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며칠 있다 정리되면 마무리해서 쓸 것. 첫 관람 후 횡설수설인걸 감안해주세요.
1.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는 태생상 '극단적으로 부족한 개연성과 설정구멍을 압도적인 연출과 스릴로 메꾸는 시리즈' 이다.앞의 두편은 그게 잘 먹혔고, 이번엔 안 먹혔다.
이 영화는 심각한 망작이거나 못 만든 영화는 아니다. 연출은 충분히 중상위권은 들며, 심리 묘사도 나름 힘을 주었다.
하지만 시리즈의 특징적인 문제점을 덮는데는 실패했고, 그 결과 단점이 너무 부각되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2.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캐릭터와 드라마, 두 번째는 설정과 연출 문제이다.
후자는 '어떻게 저놈들이 인류를 이긴거임?', '군대 살육하는 괴물들 함 보자 ㄷㄷ', '인류멸망 최후의 날 DAY 1!!' 을 기대한 사람들이 쌍욕하는 문제이며,
전자는 그걸 딱히 기대 안 한 관객도 '근데 이거 졸리고 지루한데...?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라는 말을 나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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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설정 문제는 그런게 있다고만 짚고 넘어가자. 대충 '님들이 원하던거 하나도 안나옴 ㅅㄱ' 정도면 정리되는 얘기니.
그렇다면 남은 휴먼 드라마는...
...재미없었다.
단순히 '괴수물에 휴먼 드라마를 넣었다'의 문제가 아니다. '괴물'은 사회비판 블랙코미디 휴먼 드라마 괴수물이다. 그리고 모두가 극찬했다.
아니, 콰이어트 플레이스라는 시리즈 자체가 휴먼 드라마가 굉장히 강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전작과 달리 못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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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초안이니 좀 횡설수설 떠드는 얘기지만, 주역 캐릭터는 독립영화 감독의 우상이자 이상향에 가깝다.
흑인 여성이며, 암 투병 환자에, 시인이고, 아버지는 맨하탄의 재즈 피아니스트에, 아버지와 먹은 피자의 추억에 환장하며, 아이팟을 상시 휴대하고, 애묘가다.
설정 몇개를 때려박은 덕분에, 저 많은 설정 중 집중되는건 없다시피 하다. 애시당초 '생존을 위한 처절한 아포칼립스물'에서 '난 죽고싶어요 ㅅㄱ' 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글쎄....
예를 들어보자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피잣집을 가보니 불타서 개판이 되어있다. 그 앞에서 여주는 절망하고 바로 주저앉는다. 끗.
어디가 간절한가. 어디가 그렇게 처절한가. 그 피잣집 안에 들어가야지. 멍하니 불타고 남은 메뉴판을 바라보며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결국 남은 건 잿더미 뿐이고 모든게 불탄 현장에서 차마 소리도 내지 못하고 오열해야지. 아니 존윅씨도 2편에서 집 불탔을 땐 그랬다고.
여튼, 덕분에 나에게 여주 캐릭터는 픽사 애니 소울의 극 마이너카피가 되어버렸다.
시인이라면 자기 시 불러주면서 죽는게 상도덕 아니었나? 시인 맞아? 시도 더럽게 못 쓰던데? 아이팟을 좋아하는거야 재즈를 좋아하는거야?
아니 더 쩌는 최후같은거 있지 않았어? 마지막에 남주를 위해 희생하고 사방에서 개떼처럼 몰려드는 괴물들 사이에서 평온한 눈으로 죽는거?
내가 지금 레지던트 이블 영화보다 못하다고 비교를 해야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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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흥분해서 그러니, 두번째 주역인 남캐 에릭은 짧게 설명하겠다.
얜 그냥 여주가 키우는 인간형 애완동물 mk2. 이상 이하도 아니다. 능동성이란게 없으니 재미도 없다. 아 공황와서 어그로 끄는건 주동적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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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들의 휴먼 드라마가 지루한 것이, 영화의 평가 자체를 날려버리는 수준까진 아니다. 그냥 평범하게 몰입 안되고 별로인 양반들의 이야기이고, 괴수물을 보는 우리는 그런 놈들 수두룩하게 봤으니까.
문제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특유의 무소음 긴장감 연출 + 첫째 날 영화의 미묘한 연출력 + 저 지루한 휴먼 드라마를 위해 배정받은 시간들이 합쳐져 극악의 지루함 파트가 되어버린다는 것.
잊지 말자.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극장에서 봐야 할 시리즈이다. 그리고 극장은, 특정 환경에서라면 최상급의 숙면 장치가 될수도 있다.
영화 클로버필드에서 미군과 괴생명체가 전투를 벌였던 것처럼 여기서도 뭔가 미군이 졌을만한 개연성을 만들어줄 장면을 기대했는데, 땅에 널부러진 중장비하고 박살난 험비 정도만 보여줘서 아쉽긴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