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명화 같은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 게임계 BTS 될까
엊그제(4월 2일) 플린트가 개발하고 하이브IM이 제공 및 운영하는 신작 RPG ‘별이 되어라 2: 베다의 기사들’이 정식 출시됐다. 필자가 이 작품을 시연한 게 2년 전이었고 동년 지스타를 통해 하이브IM과 협업을 발표했으니 생각보다 출시까지 오래 걸린 셈이다. 당시 이미 현 빌드와 크게 다름없는 UI/UX를 구축한 점으로 미루어 최종 담금질에 무진 공들였구나, 쉬이 짐작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론칭 쇼케이스서 무대에 오른 플린트 김영모 대표가 장담하길 개선점만 2,000여 개에 달한다고. 과연 게임성에 자신감을 품을만하다.
김 대표가 언급한 수많은 개선점이 뭔지 다 알 순 없으나 앞선 글로벌 테스트 피드백을 정리하면 이러하다. 장점은 ▲높은 완성도와 디테일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진진한 스토리 ▲정통 액션 RPG의 향수, 다음으로 단점은 ▼불편한 조작감 ▼답답한 전투 속도감 ▼높은 성장 난이도 ▼부족한 편의성. 대체로 플린트가 추구하는 고유한 개성과 매력은 인정하되 그것으로 상쇄되지 않는 아쉬움이 든다는 반응이었다. 과연 전작으로부터 10년 만에 속편 ‘별이 되어라 2’는 글로벌 테스트를 자양분 삼아 마침내 목표한 완성도에 이르렀을까.
오랜 담금질 끝에 드디어 정식 출시된 '별이 되어라 2: 베다의 기사들'
과연 긴 기다림에 보답이 되어줄까, 앱마켓은 물론 PC 스팀에도 진출했다
화려하고 아름답되 잔혹한, 다크 판타지를 그리다
매번 체험기마다 반복되는 내용이긴 한데, 어쨌든 세계관 및 초반 전개부터 살펴보자. 전작 ‘별이 되어라!’의 머나먼 과거, 한때 혼란스러운 대륙을 평정하여 명성이 드높던 대왕 마그누스는 점차 광기에 휩싸인다. 불경한 제의와 사술을 탐닉하는 아버지를 보다 못한 왕자 에드워드가 나서고, 마침내 거성 기간트폴서 엇갈린 운명의 부자가 격돌한다. 튜토리얼을 겸하는 본작의 도입부가 바로 이 기간트폴 공성전. 주인공은 에드워드 휘하 기사단원으로 출전했다가 알 수 없는 경위로 여신 아스트라이아에게 ‘13번째 책의 주인’으로 발탁된다.
게임에 첫인상이 결정되는 중요한 대목으로 압도적인 영상미를 과시하는 도입부는 결국 참극으로 끝맺는다. 기간트폴 최심부서 왕자를 맞이한 마그누스는 괴기스럽게 일그러지며 팽창하여 마침내 하늘 높이 치솟은 죽음의 나무로 화한다. 여기서 마그누스는 물론이고 희생자들의 무수한 시체와 거기서 흘러나온 흥건한 핏물이 자못 끔찍하게, 그러면서도 마치 한 폭의 명화처럼 느껴진다. 원래 사지가 뜯기고 피가 튀는 장면일수록 어설피 묘사하면 B급스럽기 십상. 다행히 전작부터 호평받은 플린트 특유의 아트워크가 무게감과 설득력을 더한다.
시종일관 음울한 분위기, 잔혹한 연출 와중에 고품질 아트워크가 돋보인다
여신 베다 아스트라이아의 존재를 통해 전작과 연관성을 찾는 것도 큰 재미
‘별이 되어라 2’가 PC 및 모바일 플랫폼에 대응하는 소위 ‘수집형’ 게임으로서 여타 작품과 차별화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당초 중세 판타지풍이 많았던 모바일 RPG가 점차 미소녀 캐릭터 중심으로 재편되며 현대 혹은 SF 세계관이 덩달아 득세했다. 이제 판타지, 특히 본작과 같은 진중한 다크 판타지는 모바일 플랫폼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 콘솔로 시야를 넓히면 몇몇 유명 IP가 존재하나 그 역시 3D 그래픽이 대부분이다. 비록 여느 미소녀 수집형 RPG 만큼 시장이 크지 않더라도 나름대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점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수집형 게임이 지닌 최소한의 본분조차 망각하여 기기괴괴 몬스터 대백과를 냈다는 건 아니다. 제아무리 다크 판타지라도 한줄기 빛은 내리쬐는 법. ‘별이 되어라 2’는 고풍스러운 판금갑옷과 화려하게 수놓은 의복, 장식과 기능미를 겸비한 무구의 영웅들이 잔뜩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방문하는 마을 토드버그와 거기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중세 판타지서 기대할 법한 로망이 가득하다. 멋들어진 인물들에 투구 탈착이 가능한 세심함, 군침 도는 요리와 소소한 UI까지 일관된 아트워크 등 모두가 본작의 경쟁력이다.
끔찍한 망자들과 대비되도록 화려한 갑주와 무구가 돋보이는 베다의 기사
플레이어블 캐릭터뿐 아니라 NPC, 소품, 작은 UI까지 눈을 즐겁게 해준다
RPG의 수집과 육성, 벨트스크롤 액션의 찰진 손맛
전쟁의 여신 베다 아스트라이아로 나타나는 연결된 세계관, 그리고 한 폭의 명화를 보는 듯한 아트워크는 ‘별이 되어라!’서 이어받은 정체성이다. 반면 PC에 대응하여 벨트스크롤 액션(Beat'em up) 장르의 게임성을 적극 차용한 점은 새롭다. 사실 전작의 경우, 그 즈음 이미 정립된 모바일 RPG 흥행 공식을 답습했기에 딱히 독창적이라 평하긴 어렵다. ‘별이 되어라 2’ 역시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추구하는 작품은 아니나 흥행만 좇아 만든 게임도 아닐 터다. 그랬다면 컨셉이든 장르든 보다 쉽게 돈이 될 법한 기획은 얼마든지 있었을 테니까.
앞서 소개했다시피 주인공은 이른바 ‘13번째 책의 주인’이다. 덕분에 다른 베다의 기사로 변신하여 그 힘을 빌리는 게 가능하다. 현재 구현된 베다의 기사는 총 20명인데, 론칭 빌드치고 적은 편이나 각각의 만듦새를 고려하면 이해하고도 남는다-가짓수가 적은 편이 뽑기에 수월하고-. 이들은 희귀도에 따라 4성과 5성으로 나뉘며 불, 물, 땅, 번개, 빛, 어둠, 독, 피의 속성과 딜러, 탱커, 힐러, 서포터 등 역할을 지닌다. 무구는 장검부터 활까지 9종인데, 칼과 방패로 무장한 마르텔이 딜러가 아닌 서포터로 분류되듯 캐릭터 역할과 일괄 대응하진 않는다.
속성, 역할을 고려하여 네 명의 캐릭터를 편성하고 교체하며 싸우는 방식
소싯적 오락실에서 'D&D 섀도 오버 미스타라'를 즐겼던 추억이 떠오른다
수집형 게임은 캐릭터 획득을 독려하고자 다양한 속성의 파티를 갖출 필요성과, 단일 속성의 파티를 갖출 필요성이 공존하기 마련. 그게 ‘별이 되어라 2’서 폭주하는 별의 힘과 내성이 존재하는 이유다. 평타나 스킬이 적중할 때 캐릭터의 속성, 즉 별의 힘이 쌓이고 게이지가 다 차면 폭주시킬 수 있다. 효과는 피버타임을 떠올리면 쉽다. 같은 별의 힘끼리 가산되므로 단일 속성 파티일수록 게이지를 쌓기 수월하다. 반면 하나의 속성으로만 연속 공격 시 적에게 내성이 생기며 대미지가 크게 꺾이니 주의하자. 물론 기본적인 상성 유불리도 존재한다.
본작은 큰 틀에서 모바일 RPG의 전형을 따르지만 일단 스테이지로 진입하면 게임성이 달라진다. 상술했듯 벨트스크롤 액션 장르답게 화면 좌에서 우로 진격하며 각종 스킬과 회피기를 적절히 발동하는 직접 조작의 묘가 살아있기 때문. 글로벌 테스트 피드백이 가장 많이 반영된 지점이 전투인 만큼 옛 시연보다 조작감, 속도감, 타격감 모두 몰라보게 좋아졌다. 특히 게임패드로 플레이할 경우, 스킬이나 이벤트 연출에 따른 진동과 함께 더욱 찰진 손맛을 느끼는 게 가능하다. 모든 기능에 게임패드가 100% 대응하지 않는 건 상당히 아쉽지만.
기본적으로 적 패턴을 보고 피하면서, 별의 힘을 모으고 폭주시켜야 한다
다만 한 속성만 고집하다 적에게 내성이 생기니 적절한 교체도 필요하다
PC다운 게임성과 모바일다운 편의성이란 두 토끼
플린트 김영모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서 ‘별이 되어라 2’ 메인 플랫폼이 PC라 단언한 바 있다. PC에서 게임패드로 플레이했을 때 유저 평가가 가장 좋았다고. 그야 직접 조작을 통한 액션의 쾌감을 전면에 내세웠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다만 PC, 모바일의 멀티 플랫폼 게임이 자동 전투를 아예 배제하는 건 지나친 고집이자 악수가 되기 쉽다. 이에 ‘별이 되어라 2’는 자동 전투가 활성화된 채로 직접 조작까지 입력되는 영리한 절충안을 택했다. 그러니까 굳이 자동 전투를 켜고 끄는 수고 없이 필요할 때만 한 번씩 개입해도 무방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최근 대세인 ‘AFK 아레나’류의 방치형 콘텐츠를 도입하여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최대 24시간까지 보상이 쌓인다. 직접 조작을 통한 유불리가 작용한다 해도 RPG인 이상 레벨이 받쳐줘야 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기록이란 재화가 방치형 콘텐츠로도 수급된다. 또한 주무기 및 장신구 2종, 유물이라는 다섯 부위의 추가 장비가 캐릭터 육성의 중추다. 관련하여 재화가 다소 빠듯하나 아직 캐릭터가 몇 없어 적당히 맞아떨어지는 편. 김 대표도 캐릭터를 마구 찍어내 뭇 유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운영은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PC에 게임패드를 연결하든 모바일로 자동 전투 돌리든 취향껏 자유롭게
방치형 콘텐츠까지 갖춰놓아 육성에 소모되는 재화 수급이 덜 부담스럽다
특정 게임을 콕 짚어 언급함이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본작은 꽤 많은 부분에서 ‘원신’으로 대표되는 호요버스 작품을 참고한 모양새다. 특히 책의 주인-계정-, 베다의 기사-캐릭터-와 별도로 모험 레벨을 올려야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레벨 디자인이 그렇다. 메인 스토리만 따라가선 모험 레벨에 발목 잡히는데, 이미 지나온 스테이지라도 도전 단계를 높여 재진입 시 충분한 보상-캐시 대용품인 별석-이 주어진다. 거기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로부터 수시로 파티 요청이 들어오니 웬만하면 도와주자. ‘별이 되어라 2’는 최대 3인 협동 전투를 지원한다.
이외에도 매일 주어지는 기사단 임무, 세 개 방씩 총 열두 층에 달하는 시련의 탑, 고난도 보스전 베다의 악몽과 봉인 감옥 등 콘텐츠는 충분하다. 아무래도 다년간 개발에 전력해온 터라 론칭 시점에 즐길 거리가 부족하지 않다. 액션에 방점이 찍힌 만큼 1vs1, 2vs2, 3vs3 대전으로 구성된 PvP 아레나 역시 손맛을 느끼기 좋은 무대다. 끝으로 BM(수익화 구조)의 경우, 앞서와 마찬가지로 호요버스를 벤치마킹한듯 뽑기에서 베다의 기사와 무구가 함께 나온다. 몇몇 패키지와 포상령이라 명명된 패스형 상품도 있으니 각자 필요에 따라 구입하자.
어려운 스테이지는 다른 유저들과 힘을 합쳐보라, 훨씬 쉽고 재미도 있다
PvP 아레나 역시 손맛이 훌륭하다. 직접 조작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순간
게임을 향한 하이브의 도전, BTS 신화가 재현될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별이 되어라 2’를 품은 하이브IM은 저 유명한 연예 기획사 하이브가 게임 산업에 진출하고자 설립한 곳이다. 넥슨과 네오위즈를 거쳐 하이브IM 사령탑으로 올라선 정우용 대표는 물론이고 방시혁 의장과 박지원 CEO 또한 게임 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지녔다고 한다. 그들은 후발주자로서 아직 주인이 없되 가능성은 충분한 ‘대어’를 찾았고 플린트는 오랫동안 공들인 신작에 제값을 쳐줄 투자자가 절실했다. 서로 궁합이 잘 맞았던지 지난해 독일 쾰른메세서 열린 게임스컴에 하이브IM이 큼직한 ‘별이 되어라 2’ 부스를 내줬다.
라이브 서비스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가치가 운영측 투자 의지다. 척 봐도 개발 공수가 만만찮겠구나 싶은 ‘별이 되어라 2’가 하이브IM 품에 안겨서 퍽 다행스러운 이유다. 누가 하이브 산하 아니랄까봐 정식 출시를 앞두고 세븐틴 호시와 승관이 OST 콜라보, 프로미스나인 이나경이 홍보 모델, 글로벌 아티스트 히라테 유리나가 CM 참여 등 연일 스타 마케팅이 굉장하다. 그 기세가 조금 더 유저들에게 직접적으로 환원될만한 방식까지 확장되면 참 좋겠다. 착한 BM, 소통하는 운영이 곧 ‘별이 되어라 2’를 게임계 BTS로 성장시키는 길 아닐까.
누가 하이브 산하 아니랄까봐 스타 마케팅을 퍼붓다시피 진행하는 중이다
과연 '별이 되어라 2'가 게임계 BTS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