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세징야가 복귀했다는 소식에 오늘은 대구와 FC서울의 경기를 감상하였습니다.
주요 관건은 세징야가 정상컨디션으로 돌아왔는가였지만, 주중 서울이랜드와의
FA컵 패배와 연이은 부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FC서울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도 역시 살펴볼 일이었습니다.
Ⅱ. 전반적인 감상소감
1. FC서울의 내리막길은 계속된다
FC서울의 침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전진성 있는
플레이가 실종되었다는 것으로, 마치 전진을 꺼리는 듯한 백패스와 횡패스가
오늘 FC서울의 패배의 주된 요인이었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오늘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굳이 따지자면,
1. 박주영, 기성용, 고요한, 조영욱의 연이은 부상
2. 부상 악재로 인해 얇아진 스쿼드 + 혹독한 리그 일정 = 경기력 저하
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수비야 뭐 그렇다쳐도(...) 방점을 찍어줄 스트라이커
의 부재와 1선에 볼을 공급할 미드필더의 부담 가중은 박진섭 감독이라고해서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때문에 오늘 경기장에 내걸린 항의성 현수막 (2018년의 그......)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기가 민망한 것입니다. 물론 FC서울 팬 입장에선 현재의 이 암울한
하락세가 탐탁지는 않으시겠으나,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이상
지금으로서는 그저 주전 자원의 복귀까지 버티는 것 외에 달리 방법도 없어보입니다.
2. 세징야의 복귀 ; 강등권 탈출의 시동을 건 대구
FC서울 전력이 약화된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대구 입장에선 풀전력을 가동해서
강등권 싸움에 필요한 승점 3점을 챙겼다는 점 의의를 둘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솔직히 세징야 선발(...)은 좀 너무 초강수 아니었나 싶지만, 그래도 햄스트링 부상
입은 사람을 선발 출전시키는 강수를 둘 정도로 대구 처지가 다급한 것도 사실이고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감안하면 그렇게라도 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할 정도로 대구의 처지도 여유롭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대구의 상위스플릿 진출은 좀 힘들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
데얀의 빈자리를 에드가가 충분히 잘 메꿔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렵고 (오늘
골은 넣었지만), 세징야의 피로누적이 부상으로 현실화된 시점에서 다시 부상
재발이라도 일어나면 대구는 당장 강등 걱정부터 해야하는 판국입니다. 일단 올 시즌
정승원을 활용할 순 있지만, 다음 시즌에도 그러할 지는 잘 모르겠고(...), 결국
현실적으로 올 시즌 대구의 목표는 당장의 성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세징야와 정승원 등 기존 전력의 이탈을 만회할 만한 대체자원 마련 및 육성
이라는 극한 난이도의 첫 단추를 꿰는 일이 아닐런지......
Ⅲ. 선수평점 (10점 만점 기준)
1. FC서울
○ 양한빈 - 5.5점
실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 차례 막아낸 끝에 불가항력으로 당한 것이니 양심껏
0.5점만 깎았습니다. 해설위원인가 말로는 100경기 출전이라는데 거참......
○ 홍준호, 황현수 - 4점
실점 장면에서의 아쉬운 점도 그렇지만, 뭔가 빌드업 측면에서도 팀에 별 도움은
안 되었고, 가뜩이나 집중마크 당하는 팔로세비치에 부담만 가중된 건 아닌지...
○ 윤종규, 고광민 - 5점
일단 오늘 FC서울 양풀백은 그래도 나름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군분투
했다고 생각합니다. 타 커뮤에서 고광민과 정승원(...)을 비교하면서 크로스의 부정확함
을 한탄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고거는 좀 가혹한 비교 아닌가 싶네요. 오늘같은 암울한
경기에서 그래도 평타는 쳤다고 생각합니다.
○ 신재원, 김진야, 김진성 - 4.5점
교체되어 들어온 자원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김진성의
경우 수차례 과감한 슈팅을 시도하긴 했는데 정확하진 않았습니다.
○ 오스마르 - 6점
○ 나상호, 권성윤 - 6.5점
교체출전해서 암담하기 짝이 없는 FC서울의 공격에 그나마 한줄기 빛과 희망을 안겨
주었기에 팀내 최고평점을 수여하였습니다. 솔직히 지금 FC서울에서 골 넣는 걸 기대
할 만한 자원은 나상호밖에 없는지라......
○ 팔로세비치 - 4점
철저하게 발이 묶여서 아무런 존재감도 없었습니다만, 애초에 팔로세비치 외에 볼배급
이 기대되는 루트도 없는 마당이니 어느 상대팀이라도 누굴 마크할 지 뻔히 알 만한
것이고......
○ 정한민 - 3.5점
오늘 경기 가장 저조한 활약을 보인 정한민 선수에 최저평점을 매겼습니다. 2, 3선에서
공이 안 오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간신히 공을 잡았을 때에도 맥없이 빼앗기는 모습
을 보여주면서 과연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겨도 되는지에 대해 불안감만 더한
오늘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팀 전술이 그랬는지 몰라도, 공격시에 정한민 선수는
상대 골문 앞이 아니라 사이드로 빗겨 서고 팔로세비치가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제로톱 비슷한 장면이 몇번 나온 것도 같은데, 솔직히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2. 대구FC
○ 최영은 - 6점
○ 김재우, 홍정운, 정태욱 - 7점
솔직히 오늘같은 경기에서 대구 수비진과 골키퍼에 여타한 평가를 내리긴 곤란합니다.
FC서울 공격진이 나상호, 권성윤을 제외하곤 뭘 보여준게 있어야 평가를 하지......
○ 박한빈, 츠바사 - 6점
○ 이진용 - 8점
오늘 경기 승리의 숨은 공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로세비치를 제대로 묶어버리면서
FC서울이 전반 내내 제대로 슈팅 한 번 쏘기 힘들만큼 괴롭혔습니다.
○ 안용우 - 7점
○ 정승원 - 7.5점
굳이 말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늘 그렇듯이 킥이 대단히 날카로웠습니다.
○ 세징야 - 8점
부상 복귀 후 첫 경기를 무려 선발로 출전했음에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구의
승리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복귀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대구에게 희망을, 상대팀에게는 두려움을 안길 수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 김진혁, 에드가 - 7.5점
김진혁 선수야 당연히 잘 했고...... 선제결승골을 기록한 에드가 선수에 최고점
을 주지 않은 게 좀 가혹하다 여기실 순 있겠습니다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상대가 워낙 약체화된 상태인터라 오늘 경기로 충분히 검증이 되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주중 수원전까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번 경기보단
상당히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확실히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긴 한 것 같습니다.
Ⅳ. 첨언(添言)
FC서울이나 대구FC나 올 시즌은 그냥 탱킹한다고 생각하고 강등만 면하자는 마인드로 운영
하는게 낫지 않겠나 싶습니다. 어차피 세징야나 박주영이 천년만년 뛸 것도 아니고, 기성용
인저리프론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정승원은 어차피 곧 떠날 겁니다.
대구는 단기적으로는 세징야 체력관리하면서 올 시즌 버티는데 중점을 두면서, 장기적으로는
세징야와 정승원의 빈자리를 메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장기과제가 좀 헬난이도라서 그렇지
어차피 언젠간 해야 할 일이긴 하니까 팀 쇄신 차원에서 슬슬 시작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FC서울은 우선 골 넣을 공격수로 성남의 뮬황 영입을 타진...... 은 너무 선 넘었나......
근데 박주영 나이도 나이인데다가, 오늘 정한민 뛰는 걸 보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는 영 미덥지
않은데 조영욱이 돌아온다쳐도 진짜 전봇대 하나 장만할 필요 있지 않나 싶네요.
FC서울이 수비진도 좀 그렇긴 하지만 (미들진이야 기성용 노쇠화 + 부상 문제만 빼면 다른
포지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전방에서 버티고 싸워 줄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 아니겠는지. 오늘 경기에선 이 대신 잇몸이라고 정한민
에 비슷한 역할을 기대했을지는 모르겠으나, 미덥지 못한 모습만 보였고 (정한민 선수의 경우
차라리 세컨 스트라이커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 듭니다. 나름 발재간은 있어 보이는데)
코로나 시국이라 여름 영입은 어렵겠지요. 리그 내 임대, 이적밖엔 답이 없는데 그렇다고 그게
쉬운 것도 아니고. 사실 뮬황 드립을 치긴 했지만, 당장 뮬황만 해도 올해 성남에 1년 임대인가
로 온 걸로 아는데 올 시즌 풀로 성남에서 뛰고 더 좋은 조건으로 더 좋은 팀 갈 가능성이 있고.
가뜩이나 리그 일정이 빡빡해서 다들 함부로 보유자원을 풀거나 임대로 내주진 않을테니 겨울까지
악착같이 버티는 것 말고는 FC서울은 달리 방법이 없어보이네요.
전반전의 전술 선택에는 다소 의문점도 좀 있긴 했지만, 이해는 했음. 가장 안타까운 건 김진야였음. 너 이적료 7억이야...
7억이나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그 포지션 쓸만한 선수 구하는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종잇장 스쿼드같은 지금 서울 입장에선 스태미나 넘치는 김진야가 필요할 것 같으니.. 다만 공격적으로 뭘 어쩔 수 있는 카드같지는 않아서, 대구전에서의 저조한 모습은 그냥 본인에게 맞지 않는 역할을 수행한 결과라고 이해합니다. 물론 평소 모습이 어떤지는 FC서울 팬이 아닌 본인으로서는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
7억씩 쓴 선수가 같이 뛴, 대학 출신 FA에 임대까지 갔다온 신재원이랑 비교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함...
솔직히 어제 경기 봤을 땐 7억이나 투자한 줄은 몰랐어서, 그래도 나름 열심히는 뛰는구나 하고 넘어갔었습니다. 투자한 비용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속이 쓰릴 일이겠군요..
대구는 정승원의 거취가 문제네... 다음 이적시장의 중심 이슈가 될 듯한 느낌?
전북행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질지에 따라서 해외진출 가능성도 아예 배제하긴 힘들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합니다. 다만 해당 포지션에 투자할 만한 해외팀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김민재야 워낙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고, 센터백이야 김영권 등도 갔으니 그렇다쳐도 윙백이나 풀백은 흐음... 저는 전북 가능성이 살짝 높다고 봅니다.
확실한건 서울 기성용이나 박주영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안되겠더라 패스플레이가 안되니 무리한 롱볼만 늘어나고 의미없는 골대앞 애무하다 공격기회 날리기 일쑤니;;
동감입니다. 올해같은 추세엔 여름 보강도 그리 쉽진 않을텐데 두 노장 선수 복귀시까지 버틸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