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리고 세월이 흐르면 그 자리에 나무가 자라있다
-자식을 낳을수 있다
-인기도가 상승하면 동네 꼬마들이 주인공의 헤어 스타일을 따라한다
'프로젝트 에고'란 이름으로 제작중 나온 이러한 발언들은
이 게임을 RPG팬들의 기대도 1순위 게임으로 등극 시켰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발매된 게임은 정작 그러한 요소가 다 빠져있었고
'엄청난 자유도'는 커녕 주인공의 선악 구도 외에는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젤다에게 내미는 카드"
일설에서 말하는 이 게임의 취지에 나는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젤다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게임이기에..
발매 후 이 게임이 욕을 바가지로 먹는것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디 니가 감히.
세월이 흘러 엑박의 후속기종인 삼돌이도 발매된지 1년이 훌쩍 넘고,
나는 여전히 게임큐브와 드캐를 풀가동 시키며 게임라이프를 즐길 즈음
먼나라 이민생활 시절의 친구가 이 게임을 보내왔다(정확히 말하면 로스트 챕터).
고맙다고 말하고 바로 봉인 모드 -_-
그 후로 몇개월이 흘러 난 먼지가 쌓인 이 게임이 왠지 내 신세와 비슷한게
측은해 보여서 한번 돌려주기로 했다.
역시..
쉣이었다 -_-
말로만 들었던 극악의 로딩에 이상한 세이브 시스템은 나를 극도의 패닉상태로 몰고갔고,
무엇보다 양키센스에 호의적인 나마저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울트라 양키센스!
내가 구해야 하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 패주고 싶었다 -_-
하지만 내가 누군가. 한번 게임을 잡으면 아무리 쿠소라도 끝은본다.
난 한가하니까 -_-
몇시간 동안 정말 괴로웠다. 계속 메인퀘스트만 하면서 '언제끝나지..언제끝나지.'
괴물 때려잡는데 옆에서 얼쩡거리던 얼간이들 실수로 몇대 쳤더니 사람들이 나 무섭다고 슬슬 피한다.
이머병들 싸움구경은 멀리서 해야지..;
그러다 메인퀘스트에서 악당놈 몇명 때려잡고 길다니다가 불쌍해 보이는 넘들
좀 도와줬더니 박수 치고 좋댄다~
마을 갔더니 여자들이 내주위에 몰려들고 멋지다고 난리다.
어느덧 게임상의 나이가 마흔을 훌쩍넘고 더 많은 악당넘들을 때려죽인 후,
이제는 어딜가나 나를 보면 환호하고 물건 살때 가격도 깎아준다.
오호라 -_-*
이번에도 역시 빨리 다음 메인퀘스트를 수행해서 스토리를 진행하려고 발길을 옮기던 그 순간.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나무가 우거진 마을길에서 망설이는 나를 발견했다.
'떠나기 싫다'
어느 순간 쓸데없이 시간 잡아먹던 마을길이 정겹게 느껴졌고
은은한 배경음악 소리에 붉게 지는 저녁 노을, 멀리서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며
어느새 내가 이 세계에 동화 됐다는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사이드퀘스트들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모두 나름 재미있어서
지나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능력도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슈퍼패미콤 게임이랑 킹오파 할때 빼고는 게임에 집중을 못하는 내가, 정신을 차려보면
서너시간을 훌쩍 넘겨 깜짝 놀라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고,
게임상에 흐르는 시간이 현실세계의 시간을 초월하기 시작했다.
MMORPG도 아닌것이 어찌 이렇게 생동감 넘치고 현실감 있게 느껴질까..
역시 스토리진행이 일직선인 것은 분명하지만, 게임 플레이 하는 동안
내가 정해진 틀안에서 행동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일본RPG 할때 흔히 느끼는 그것.
며칠동안 정신없이 플레이 하다 보니 악의 우두머리를 쓰러뜨렸고 나는 훌륭한 영웅으로써 게임을 마쳤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다음에는 악의 화신이 되어서 공포의 대상이 되어보겠다.
프리자같은 악인만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지 않은가!
페이블. 넌 멋진 놈이었어. 미안해.
공감가도록 글 잘 쓰셨네요. 후속편이 기대되는 작품이죠.
마지막 검은 최강 이다..ㅎㅎ 재밋지만 난이도가 너~무 쉬운 게임..개인적으로 대마법사를 키울려고 햇지만 .. 전사도 어차피 좀 진행하면 올스킬 마스터..ㅡ ㅡ
좋은소감 잘 읽었습니다 페이블 좋은게임입니다-소장중-
정말 좋은 소감문입니다...잘보고 갑니다~^^
훌륭한 작품이죠... 다만 출시되기 전에 너무 떠벌리는바람에 기대감을 심하게 높여놨었기에...
출시전 씨부린 내용에 낚여서 엑박까지 같이샀는데 게임은 초안습 ㅡㅡ 시디 던져버릴려다 돈아까워 중고로 팔고 추가금 보태서 킹덤밀봉샀는데 엄청나게 재밌더군요. ㅋㅋㅋ
진짜 그냥 닥치고 평범하게 나왔다면 본전은 찾았을텐데.. 그래도 이겜 꽤 많이 팔렸다죠?
발매전부터 하도 기대치를 올려놔서 많은 구설수에 올랐지만 정말 잘 만든 게임이긴 하죠~~~
저도 구x박중에 유일하게 잼게했던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