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비 퀘스트, 긴 시간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게다가 게임 개발을 한 것은 단 두 명. 따라서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이드파이퍼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게임을 꾸준히 개발해 온 이들은 2018년에는 네오위즈로 자리해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의 이름을 ‘플레비 퀘스트’로 변경하는 등 몇 가지 변경점도 거쳤다.
공개부터 출시까지 약 8년. 오랜 시간 만큼이나 게임을 가다듬고 시스템을 추가하며, 전략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완성도를 올렸다. 독특한 아트웍, 정치와 종교를 아우르는 시스템까지. 십자군 시대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시뮬레이션 플레비 퀘스트는 이렇게 태어나, 오는 4월 9일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정말로 오랜 인내와 개발 과정. 플레비 퀘스트의 출시를 맞이하여, 파이드파이퍼스의 개발자들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와 개발 방향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좌측부터 네오위즈 파이드파이퍼스팀 김주명, 윤동재 개발자
● 과거 시작부터 지금까지 전체 개발 기간이 길다. 긴 시간 개발하면서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을 텐데, 오랜 기간이 걸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정리하자면, 부족해서다. 당시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많았다. 보는 눈은 높은데 그만큼 게임을 많이, 잘 만들지는 못하니까. 그래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텀블벅에서 펀딩도 받고 기대를 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게임이 별로였다. 그래도 ‘그냥 낼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방향성을 수정해 한 번 접고. 그 뒤에도 몇 번 개발하던 것들을 접고 새로이 만들었다. 그 과정을 반복할수록 시간이 쭉 갔다.
한 2~3년 정도 지나고 나서는 생각이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오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네오위즈로 오고 나서도 바로 출시한다고 말했었는데, 어쩌다보니 햇수로 2년이 지났다. 개발부터 지금 출시까지 8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 2018년 네오위즈로 입사한 이후, 네오위즈를 통해 도움받았던 부분이 있다면?
= 네오위즈에서는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주신다. 구 게임명인 ‘아미 앤 스트레테지’에서 ‘플래비 퀘스트’로 이름을 변경한 것도 네오위즈 법무팀의 도움이 있었다. 게임 내에 패러디가 많이 들어가 있는 편인데, 이와 관련해서도 저작권 문제를 검토해 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게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부분까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인원도 지금은 다섯 명이 되어, 드디어 파트별로 담당하는 사람이 다 생겼다. 지금은 프로그래밍, 기획자 두 분. 아트 두 분까지 총 다섯 명이다. 남의 게임 후처리하는 것이 원래 개발 과정에서는 싫은 일 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와서 잘 해주셔서 감사를 드린다. 사람을 더 뽑고 일년이라는 시간을 더 들여서 상업 게임으로 팔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된 것 같다.
● 과거 개발하던 버전과 지금 런칭 버전을 비교하자면, 어떤 변경점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 시작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처음 개발할 때는 삼국지 배경으로 시작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소스코드를 뒤지면, 그 때의 흔적이 나올 것 같다. 아무튼, 처음에는 삼국지로 시작해서 십자군 시대로 배경을 바꿨고 전투도 턴제에서 실시간으로 변경됐다. 게임 자체는 거의 다 바꿨다고 보면 된다. 공개 당시보다 폰트도 키우고. UI도 갈아 엎고. 게임의 대부분을 고쳤다.
● 캐릭터 컨셉을 디자인하면서, 영감을 받았던 것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이 있는가. 설명을 부탁한다.
= 개발 과정에서 아트 컨셉도 많이 고민했었다. 팀에 디자이너 분이 없었기에, ‘계속 조합해서 갈아끼울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다른 게임과도 달라야 한다는 조건도 필요했다. 고민 과정에서 처음 받았던 것이 네모난 캐릭터였다. 여기에 애니메이션을 입히고 발전하면서 지금의 컨셉이 됐다.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쫀득쫀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컨셉은 '쫀득쫀득'
● 게임의 소재를 십자군 시대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대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는가. 그리고 시대상을 게임 안에 녹여낸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 십자군 시대가 매력적이어서 바꾸었다기 보다는… 당시 개발자 둘 다 십자군 이야기를 좋아해서 어쩌다보니 바꾸게 된 것에 가까울 것 같다. 처음 개발했던게 2012년 정도였는데, 당시에는 삼국지 소재 모바일 게임이 너무 많이 나오던 시기라,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다.
역사적 배경과는 별개로 이것저것 이야기들을 넣기도 좋았다. 다양한 문화권이 등장하고 겹쳐있다 보니, 현대의 이야기를 변용해 게임에 넣기도 좋았다.
● 역사적 배경을 담는 게임들은 인물이나 사건을 고증에 따라 구현하기도 하고, 이와는 반대로 역사적 배경이라는 컨셉만을 차용하곤 한다. 플레비 퀘스트는 어느 쪽에 속하는가?
= 아마 중간 정도 일 것 같다. 개인적인 설명으로는 ‘이말년 서유기’를 생각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즉, 사건 자체는 역사의 그 것과 같다. 인물이나 왕국이 당시에 존재했던 사실을 따라 구성된다. 하지만 인물들의 성격이나 이런 세밀한 부분은 허구인 셈이다.
● 출시 시점에서 게임의 볼륨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가.
= 게임 내에는 세 개의 시나리오가 들어가 있다. 내부에서 테스트했을 때는 시나리오 하나 당 평균적으로 세 시간 정도가 걸리기는 했는데, 이건 개발자들이기에 빨리하는 편이다. 시나리오와는 별개로 샌드박스 모드도 있으니, 전체 볼륨은 30~50시간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간 계속 이 정도라고 설명하기도 했었고.
● 시나리오 모드에서 내린 선택이 샌드박스 모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되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궁금하다. 보통은 시나리오와 샌드박스를 별도로 구성하지 않나.
= 일반적으로 샌드박스라고 한다면, 환경이나 이런 것들이 모두 무작위로 생성되고 플레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플레비 퀘스트는 이런 형식은 아니다. 전체 지도 내에서 왕국들이 자리한 것을 샌드박스라고 표현한다.
시나리오를 따라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여기서 플레이어가 선택한 결과가 게임 안에 저장되고 역사가 된다. 샌드박스에서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저장되어, 해당 세력이 샌드박스에서도 같은 선택을 한 것처럼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앞의 시나리오를 적절히 클리어하면, 이전 시나리오에서 내렸던 선택을 따라, 특정 시기에 이벤트가 나온다거나 하는. 이런 식이다.
● 전투보다는 종교와 외교 측면에 더 집중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스템도 꽤나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게임 진행에서 내정과 외교 등이 얼마나 큰 비중을 미치는가.
= 전투 자체는 횟수가 꽤 있는 편이라, 비중은 적다고는 볼 수 없다. 물론, 내정이나 외교. 주변 세력과의 관계에 집중한 게임은 맞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취향이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토탈워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런데 토탈워의 전투는 싫어한다. 어디까지나 전체 정세를 파악하고, 다른 세력과 동맹을 맺고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게임도 그런 식으로 만들고자 했다.
● 그렇다면 전투 시에 전략적인 조작과 같은 것들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인가.
= 전투는 장군이 명령을 내리는 형태로 표현했다. 전체 부대를 진군시키거나 후퇴시키거나. 이런 간단한 명령만 내리고, 복잡한 전황을 컨트롤하는 그런 게임이라고 보시면 된다. 장군을 후방에 두고 큰 명령을 내리는 형태다.
원래 전투 자체가 8할 이상은 전투 시작 전에 결정되어 있는 것 아닌가? 이를 맞추는 데에 중요도를 뒀다. 전투 조작에서 작은 이득은 얻을 수 있겠지만, 말도 안되는 결과를 뒤집는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투 전에 준비하는 상성과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다. 앞에서 막아주고 뒤에서는 화살을 쏜다거나. 그리고 기병이 돌격하고, 성벽 뒤에 숨는다던가. 세력 간의 자리 싸움과 힘싸움 위주로 전투를 구성했다.
● 편성 화면을 보면, 병사(플레비들)들에 몇 가지 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투와 관련해서 플레이어가 육성 또는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 아. 그 슬롯은 훈장이다. 훈장은 일종의 버프 개념이라고 보시면 된다. 아주 세밀하게 세팅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고, 상대방의 특정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던지 이런 것들이 자리한다. 전투에서 어느 정도의 커스텀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 국가 간의 갈등이나 내정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게임 내에서 종교와 내정에서는 어떤 시스템이 있고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 우선 크게 나눠서 보면, 종교와 외교 시스템을 언급할 수 있다. 외교는 말 그대로 주변 세력과의 호감을 관리하고 동맹을 맺는 부분이다. 종교는 왕국마다 속해있는 종단끼리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종교회의 같은 것들도 있다. 종교회의에서는 특정 세력을 공격하거나, 성전. 지하드를 하자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전체 판도를 종교를 통해서 바꿀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핵심 시스템이나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떤 것을 이야기할지 몰라서 난감하기는 하다. 우선은 빈 곳은 없이 만들었다는 점을 전달드린다. 사소한 것들. 그리고 모든 것들이 게임 내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 조금 이른 이야기이기는 한데, 혹시 후속작에 대해서 생각한 것들이 있는가. 소재라던가.
= 후속작에 생각은 참 많이 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외부에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목표 같은 것은 정했다. 개인적으로는 ‘없던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이제 업계 경력이 20년 정도가 됐는데, 벌써 이번 작품으로 10년 정도를 보냈다. 다음 번에도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아무래도 마지막 게임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보통 이미 있었던 것을 만들거나, 혹은 저 장르가 만들고 싶어서. 이런 식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을 시작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일하다보니, 웬만한 장르는 만들어봤다. 거의 모든 플랫폼으로도 게임을 출시해 봤고.
지금은 오히려 옛날 게임들도 얼마든지 편하게 구매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그렇다면 신작 뿐만 아니라 이전에 출시되었던 게임들과도 경쟁을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이제는 없었던 것.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하는 형태로. 그렇게 실험적이지는 않더라도 지금까지는 없었던 장르를 만들어 보고 싶다.
● 4월 9일 출시인데,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다. 매출 외적으로도 어떤 의미가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혹은 어떤 게임으로 자리하고 싶은지. 목표가 궁금하다.
= 목표라… 우선은 다음 게임이 기대되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게 목표다. 직접적인 지표같은 것은 메타크리틱 등재 혹은 80점 이상을 받는 것? 이외에는 정부에서 주는 올해의 게임 상을 받아보는 것도 목표로 이야기하고 있다.
● 아무래도 펀딩 이후에 오랜 시간 개발을 하다 보니, 먹튀 의혹이 따라다니기도 했다. 이에 대한 소회라고 해야 할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듣고 싶다. 부담감은 없었나.
= 음… 그것 때문에 일이 커졌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래도 약속은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놓지 않고 개발을 한 것이고. 누군가는 이렇게 묻더라. “긴 기간 동안 진짜로 이 게임만 개발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라고. 그런데 진짜로 이것만 했다. 외주도 안 했었고.
일이 진척이 되지를 않다보니까, 가끔은 켜놓고 고민하며 멍하니 있다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지하게 끝내려 했고.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 그것도 오늘 끝이 보인다. 지금도 후원자들께 드릴 패키지 택배를 포장하다가 왔다.
어찌됐든, 약속은 지킨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업계에 계속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멋있게 끝내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물론, 부담감은 있었다. 그래서 게임을 갈아 엎었던 것이기도 하고. 큰 빚을 이제야 갚는 느낌이다.
파이드파이퍼스가 공개한 후원자용 패키지는 4월 3일 발송을 시작했다.
● 그렇다면 다음 번에도 크라우드 펀딩을 한다면, 진행할 의향이 있는가?
=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원동력이 되니까.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이라는 개념보다는 선판매에 가깝다. 그렇기에 개발 과정에서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시기도 한다. 플레비 퀘스트도 개발 기간 동안 환불하신 분들이 2~3분 정도 밖에 없었다. 제작년인가? 창조경제센터에서 심사를 받을 때에는 심사 위원 중 한 분이 후원하신걸 보여주면서 게임이 많이 바뀌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후원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8년 동안 양치기 소년처럼 항상 거짓말 하던 저희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