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쓴데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 귀찮았을 뿐이다.
당초 이거 말고, [2019, U-20 FC코리아 선수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같은 것도 쓰려고 자료를 모으긴 했는데, 이거 역시 1월 중순은 되어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여하간, 쓰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된 부분이 있는데,
1. 2021시즌의 FC서울은 안익수 이전, 이후로 나뉜다.
2. 선수단 기용은 존나게 다양한데, 나오다 말다한 선수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주관적으로 평가해보도록 하겠다. 원래 이런 건 주관적으로 쓰는것이다. 참고로 사진도 없다. 선수단 사진 저장해놨던걸 날려먹기도 했거니와, 공홈의 선수단 페이지도 22시즌 프로필 촬영 전까지는 안 올려놓을게 뻔하다.
* 선수단 포지션 구분과 출전수, 스탯은 철저하게 1월 5일 공개된 '2021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에 기초했다.
* 순서 역시 테크니컬 리포트에 나온 순서대로 작성함.
1. 골키퍼
양한빈(A-) 36경기 :
시즌 초중반, 팀과 함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래도 팀을 단단히 지켜준 서울의 수호신. 스위퍼 키퍼로의 새로운 가능성은 덤.
유상훈(D) 2경기 :
서브 키퍼로 잡기에는 그 커리어와 실력이 안타깝다. 다른 팀에서 더 기회받고 잘 했으면.
2. 수비수
강상희(C+) 9경기/ 1골 :
부족한 빌드업 능력과 경험 부족에도 불구하고, 시즌 말 우려한 것보다 잘 해주면서 팀의 후방을 그럭저럭 잘 지켜준 것만으로 충분하다.
고광민(C) 18경기/ 1도움 :
이제는 영리함만으로 경기를 이끌기에는 슬슬 노쇠화가 보인다. 다음 시즌엔 관리받기를.
김원균(C-) 19경기 :
오랜 부상을 딛고 돌아온 건 좋았으나, 수비 리딩이라는 장점만 보고 쓰기에는, 수비력, 템포 모든 면에서 단점이 명확했음. 다음 팀에서 건강히 잘 뛰기를.
김진야(C+) 18경기 :
쓴 이적료를 생각해도, 기대받은 포텐을 감안해도 이것 보다는 무조건 잘 해야한다.
양유민(평가불가) 1경기 :
복귀했으니 22시즌에는 날아올라보자.
오스마르(A) 35경기 / 1골 1도움 :
팀이 힘들 때나, 잘 나갈때나 일관성 있게 후방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 이젠 서울을 넘어서 리그의 레전드로.
윤종규(B-) 32경기 / 1골 2도움 :
기복이 좆되고, 솔로 플레이는 기대가 안 되지만, 그래도 얘보다 나은 풀백이 있냐면? 재계약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태석(B) 19경기 / 2도움 :
이 맛에 유스 키운다. 공격이 되는 정발 좌풀백이 흔치 않은데 꽤 잘한다.
이한범(B+) 10경기 :
매 경기 성장하는 것이 보였던 만큼, 후반기 부상이 더더욱 안타까운 선수. 수비, 빌드업, 기술, 피지컬 모두 통틀어 동년배 센터백 중 최고의 재능을 지녔다.
차오연(D+) 9경기 :
가능성이 있는건 알지만, 고질적인 불안한 플레이를 극복해야.
채프만(F) 2경기 :
좆같은 먹튀 새끼.
홍준호(D+) 18경기 :
수비와 공격 사이에서 그 무엇도 잡지 못한 박진섭의 제자. 제주에서도 별 차이가 없어서 안타깝지만, 그는 여름을 연성해낸걸로 제 역할을 다 했다.
황현수(D-) 22경기 :
기대와 달리 성장은 정체되었으며, 매 경기 결정적인 불안한 플레이로 1인분조차 못한 골든 보이. 안타깝지만 포커로 딴 듯한 부주장 자리는 반납해야할듯.
3. 미드필더
고요한(B+) 21경기 / 2골 3도움 :
아직도 생각하곤 한다. 울산전 김태환이 부상을 입히지 않았으면, 우리 팀은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고.
기성용(A+) 35경기 / 3골 1도움 :
불어오는 외풍에도 캡틴은 든든했다. 이번 시즌 서울의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
김진성(C-) 8경기 / 1골 :
피지컬을 극복하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
백상훈(C+)18경기 :
박투박으로 좋은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결정적인 패스 능력 결여가 안타까운 부분. 아직 발전해야할 부분이 많다.
여름(C+) 12경기 :
잦은 이적, 이전 팀에서의 출전 기회 부족까지, 나쁘진 않은데 든든하진 않았던 경기력에 영향을 준 느낌. 인천에서는 더 사랑받기를, 우리의 포클럽맨.
이인규(D) 8경기 :
소싯적 이승우 보는 느낌이다. 하는게 천재같긴 하다는 얘기다.
정원진(평가불가) 2경기 :
기존의 좋은 킥 능력에 활동량을 탑재해서 돌아온 정원진. 22시즌 기대해볼만하다.
팔로세비치(A+) 34경기 / 10골 4도움 :
전반기 먹튀에서 후반기 리그 최강의 공미 팔로신으로. 맞는 옷을 입지 못하면 선수가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시즌이 아닌지.
한찬희(C-) 6경기 :
영입 전의 기대와 다르게, 군 입대 전 땜빵 1 정도의 역할만 수행한게 안타까운 부분. 몸 건강히 전역하고 돌아오자.
4. 공격수
가브리엘(C+) 15경기 / 2골 1도움 :
확실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툴은 뚜렷하나, 헌신성이나 전술 이행 능력이 부족했던게 발목을 잡았다는 느낌. 그래도 K리그 한 팀 정도는 더 속아줄듯.
강성진(B-) 14경기 / 1골 2도움 :
오리야채무침과 경험치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 고3 수험생.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한계점은 있었지만,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됨.
권성윤(C-) 12경기 :
시키는 걸 열심히 하는건 장점이다. 하지만 시키는 것만 해서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나상호(A-) 34경기 / 9골 6도움 :
확실하게 축구를 잘 하는 선수다. 기술이 살짝 투박한 아쉬움이 있지만, 국대 자리를 포커로 딴게 아니다.
박정빈(D+) 15경기 / 1골 :
완납하자 마자 축구력이 사라졌다. 이 정도면 사채라도 써야한다.
박주영(D) 17경기 :
이제는 막을 수 없는 세월이 느껴진 시즌.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 자체가 사라졌다. 22시즌에는 다른 클럽에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신재원(D) 9경기 / 1골(PK) :
수원FC 갔더라. 피지컬과 킥은 괜찮은데, 그 외의 장점이 명확히 안 보인다.
정한민(C-) 15경기 / 1골 :
할 줄 아는게 많다는 장점은 동시에 모든게 애매하다는 얘기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임대가 필요하다 보는 자원.
조석영(평가불가) 1경기 :
은퇴했다. 부디 선수 이후의 삶에서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며.
조영욱(A) 36경기 / 8골 1도움 :
안익수 부임과 함께 맞는 옷을 완벽하게 찾은 공격수 조영욱. 이젠 햄스터를 넘어 진짜 몬스터로.
지동원(C-) 12경기 / 1골 1도움 :
이번 시즌은 그냥 적응의 시즌이었다고 생각하겠다.
5. 감독
박진섭(F) :
책임감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부족했던 감독. 익버지의 존재가 역으로 그에 대한 일말의 재평가 요소조차 없애버리고 말았다. 전북에 무슨 역할로 간다는데, 뭐 이젠 알 바 아니다.
안익수(S) :
세간의 비웃음, 조소, 의심 그 모든 것들을 오직 축구 하나로 다물게 만드셨다. 뭐, 꼬우면 익버지보다 축구 잘 하던가. 그저 강등권에서 대충 벗어나게 만든 것 뿐만이 아니라, 그가 생각하는 'FC서울의 축구' 철학을 그 짧은 시간 동안 완벽하게 이식했다. 그렇게 우리에겐 미래가 생겼다.
6. 시즌 총평 및 개선되어야 할 점.
길게 쓰진 않겠다. 나는 길게 쓰는데에는 재능이 없으니까.
야심차게 시작한 21시즌. 광주로 돌풍을 일으켰던 박진섭 감독. 나상호, 팔로세비치로 이어지는 포지션별 A~S급 자원들의 수혈. 실제로 시즌 시작 후, 한동안 리그 3위를 달리며 성공하는 듯 했으나 이내 부상 이슈와 함께 드러나기 시작한 감독의 보이지 않는 전술적 색채와 철학, 그리고 뎁스 문제로 끊임없는 수렁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제 역할을 못하는 최전방 자원, 누가 나오든 실점하는 헤픈 수비, 부족한 기동력으로 벌어지는 중원의 간격까지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면서, 18시즌 이후 최악의 경기력으로 강등 1순위로 손꼽히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중도 부임한 안익수 감독의 팀에 대한 빠른 진단과 성공적인 장악으로 문제점을 해결, 꼴지까지 떨어진 팀을 파이널 B 최고 순위인 7위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박진섭 체제 하에서 가능성만 조금씩 보이는데 그쳤던 어린 자원들이 확실하게 스쿼드 자원으로 녹아드는데 성공했으며, 매 경기 1~2실점을 밥먹듯이 하던 수비진은 오스마르와 기성용을 중심으로 제법 든든하고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팀의 미래를 찾아내고 뚜렷하면서도 세련된 전술적 철학을 입혀내는데에도 성공하였다. 현재를 조금 조졌지만, 반대급부로 미래를 얻은 느낌이 드는 21시즌이었다. 물론, 모든 것은 까봐야 아는거지만.
안익수 감독의 부임으로, 젊은 자원들의 성장이 급속도로 이뤄짐에 따라 팀의 뎁스 개선 역시 큰 폭으로 이뤄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확실한 A급 자원이 부족한 센터백 자리, 그리고 여전히 얇은 뎁스의 측면 공격수 보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에, 현재 팀이 추진하고 있는 브라질 세리A 출신 수비수 및 A리그 출신 외국인 공격수 영입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팀의 경기력이 기성용 개인의 폼에 다소 크게 기대고 있는 면이 있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한 개선점, 혹은 플랜B가 준비될 필요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익버지가 계시지 않은가?
희망도 없었던 2020년 희망을 보였던 2021년
진짜 강등 당할줄 알았는데... 흑흑 감사합니다 익버지