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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모션 어드벤처 구현을 위한 기묘한 열정, '해롤드 할리벗' 체험기

조회수 6598 | 루리웹 | 입력 2024.02.08 (14:00:00)
[기사 본문] 인간은 때때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든다. 삽만으로 산을 옮기거나 산을 뚫어 길을 낼 수도 있다. 강하게 자리잡은 열정 혹은 목적. 또는 집착에 가까운 감정은 말도 안되는 일을 가능케 만든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일지라도. 현 시점에서 불필요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견고한 방향성에 따라서 나오는 결과물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을 수 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 엔진과 기술의 발달로 개발환경이 나아진 현 시점이지만, 누군가는 기존에 채택했던 제작 과정과는 다른 방법을 채택하기도 한다. 게임에서의 아트적인 측면을 위해서. 또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결과물은 투박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놀라움을 안겨준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6일부터 진행된 ‘스팀 넥스트 페스트 2월 에디션’에서 만나볼 수 있는 어드벤처 장르의 타이틀 ‘해롤드 할리벗(Harold Halibut)’이 그 사례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비주얼과 조작감을 보여주는 이 어드벤처 타이틀은 이해하기 어려운. 혹은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통해서 제작되었으며, 동종 장르의 타이틀과 비교해서도 이채를 발한다.


해롤드 할리벗에서 플레이어는 미래 우주선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어드벤처 장르인 만큼, 주인공 해롤드를 조작해 우주선의 선내를 돌아다니며 여러 사건을 마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플레이의 골자다.

다만, 해롤드가 활동하는 우주선은 불시착한 우주선이다. 황폐화된 지구의 환경을 벗어나 도달한 별은 대부분이 바다로 이루어진 행성이었고, 우주선은 여기에 불시착하여 바다 밑에서의 생활을 영위한다. 따라서 활동은 바다 밑에 자리한 우주선이 중심이 된다. 어두운 바다와 우주선에서 나오는 빛. 그리고 각 구역으로 이루어진 통로가 세상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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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분위기는 조금 어둡고 칙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해롤드는 이 바다 밑에서 살아간다. 게임 제목에서 할리벗(Halibut)이 들어가 있는 이유다. 바다의 바닥에서 생활하는 광어와 비슷한 어종, 할리벗-생긴 것은 광어 그 자체지만, 광어와는 크기부터가 다르다. 알래스카 광어를 검색하면 알 수 있다- 이 그러하듯 주인공의 사회적 위치도 유사하다. 불시착한 바다에서도 밑바닥. 남에게 무시받으며 바닥을 청소하고 때로는 어린이에게 골탕을 먹고 좌충우돌하는 삶이다.

게임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고향에 대한 이야기다. 함선이 불시착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지구의 물건에 대한 기억은 나이가 든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상태. 그 와중 지구에서 100년이 넘게 걸린 메시지가 도착하며 여러 사건들이 진행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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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드를 쓰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조작 설명 자체가 패드 기준이기 때문


해롤드 할리벗의 게임 플레이는 어드벤처 장르의 기본적인 문법을 따른다. 주인공 캐릭터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플레이어에게 인지시킨 다음, 몇 개의 과제와 임무를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작은 단서를 가지고 사고를 확장한다. 간단하게는 어디에 무엇이 있을지를 추측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어디에 무엇이 있을지를 파악했다면, 그 다음은 이동하는 것이다.

이동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다른 과제 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마주한다. 주로 텍스트와 비주얼로 전달되는 편이지만, 기저에는 플레이어의 발상이 필요한 구조다. 과거 타이틀은 여러 단서를 제공하는 한편,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들었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이후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나오는 구조였으며,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더 큰 이야기로의 확장이 이루어진다.

해롤드 할리벗도 마찬가지다. 약 1시간 정도 분량의 데모임에도 지향점은 명확하다. 주인공 해롤드가 시설을 관리하고 보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을 마주하며, 이동과 문제 해결. 그리고 약간의 퍼즐과 플레이어의 추측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서 소소하게 더해지는 독일식 유머-개발사가 독일에 있다-는 덤이다. 빵 터진다는 느낌보다는 어딘가 약간 우중충하면서도 약간의 위트를 더하는 그런 식의 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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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A는 곧 어드벤처의 일지와 같이 다뤄진다


이러한 점을 보면, 해롤드 할리벗은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고전적인 어드벤처의 영역에 가깝다. 액션과 같이 다른 장르의 플레이를 더해서 어드벤처라는 영역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향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오롯이 플레이어가 한정된 영역을 돌아다니며 탐험하고 개발사가 꾸려둔 시나리오를 선사하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해롤드 할리벗은 과거 정통 어드벤처라 부를 수 있는 장르가 그랬던 것처럼, 조금은 느릿하고 단조로운 플레이 양상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포인트 앤 클릭과 같은 고전적인 형태는 아니다.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가 단서를 찾고 조합하는 것에서 게임 디자인이 시작된다면, 해롤드 할리벗은 NPC와의 대화와 스토리가 중심에 자리한다.

단서를 월드 내에 흩뿌려두고 단서들을 조합하거나 퍼즐을 해결하는 형태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이동과 대화가 게임 디자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플레이어는 해저에 있는 우주선의 각 구역을 돌아다니며 여러 인물을 만나고. 때로는 해롤드가 직접 추측을 내리기도 한다. 직·간접적으로 단서를 전하는 것을 이용해 이야기라는 가장 큰 도달점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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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메시지가 오고 의문의 인물이 있고 물고기는 자유추구 운동을 하는 기묘한 세상


당초 포인트 앤 클릭 타이틀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정이기도 하다. 게임 내에 사용되는 모든 것들을 실물로 만드는 (즉, 진정한 의미에서 핸드-메이드다) 어드벤처 장르가 택한 것과는 다른 길을 갔다.

1996년 PC로 발매되었던 ‘네버후드’를 떠올려보자. 게임 내에 모든 것들을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해당 타이틀은 그 구조 때문이라도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제작 방법론으로는 클레이로 만든 캐릭터를 패드를 통해서 조작하는 것이 어려웠고 정해진 플레이와 영상을 플레이어가 클릭하는 형태에 맞춰 재생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개발자들이 직접 빚어낸 에셋에 움직임을 더할 수 있는 기술이 지원되는 데다, 부가적인 기능들도 더해진다. 패드를 통한 직접 이동 / 오브젝트 조작이라는 플레이 방법론을 스톱모션이라는 특유의 감성을 해치지 않고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이렇게 패드를 사용하는 현대적인 조작체계를 따르고 있음에도 해롤드 할리벗은 아주 느린 호흡을 가지고 있다. 뛰는 것조차 걷는 것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개발사인 슬로우브라더스(Slow Bros.)가 과거의 플레이 양상을 의도한 측면도 존재하지만, 해롤드 할리벗이 보여주는 비주얼과 제작과정을 모두 취합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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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하게 느껴지는 것? 다 이유가 있다



● 그게 다 이유가 있다 - 집착에 가까운 스톱모션 감성의 구현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롤드 할리벗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애정과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비주얼만을 언급하자면, ‘어… 굳이? 이렇게 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들이 만들어낸 게임 속 세상은 게임 엔진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실제 핸드 메이드로 제작된 결과물이라는 것. 바로 이 점이 게임의 형태와 플레이 양상을 규정하기 시작한다.

‘게임 속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가운데에 놓고 본다면, 대화와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인 만큼 무엇보다 이야기가 자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시에 ‘비주얼’이라는 측면도 해롤드 할리벗을 지탱하는 큰 기둥이다. 게임 속에서 사용된 에셋 전반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결과물. 그것이 해롤드 할리벗이 보여주는 가장 큰 ‘킥’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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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세계와 비주얼이 찰떡같이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이는 실제로 게임 플레이를 해보면 조금 당황스러운 결과물일 수 있다. 게임 플레이 자체가 매끄러운 이동이나 플레이로 연결되기 보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가까운 조작감으로 이어진다. 이동이나 영상에서 프레임이 조금 모자라거나 끊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해롤드 할리벗은 게임 내의 모든 것들이 스톱모션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직접 손으로 제작됐다. 가구나 옷. 캐릭터들을 포함해 모든 것들이 말이다. 게임 내에 직접 손으로 만든 에셋을 각 컷신이나 월드 구축에 활용하는 한편, 플레이어들이 여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배치하는 과정을 거쳤다.

게다가 흥미로운 점은 캐릭터의 움직임 자체는 모션 캡처를 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로 사용하는 모션 캡처가 스톱모션과 같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드는 데에 활용된 것이다. 이 또한 ‘대체 왜?’라는 의문을 던지기 충분하다.

개발진은 모션 캡처한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스톱모션처럼 보여주도록 설정하는 한편, 때로는 의도적으로 설정한 움직임에 가까워지도록 파일을 정리하지 않기도 했다고 밝혔다. 결국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집착이며,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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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실제로 주로 모션캡처를 쓰고,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


그렇기에 조작 자체는 스톱모션 속에서 움직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동 중에 말을 걸더라도, 캐릭터는 대화를 위해 정해진 위치로 조금씩 이동한다. 정해진 위치에서 다이얼로그가 시작되는 구조이기에 그러하며, 영상이 아닌 실제 플레이 선상에서 NPC와의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화 도중에는 화면이 확대되는데, 이 상태에서는 개발진들이 손수 만들어낸 모든 것들이 보다 자세히 드러난다.

개발진이 보여주는 광적일 정도의 애정은 데모 버전의 용량에서부터 드러난다. 1시간 남짓한 데모의 용량이 40GB인데, 이는 비주얼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4K 텍스쳐를 그대로 살려두었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스톱모션의 감성과 일면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결과적으로 해롤드 할리벗은 비주얼 측면에서의 차별성이 게임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선상에서 대화와 단서들이 제공되며, 영상과 플레이의 전환이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스톱모션 그 자체이기에 플레이가 굼뜬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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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미묘하게 움직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의도된 것이며, 해롤드 할리벗이라는 게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바다에 가라앉은 함선의 세부적인 형태와 분위기. 게임이 보여주는 독특한 감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여느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비주얼의 독특함과 게임 플레이에도 영향이 있는 플레이로 승화한 셈이다.

스톱모션의 비주얼과 감성을 구현하기 위한 기괴할 정도의 노력. 그리고 발상의 전환. 이와 같은 측면은 개발진이 가지고 있는 스톱모션에 대한 애정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기해 공개한 ‘해롤드 할리벗’의 데모는 단 한 시간 뿐이었음에도 의미를 가진다.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기 직전에 종료되어 아쉬움이 있지만, 짧은 시간 만으로도 지향점을 확인하기는 충분하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매력적인 비주얼 / 스토리를 보여주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개발진의 광적인 노력이 유난히 빛을 발하는 타이틀이다. 첫 영상 공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거기에 부합하기 충분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스팀에서 데모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해롤드 할리벗’은 한국어화를 거쳐 PC / Xbox / PS로 발매될 예정이다. 발매일은 2024년 초로 예정된 상태이며, 발매 시의 용량은 데모 버전의 40GB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60GB 정도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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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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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BEST
그림 판당고처럼 명작의 느낌이 나는듯... 화려하고 빠르고 재미가 보장된 게임들이 가득한데 과연 살아남을수 있을것인가 아무래도 결론은 판매량이니까...
푸르딩뎅 | (IP보기클릭)125.142.***.*** | 24.02.08 14:13
BEST
해롤드 할리벗 대작들 속에서 숨은 명작으로 탄생하기를
스케이 | (IP보기클릭)223.39.***.*** | 24.02.09 19:43

오.. 내 취향 완전 마음에 든다

시스의 몰락 | (IP보기클릭)211.195.***.*** | 24.02.08 14:09
BEST

그림 판당고처럼 명작의 느낌이 나는듯... 화려하고 빠르고 재미가 보장된 게임들이 가득한데 과연 살아남을수 있을것인가 아무래도 결론은 판매량이니까...

푸르딩뎅 | (IP보기클릭)125.142.***.*** | 24.02.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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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할리벗 대작들 속에서 숨은 명작으로 탄생하기를

스케이 | (IP보기클릭)223.39.***.*** | 24.02.09 19:4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안톤 쉬거

보곤 | (IP보기클릭)122.197.***.*** | 24.02.10 04:24

몇년전에도 스위치로 스톱모션으로 만든 게임 나오지 않았었나요? 눈여겨 봤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ㅠ

비안코네리 | (IP보기클릭)222.97.***.*** | 24.02.10 15:11
비안코네리

트뤼버 브룩 아닐런지요

루리웹-2835944855 | (IP보기클릭)220.118.***.*** | 24.02.13 03:01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하는 웨스엔더슨 감독의 다크한 블랙코미디 작품같은 느낌. 개들의 섬 느낌.

그만해이놈아 | (IP보기클릭)59.15.***.*** | 24.02.10 15:44

Skull Monkeys 가 떠오르는 움직임이군요. 게임에서 스톱모션 스러운 움직임이나 손으로 빚어낸 고무찰흙같은 느낌... 간만입니다.

뷰너맨 | (IP보기클릭)124.59.***.*** | 24.02.11 22:46

스톱모션은 언제나 수요가 있다...

아렛시 | (IP보기클릭)183.108.***.*** | 24.02.12 10:47

독특한 게임이네요.

이지스함 | (IP보기클릭)112.164.***.*** | 24.02.1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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