을 교체하여 타니아의 색다른 모습을 감상할 뿐 아니라 공격력, 방어력, 치명타율 등 능력치까지 상승시킨다.

초반 보스인 붉은 갈기의 야수를 한 차례 무력화하면 왼쪽 상단 HP바 아래로 어떤 게이지가 추가된다. 이 게이지가 가득 차면 RT+LT로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모양. 튜토리얼이 끝나고 한층 더 포해진 야수와 2차전에 돌입하는데, 거창한 공략이랄 건 없으나 한 방 한 방이 굉장히 아프다. 회복제가 딱 세 개라 약빨로 버텨봐야 오래가기 힘들다. HP를 전부 소진할 경우, 마치 록맨이 터지듯 무수히 많은 에테르가 주위로 비산한다. 다행히 별다른 페널티는 주지 않는다.

더블 점프, 패리, 닷지 성공 시 불릿타임 등 점점 더 많은 능력이 해금된다

사이드뷰 액션-혹은 플랫포머-가 최근 인디씬에서 많이 나오는 중이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으로 봤을 때 주류 장르는 아니다. 그래서 마니아층 입맛에 맞춰 게임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실정이고. ‘오리와 눈먼 숲’, ‘할로우 나이트’ 성공에 힘입어 메트로배니아식 레벨 디자인에 소울라이크스러운 고난도 보스전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더욱 늘었다. 아직 게임 전체를 파악하진 못했으나 ‘어웨이큰’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보인다. 아마도 다음, 그 다음 보스는 훨씬 어려울 터다.

서두에서 그저 결이 다른 아름다움이라 적긴 했으나, 어쨌든 사이드뷰보다 1인칭 혹은 3인칭의 화려한 Full 3D가 당장 눈길을 끄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언엔딩 던’, ‘엑자일 엣지’, ‘다바’ 등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가운데 ‘어웨이큰’은 묘하게 주목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원 사업의 주체가 SIE라 더 그럴지도. 아무래도 PS5 성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대작이 내세우기 더 좋을 테니까. 물론 역으로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 역시 쉽지만은 않다.

SF 세계관 기반에 고대 유적 탐험을 더하여 '메트로이드'가 떠오르는 편

왜냐하면 틈새 시장이라고 꼭 여유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다. 이 장르는 얼마 되지 않는 수요를 최상위 작품이 몇몇 꽉 잡고 있다. 게이머 눈높이가 ‘오리와 눈먼 숲’, ‘할로우 나이트’까진 아니라도 그 언저리다. 반면 금번 시연서 확인한 ‘어웨이큰’의 만듦새는 준수할지언정 특출하진 않았다. 게이머에게 본작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설득력을 줄만한 한 방이 필요하다. 아직 다뤄보지 못한 낫, 칼퀴손 액션이든 타니아의 정체에 대한 감동적인 스토리든 말이다.

국산 명작 ‘산나비’의 사례서 보듯 소규모 게임이야말로 스토리가 강점일 수 있다. 무난한 왕도를 벗어나 창작자의 개인적인 서사가 담기기 쉽기 때문이다. 공식 소개 자료에 따르면 타니아, 즉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향후 전개가 달라져 마침내 멀티 엔딩까지 이어진다. 신비로운 고대 유적을 탐험하고 호쾌하고 기민한 근접전을 즐기며, 아름다운 바이오닉 걸을 둘러싼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본작에 주목하시라. ‘어웨이큰’은 2024년 PS5, PS4, PC로 발매 예정이다.

마니아 장르인 만큼, 플레이든 스토리든 하나는 깊은 인상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