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리듬·레이싱까지, 게임을 넘어서 플랫폼으로 진화한 ‘포트나이트’
에픽게임즈의 대표 흥행작 ‘포트나이트’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시작은 2018년 업데이트된 ‘포트나이트 크리에이티브(이하 포크리)’였다. 그 명칭처럼 ‘포트나이트’에 탑재된 수많은 어셋을 자유로이 활용하여 자신만의 섬이나 미니 게임을 만드는 모드다. 세계적인 상용 엔진 언리얼을 제작 및 배포하는 에픽게임즈답게 포크리는 다채로운 기능을 지원하나, 아무래도 인게임 모드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건 불가능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올해 초, 보다 본격적인 모딩을 원하는 뭇 ‘포트나이트’ 창작자를 위하여 ‘UEFN(Unreal Editor for Fortnite)’을 선보였다. ‘포크리’와 상용 엔진의 중간 형태라 할만한 ‘UEFN’은 게임서 캐릭터를 움직일 필요 없이 곧장 3D 뷰포트 스타일로 모드 제작이 가능하다. 즉 기존 언리얼 에디터와 어느 정도 유사한 인터페이스 및 워크플로를 제공하되 초심자도 다룰 만큼 손쉽고 직관적인 툴이다. ‘벌스’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도 지원한다.
모든 건 '포트나이트 크리에티브(포크리)'서 시작됐다
'포트나이트' 모드 창작자를 위하여 고안된 툴 'UEFN'
창작자는 ‘UEFN’을 통해 커스텀 에셋 임포트, 모델링, 머티리얼과 VFX, 시퀀서와 컨트롤 릭 등 거의 상용 엔진에 준하는 기능을 활용 가능하다. 나아가 자신이 만든 모드를 ‘포트나이트’서 배포할 경우 참여기반 수익금(Engagement Payout)을 비례적으로 지급받게 된다. 더 많은 유저가 ‘UEFN’에 뛰어들수록 ‘포트나이트’ 콘텐츠는 풍성해지고, 서비스가 순항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다시금 창작 커뮤니티로 환원시키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여러모로 IT 업계에 메타버스 광풍이 몰아친 요 몇 년간 ‘포트나이트’와 양강 구도를 형성한 ‘로블록스’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모드 제작을 그저 유저들 손에 맡기지 않고 업체 스스로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전략 역시 비슷하다. 에픽게임즈는 2020년 인수한 ‘로켓 리그’의 사이오닉스, 그리고 이듬해 합류한 ‘기타 히어로’와 ‘락밴드’의 하모닉스로 하여금 새로운 ‘포트나이트’ 모드를 만들도록 했다. 밖으로는 레고 그룹과 합작이라는 강수까지 뒀다.
'로블록스'가 그랬듯 '포트나이트'도 플랫폼으로 나아간다
여기에 자체 제작한 양질의 콘텐츠를 병행 공급하는 전략
8일 업데이트된 사이오닉스 신작(혹은 모드) ‘로켓 레이싱’은 네 가지 주요 기술을 활용하여 각양각색 트랙을 주파하는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이다. 동종 게임에 흔히 존재하는 드리프트와 터보는 물론 본작만의 특징인 비행과 공중 회피로 색다른 경주를 즐길 수 있다. 경로상에 상대를 트랙 바깥으로 추월하거나 안쪽으로 파고드는 수준을 넘어, 아예 위로 넘어버리는 것. 물론 사이오닉스의 손을 탄 만큼 주행감은 물론 로켓 발동 시 손맛이 짜릿하다.
론칭 시점에 제공되는 트랙은 총 26개이며 최대 12인까지 파티 플레이가 가능하다. 랭크 티어는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엘리트, 챔피언, 언리얼의 여덟 단계. 현재는 정규 시즌에 앞선 이른바 ‘시즌 제로’로 내년 초 시즌 1이 시작될 때 발맞춰 스피드런 순위표와 창작 트랙 지원 등이 이루어진다. 참고로 에픽게임즈가 추구하는 유니버셜 오너십(Universal Ownership)에 따라 기존 ‘로켓 리그’서 모은 차량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사이오닉스의 작품인 만큼 레이싱 게임으로서 완성도는 충분
더하여 로켓 점프와 체공 도중에 기동이라는 개성을 갖췄다
레이싱 장르의 신규 모드 '로켓 레이싱' 업데이트 트레일러
이어서 9일 업데이트된 하모닉스 ‘포트나이트 페스티벌’은 기타, 키타(혹은 마스터 키보드), 베이스, 드럼까지 최대 4인 밴드가 함께 즐기는 리듬 게임이다. 기본적인 구성은 화면 상단서 하강하는 노트에 맞춰 키를 누르는 리듬 게임이되, 시각적으로 여러 악기가 동원된다는 점에서 하모닉스의 두 전작과 닮았다. 모드 본편인 메인 스테이지 외에 대기 중인 다른 유저와 템포, 키, 장/단조를 조정하며 간단한 트랙 믹스를 즐기는 잼 스테이지도 존재한다.
다만 레이싱과 달리 리듬 게임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라서인지 일부러 복잡한 옵션은 배제한듯 UI/UX가 단출하다. 평소 본격적인 리듬 게임을 즐기는 편이라면 다소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지원 곡도 아직 몇 개 되지 않으나 빌리 아일리시, 이매진 드래곤스의 명반이 어느 정도 아쉬움을 상쇄해준다. 내년 2월까지 시즌 1 ‘오프닝 나이트’가 진행되는데, 얼터너티브 R&B의 선구자라 불리는 뮤지션 더 위켄드가 첫 헤드라이너로 선정됐다.
'기타 히어로'와 '락밴드'의 하모닉스다운 색채가 살아있다
장르 자체의 진입장벽을 의식한 탓인지 UI/UX는 단출한 편
리듬 게임 장르의 신규 모드 '포트나이트 페스티벌' 업데이트 트레일러
끝으로 7일 업데이트된 ‘레고 포트나이트’는 제목에서 보듯 어른이의 장난감, 레고와 합작한 오픈월드 서바이벌 크래프팅 게임이다. 경쟁작 ‘로블록스’가 흔히 ‘디지털 레고’라 불린다는 점에서 그 원조와 콜라보가 자못 의미심장한 대목. 모드의 구성 자체는 이 장르의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서 누구나 금세 적응 가능하다. 나무와 돌 같은 소재를 모으고, 도면에 따라 건물을 짓고, 더 넓은 지역으로 확장하며 친구는 늘리고 적은 없애면 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첫째, 천하의 레고라도 ‘포트나이트’ 모드이므로 기존 아바타와 100% 호환된다는 것. 모드 선택 시 자신의 ‘포트나이트’ 아바타가 곧장 레고로 바뀌는 걸 확인 가능하다. 둘째, 카오스 피직스 및 디스트럭션 기능을 통해 마치 실제처럼 레고 브릭을 배치, 조립, 분해할 수 있다는 것. 셋째, 언리얼 엔진의 월드 파티션 덕분에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섬의 열아홉 배에 달하는 95㎢ 오픈월드 자체를 동적으로 스트리밍한다는 것이다.
본편 '배틀로얄' 모드의 열아홉 배에 달하는 레고 오픈월드
언리얼이 자랑하는 카오스 피직스 및 디스트럭션도 적용됐다
레고 그룹과 콜라로 탄생한 '레고 포트나이트' 업데이트 트레일러
돌이켜보면 작금의 세계 최대 흥행작 ‘포트나이트’도 처음부터 흥행가도에 올랐던 게 아니다. 당초 PvE 디펜스 ‘세이브 더 월드’가 미묘한 평가를 받다 2017년 말 ‘배틀로얄’ 모드 업데이트로 한 박자 늦게 소위 대박이 터진 경우다. 따라서 ‘포트나이트’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원동력이 ‘로켓 레이싱’이나 ‘포트나이트 페스티벌’ 혹은 ‘UEFN’으로 제작된 유저 모드라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이제 ‘포트나이트’는 일개 게임이 아니라 플랫폼이니 말이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는 “‘포트나이트’가 서비스를 개시한 게 2017년이니 어느덧 6년이 좀 넘었다. 그만하면 굉장히 오래된 게임인데, 지난 11월 MAU(Monthly Active Users, 월간 순수 사용자)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계 전체를 통틀어 전대미문의 수치인 약 1억 명, 즉 대한민국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숫자다. 뿐만 아니라 우리 또는 유저가 만든 콘텐츠가 6만여 개에 달한다. 이제 ‘포트나이트’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라 호언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가 자사의 최근 성과를 발표했다
강남 사옥에서 진행된 '레고 포트나이트' 등 모드 3종 시연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