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 강정호 디렉터, 던전앤파이터에 '진'을 더하다
2005년 첫 발을 내디딘 액션 MORPG ‘던전앤파이터’가 어느덧 서비스 15주년을 앞뒀다. 이제 국내에선 견줄 작품이 거의 없는 최고참일 뿐 아니라, 여전히 웬만한 경쟁자는 매출로 압도해버리는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입지를 굳힌 모습이다.
이렇듯 ‘던전앤파이터’의 견조한 흥행세는 여느 신작에 버금가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유지 보수에 기인한다. 넥슨과 네오플은 지난 2007년부터 매해 연말이면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게임 오프라인 행사 ‘던파 페스티벌’을 통해 굵직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추가해왔다.
특히 올해는 ‘진: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이라는 슬로건처럼 최초의 ‘진각성’ 클래스와 ‘신화’ 등급 장비를 선보여 뭇 유저의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최고 레벨 확장 및 신규 지역과 던전으로 새로운 도전의 장을 열기도 했다. 발표 말미에 살짝 선보인 ‘시로코 레이드’는 그간 다소 탈선했던 메인 스토리로의 회귀를 예고하는 단서였다.
서비스 15년차. 제아무리 인기 있는 작품이라도 콘텐츠 노후화와 피로감의 고비를 맞는 시기다. 과연 금번 업데이트가 ‘던전앤파이터’에 어떠한 새바람을 불러올지, 발표 종료 후 네오플 강정호 디렉터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 새로이 ‘던전앤파이터’ 디렉터가 되고 1년이 지났다
: 그간 나름대로 많은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 유저 여러분에게 새로운 재미를 드리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하여 이번 업데이트를 준비하게 됐다.
● 클래스 출시순으로 나왔던 2차 각성과 달리 ‘진각성’은 여귀검사가 처음이다
: 서비스가 길어지며 필연적으로 새로운 성장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여기서 어떻게 ‘진각성’을 선보일지 고민하다 가장 먼저 R&D한 클래스가 여귀검사이고, 그 결과물이 만족스러웠기에 그대로 진행한 것이다. 바로 다음이 남격투가인 이유도 마찬가지로 검을 사용하는 않는 클래스의 ‘진각성’을 어떻게 표현할지 R&D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발표였지만 신규 클래스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
: 당장 ‘진각성’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리소스가 굉장히 많다. 그리고 이미 ‘진각성’을 내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를 마무리하기 전에 신규 클래스를 또 작업하는 것 자체가, 자기 캐릭터의 ‘진각성’을 기다리는 분들에 대한 배신이라 본다.
● 그러면 우선 모든 캐릭터의 ‘진각성’이 마무리되야 할 텐데
: 현 시점에서 언제까지 끝낸다고 확답하긴 어렵다. 다만 여귀검사와 남격투가의 업데이트 간격을 보면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 ‘진각성’이 먼저 추가되는 클래스와 형평성을 위해 보정 패시브를 준다고 했는데
: 레벨 100에 도달한 모든 캐릭터가 거쳐가는 퀘스트를 통해 보정 패시브를 획득하게 된다. 아무래도 ‘진각성’을 하면 강력한 스킬이 생기다 보니 이를 익히지 못한 클래스와 격차를 최대한 줄이고자 함이다. 정확히 어떤 효과인지는 게임에서 확인하게 되겠지만 특정 스킬을 강화하는 형태에 가깝다. 훗날 다른 캐릭터도 ‘진각성’이 가능해지면 자연스레 보정 패시브를 잃게 될 것이다.
● 오늘 ‘시로코 레이드’를 깜작 선보였는데 업데이트 시기가 궁금하다
: 현재 개발 도중으로 아직까지 유저 여러분 굉장히 특수한 패턴과 연출을 많이 준비하고 있고 소개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 시로코는 스토리 상 이미 죽지 않았나, 어떻게 돌아온 것인지
: 시로코의 경우 비록 육체는 잃었지만 정신이 남았기에 부활할 수 있었다. 앞서 이에 대한 복선을 충분히 깔았기 때문에 유저 여러분도 납득하리라 본다. 바칼과 오즈마 역시 이계 던전에서 죽은 걸로 묘사되었지만 적절한 방식으로 되살려볼 생각이다.
● ‘시로코 레이드’와 함께 그간 다소 잊혀졌던 인물들의 스토리가 진행될까
: 그렇다. 과거의 인물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하도록 하겠다.
● 매번 업데이트마다 쌓여가는 골드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 쌓여가는 골드의 소비를 촉진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다만 쓰고 싶은 유저는 충분히 쓰고 쓰기 싫은 유저는 적게 써야 하는데, 과거에는 모두가 일정액을 꾸준히 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번 거래 가능한 에픽 ‘지혜의 산물’은 골드를 써서 장비를 맞추고픈 유저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앞으로도 굳이 골드 소진을 강제할 계획은 없다.
● 거래 가능한 에픽 장비 ‘지혜의 산물’을 내놓은 구체적인 배경이 궁금하다
: 우리의 목표 중 하나가 장비 세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에픽이라고 언제까지 스스로 모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던전앤파이터’는 거래소에서 필요한 장비를 구입한다는 개념이 사라지다시피 했기에 골드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도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장비 세팅을 하는데 ‘지혜의 산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향후에도 이러한 거래 가능한 에픽 장비가 계속해서 추가될까
: 이번에 ‘계승’ 시스템으로 콘텐츠를 옆으로 넓혀가는데 있어 큰 장벽을 하나 제거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투입할 것이므로 거래 가능한 에픽 장비에 대한 가능성도 열려 있다.
● 거래 가능한 에픽 장비라니까 당장 ‘밀봉’ 시스템이 떠오르는데
: 거래 가능한 에픽 장비에 ‘밀봉’ 시스템이 쓰일 예정이지만 합리적인 선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 레벨 100 콘텐츠와 ‘신화’ 장비 파밍에 도전하기 위한 준비물은 어느 정도인지
: 계단식 파밍으로 초반에 필요한 장비 대부분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또한 ‘계승’ 시스템을 통해 이것들이 후반에도 버려지지 않도록 지원할 것이다. 당장은 ‘진각성’과 그 외 클래스간 격차를 참작하여 너무 하드코어한 방향은 피하려 한다. 시작 장비만 보자면 오히려 레벨 95 콘텐츠보다 허들이 낮아질지도 모르겠다.
● 서비스 15년차를 바라보는 만큼 신규 유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나
: 오는 1월 업데이트와 함께 여러가지 큰 이벤트와 선물을 준비 중이다. 처음 ‘던전앤파이터’를 접하거나 한 번 떠나갔던 유저도 보다 쉽게 게임에 안착할 수 있으리라 본다.
● 게임이 접속하는 모든 유저에게 레어 아바타를 약속했는데, 설마 기간제인가
: 당연히 기간제도 아니고 소켓도 제대로 달려있는 일반적인 레어 아바타다.
●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을 우선하고 내수 시장은 차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각 국가 상황과 시기에 따른 업데이트 일정을 잡고 있다. 일부러 내수 시장을 차별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 내년이면 ‘던전앤파이터’가 15주년을 맞이한다. 앞으로의 각오를 듣고 싶다
: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더욱 재미있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유저 여러분이 ‘던전앤파이터’를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것이다. 그걸 위하여 여러가지 클래스, 던전, 아이템, 시스템 등을 추가하고 그러한 콘텐츠가 15주년에 모였을 때 “많이 재미있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간 열심히 노력한 보람을 느낄 듯하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